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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보뽈로니오 Jul 03. 2017

애인과 함께 여행한다는 것

첫번째 이야기. 나타우(Natal) 

   

  브라질 북부도시 나타우(Natal). 국내 블로그나 여행자 카페에서는 후기를 거의 찾아볼 수도 없었을 정도로 생소한 도시다. 우리가 나타우에서 남미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그저 밀라노로부터의 편도 가격이 가장 저렴해서였다. 혼자 남미여행을 하게 됐더라면 아무리 티켓이 싸도 절대 나타우행은 사지 않았을 것이다. 2014년 새해 첫 주에 나는 혼자 브라질 북부도시 마나우스에 있었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 이름만으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이후 나에게 브라질 북부는 무조건 위험한 곳이 되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이 사실을 용우한테는 당시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브라질이야, 내가 사랑하는 브라질! 이곳으로 가자!”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사기꾼이다. 그렇게 나타우는 용우라는 동행자가 있어서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애초부터 용우에게 심정적으로 기댔던 것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애인과의 여행은 혼자 세계여행을 다녀온 이후 줄곧 꿈꿔오던 일이었다. 혼자 여행할 때 다른 남자와 짧게 동행하고, 함께 방을 쓴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애인이 아닌 그들은 어딘가 불편했기에, 당시 만 스무 살의 나는 설레면서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을 계속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나는 유럽이나 남미에서 온 커플 여행자들과도 유독 친해져 동행한 적이 많았는데, 그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경험이 없었던 나에게 연인과 함께 수개월 간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성숙한 인격체를 가진 사람들이 할 것 같은 일이었다. 화장실을 동시에 쓰고(한 명은 볼일을 보고 다른 한 명은 샤워를 한다거나), 방귀를 트고, 지친 여정에서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싸우고 하는 자연스러운 일들이 옆에서 보기에 멋있어 보였다. 진짜가 뭔지는 몰라도 이런 게 진짜인 것 같고 편해 보였다. 난 솔직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못한 짧은 연애만 수두룩하게 했다고 느꼈다. 멋진 사람들과 짧게 만나며 서로 좋은 모습만 보고 기억을 간직하는 것 그대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한 사람과의 진지한 관계도 맺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람과 꼭 같이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이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많이 들었다.


  용우가 내 남자친구가 된 후로부터 나는 용우라면 고민 없이 나와 함께 남미를 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는 몇 개월 뒤에 4개월간의 여행을 함께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한 브라질의 모습들을 함께 공유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니 마냥 행복했다. 용우랑 함께라면 위험한 일을 당해도 괜찮을 것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을 시작할 때 내가 가장 설렜던 건, 나의 서툴고 이상한 성격을 용우에게 다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그리고 몰랐던 용우의 모습들도 많이 알게 될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기대감이었다. 나타우 헤퍼블리카 호스텔의 2인실, 그 여행의 첫날밤 우리는 각자의 이런저런 기대에 들떠 늦게까지 잠이 들지 못했다.         

둘이 묵었던 첫 숙소 Republica Hostel, Natal, Brazil
브라질에 오자마자 각자 하바이아나스 한 켤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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