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동갑인 사람의 브이로그를 자주 본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 그런데 아이는 없는 삶
퇴근하고 남편을 만나서 맛있는 저녁에 술을 마시고, 지인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거나. 갑자기 여행 티켓을 예매하고 훌쩍 떠나버리거나. 본인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그런 삶
나도 아이 없이 남편과 자유롭게 지내던 신혼생활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게 값진 시간들이었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아기가 없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닌데 한 번씩 문득 의문이 들긴 한다. 아이가 없는 삶은 행복할까?
아이가 태어나서 행복한 건 무조건적이다. 하지만 뭔가 행복하지 않다.
자유롭지 않는 삶들. 아이가 아플까 봐 마음 졸이는 시간들. 아이에게 종속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굴러가야 하는 쳇바퀴 같은 시간들. 아이랑 함께 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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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건. 지지난 주까지 아팠던 아이가 또 열이 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좀 시도해 볼 만하면 아이가 아프다. 이렇게 아파도 되나 싶은 정도로 아이는 자주 아프다. 온갖 바이러스들은 제각각의 이름과 다른 증상들로 내 아이를 괴롭히고. 이도 저도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바라보기만 하다가 애탈 뿐이다.
확실히 아이가 태어나서 행복한데. 불행하다.
너무너무 힘든 순간에도 아이가 웃어주고 달려와서 안기면 행복이 사라진다. 아이가 잠든 순간 느껴지는 적막 속에서 또다시 고뇌가 시작된다. 이 행복은 진짜일까?
아이를 키우는 건 20년짜리 할부를 안고 사는 것이라고 하더라,
임신기간 중에도 어렴풋하게 들었던 생각 이젠 진짜 우리가 떨어져서 살 수가 없겠구나. 나는 평생을 작은 인간 너를 걱정하고, 생각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무서운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 부담감을 나는 평생 떨쳐낼 수 없겠지. 계속 함께 해야하는 것 이겠지
그냥 턱턱 다복하게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의 육아는 왜 이렇게 우울할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게 육아일까? 또 실패했다고는 어떻게 판단되는 걸까?
너무 힘들게 육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늘 가득 채운다. 그렇다고 내려놓을 수 없음에 더 괴롭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후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나인 거 같다.
그렇다고 이미 알아버린 아이가 주는 행복을 포기할 순 없을 거 같다. 어디선가 봤는데 아이를 키우는 건 그랜드피아노를 쳐본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냥 피아노만 쳤을 때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랜드피아노의 연주를 보고는 그냥 피아노로는 만족이 안된다고. 아이를 만나서 느끼게 되는 행복감은 절대 몰랐던 시절로 되돌아가서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라고.
나의 그랜드피아노 내 아기
아기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의 연속이고, 감히 생각했다면 그것보다도 더 어렵다. 쉽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쉽다고해도 한세포를 키워서 인간의 형태로 만들고 출산한 후 사회화 시키는 과정이 쉽지 많은 않았을 것이다. 온갖 희생과 배려들로 키워야 하는 아이 키우기 지만. 그래도 절대 없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
이 행복이 진실일까? 고민해본적이 있다. 깨질까봐 무섭긴 하지만 확실히 행복하긴 하다. 두렵긴 하지만 엄청난 행복을 동반한다. 그 행복은 내가 지금까지 알던 행복이랑은 차원이 다른 행복이다. 아 나는 진짜 애기를 낳고 더 많이 배우고 더 커간다는걸 스스로 느끼는 중이다.
내 그랜드피아노는 그런것이다. 그냥 피아노만 쳤을때는 그 청량한 소리에 빠져들어 행복하지만, 한번 그랜드피아노의 연주를 들을면 일반피아노 소리로 돌아갈 수 없다고한다. 아이가 그렇다. 너를 키우는건 너무나 벅차고, 힘들고, 예상 못한 일들의 연속이지만 너가 없었던 시절로는 절대 돌아갈 수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