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풍기 Jul 15. 2023

책임 없이 이뻐만 할 수 있는 것

아기들은 딱 한 시간만 이뻐

이번에 식구들이 모였을 때 시어머니의 말씀 중 하나였다. 손주는 어떤 느낌이었냐는 다른 어르신의 질문에 “책임은 없이 이뻐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하셨다. 책임은 부모가 지는 것이지 조부모에게는 책임의 의무가 없으니 아주 유명한 말이지만 새삼 어머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공감이 가기도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요 며칠 비가 와서 처지는 날씨 때문인지 자꾸만 감정이 가라앉아서 울적한 기분까지 든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게 자식인데 그 자식이 낳은 자신은 어떤 기분일까? 아직 2n 개월 차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무슨 감정인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지만 어마 무시하게 이쁠 것 같긴 하다.


 어른들 말씀에 자식을 낳아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 하는 말이 다 맞는 것 같다. 꼭 결혼을 해야 해 꼭 아이를 낳아야 해 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하면서 배우는 것.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배우는 것. 그런 과정들 속에서 상처받고 성장하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말이 트이기 시작해서 쫑알거리는 저 입이 너무 귀엽다.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저 몸이 어디서 저 에너지가 나오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모든 아이를 만나면 이뻐하곤 했다. 그때도 자주 하던 소리가 "아기들은 딱 한 시간만 이뻐”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다 힘든 거 괴로운 건 다 부모의 몫이라는 걸 아기를 키우지 않았을 적에도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아이를 재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몰랐고, 아이를 먹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몰랐으니깐.




 뭐 남들도 다 하는 걸 유난스럽게 힘들다고 하는지, 너의 감정만 도드라지니?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그냥 그들이 육아를 잘하고 있는 것이지, 잘 키워내고 있는 것이지 내가 틀린 건 아닌 건데. 유독 도드라지는 내 감정 표현에 툭 던지는 말들이 상처로 다가올 뿐이지만 그것도 이겨내야 한다. 그런 말들은 흘려들으면 그만이지 내일이면 또 7시부터 일어나서 뛰어다니는 아이를 위해 힘들어할 시간도 없이 체력을 비축해둬야 하는 게 현실이니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인간관계도 많이 정리된 것 같다. 관심사가 절로 아이에게만 집중되는 것도 있고, 이제 중요한 것을 챙기다 보니 억지로 가지고 있던 것들이 자연스레 빠져나가는 것 같다. 마냥 어릴 때처럼 만나서 웃기만 하고 놀기만 할 수는 없으니깐. 각자가 마주하고 있는 삶 속에서 또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 왜 어른들이 나이 먹고 아이 다 키우고 그렇게 동창회를 가는지, 예전 친구들을 찾는지 나도 그때가 되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럼 나도 손주는 책임 없이 이뻐만 할 수 있어서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올까?
 아기가 아프지 않으니 날씨 탓으로 쳐지긴 해도, 불안하지 않아서 좋은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가 없는 삶은 행복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