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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풍기 Jun 24. 2023

나의 엄마

3대의 첫 여행

아이가 태어나고 첫 해외여행.


 갑자기 잡은 해외여행이었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꼭 일정을 잡으면 아픈 아이들에겐 비밀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인 줄만 알았다. 정말 가는 순간까지 아이들에게 비밀로 하다가 확 가야지 아이가 안 아프고 잘 놀 수 있다고 한 말들이 모두 농담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0일 전에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7일 전부터 아이가 출국 직전까지 열이 났다. 가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엄마랑 나랑 둘만 아픈 아이를 두고 다녀와야 하나. 모든 고민이 많았지만 나의 고민들이 해결이 되었던 건 의사의 한마디 "다녀오셔도 돼요"였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여행이었다. 그냥 단순히 이 지역만 벗어나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로 여행을 못 간 것도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그전에 하던 평범한 것들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할 수가 없었다. 여행, 자유시간 그런 것들이 그랬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절대 떨어질 수가 없으니깐.
 
 사실 주변을 보면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이 아이를 케어해주고 부부끼리 시간을 종종 가지는 것을 보았다. 남편은 예전부터 그런 것들이 부럽지 않냐고, 서운하지 않냐고 물었다. 본인은 서운하다고


 우리는 양가 부모님들이 최소 3시간 이상 거리에서 살고 계시기 때문에 연례행사로 볼 수 있는 게 다고, 그나마도 만나면 오랜 장거리에 피로만 쌓이고 있다가 다시 돌아가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큰 유대감이 생기지도 아이가 부모 없이 조부모와 만 시간을 보낸다는 건 우리가 생각해 본 적 없는 삶이었다.


 돌 이전에 제주도 여행을 각각 양가 부모님과 한 적이 있는데, 모든 걸 아이에게 맞추는 여행이 생각보다 재미없어 하시는 시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남편은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해외여행을 우리 엄마 아이에겐 외할머니와 함께 하기로 했다.



3박 4일 일정에서 캐릭터 박물관에 가서 공연을 관람하고, 원목 놀이터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동안 아기의자에 앉아서 기다려준 외할머니. 몸으로 놀아주는 것도 어렵고, 아이가 엄마나 아빠가 없으면 찾기 때문에 온전히 아이를 봐주진 못했지만 딸의 입장으로 보았을 땐 엄마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 같았다. 지루한 시간 군말 없이 기다려준 것, 중간중간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장난쳐주는 것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엄마였다.



 늘 잔정 없이 키웠지만 그게 최선의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서운함을 담아 표현하신 말이지만 손녀에게 “크면 너희 엄마처럼만 해” 하는 소리가 지금까지 마음에 남는다. 나 또 너무 엄마한테 성질만 낸 건 아닌가. 내가 계속 아이를 보고 있을 때 엄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겠지.. 하는 마음들이 마음 한편에 생겼다.
 


 아 자식을 키운다는 건 뭘까. 내 자식만 눈에 들어오는 그런 건가. 내 자식만 생각하게 되는 게 부모가 되는 건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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