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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Apr 20. 2024

장점과 단점, 그 뫼비우스의 띠

대척점들의 연결고리에 대하여


지지난주에는 미괄식으로 구구절절이 얘했으니, 오늘은 두괄식으로 시작해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결혼생활이란 애인의 장점을 배우자의 단점으로 둔갑시키고

단점은 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인생의 장난이다. 단점과 장점, 그 둘은 가장 먼 대척점에서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내가 결혼을 한 순간 기필코 손을 맞잡고 나를 조롱한다.   


세상이 변하면서 배우자상도 변하겠지만, 그럼에도 변함없이 최상위에 랭크되는 내용은  알뜰하고 살뜰하면서 예쁜 여자라든가, 성격좋고 가정적인 남자라든가 그런 내용들이다.


물론 연애시절에는 알뜰살뜰한 척도 할 수 있고 예쁜 척을 할 수도 있다. 성격이 좋은 척을 할 수도, 가정적인 척을 할 수도 있으며 그 모든걸 다 합한 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건 우리가 가면을 쓰고 바깥으로 나와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가면을 벗으러 서로 다른 문으로 들어가니까 가능한거다. 


그렇지만 결혼생활을 하면 안타깝게도 같은 문을 나서서 아무리 두터운 가면을 꽁꽁 싸더라도 같은 문으로 다시 돌아와서 가면을 벗은 모습까지도 보여줘야 하기때문에 더이상 서로의 장점만을 취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알뜰살뜰''예쁜'은 조금만 따져봐도 사실 서로 상극인 형용사이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 오로지 가정에서만 자신의 최대 무기이자 장점인 그 성격을 극대화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  그렇다면, 단점 단점이기만 한 것인가. 또한 장점 그대로 장점이기만 할까.  


한때 캠핑을 좋아하던 친구의 남편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친구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으로 회사내에서 존재 없고 에너지도 없고 무엇보다 본인이 그러고 싶어했다. 하지만 배우자는 성격좋고, 주변에 사람도 많고 평판또한 좋은 사람을 골랐던 결과였다.


처음에 그들의 캠핑은 지붕없는 바깥에서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가족의 한페이지를 적어가는 이벤트같은 것이었고 그게 딱 내가 부러워하던 포인트였다. 얼마지났을까, 넷의 이벤트는 이쯤으로 충분하다고 여긴건지 친구의 남편은 부모님은 물론, 지인의 친구, 친구의 지인, 배우자의 지인, 지인의 배우자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며 급기야 동네잔치라도 벌릴 기세였다. 그러다 이제 커진 판에 비해 초라해서 구색이 안맞는 텐트를 비롯 캐핑용품과 차량에 눈을 돌리고 있었고 친구는 기가 질려 있었다. 가끔 호텔 찾아가는 여행이 너무 비싸서 선택한게 캠핑인데 철마다 호텔 찾아가는것보다 돈을 더 쓰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싶긴 했다.


 그치만 또 내가 눈여겨본 부분은 부모님은 물론 배우자의 부모님, 자녀의 인맥에 까지 항상 친절하고 사람좋은 너털웃음을 지을 수 있는 성격이었다. 여유넘치고 매너있는 저런 사람이라면 까짓껏 있는대로 커진 판 위에서 널이라도 뛸 수 있을 것 같았달까.


한편 친구는 야무지고 경제관념있 남자를 남편으로 둔 이를 부러워 했는데, 그런 남자가 실은 절약은 절대적으로 옳은 명제인 이유로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본인의 경제관념을 주입시킬 가능성이 짙다.

그런 남편이 내세우는 집집마다 다를거 없는 무적의 논리인

내가 나만 좋자고 이래?

아끼자는 데 뭐가 문제야,

에서 멈추면 좋겠지만 그럴 리 없다.

그럼 나도 어디 다른 남자들처럼 술집에서 펑펑 담배피면서 펑펑 그렇게 써볼까.

하며 본인의 경제논리가 옳음을 주장한다. 그 환장할 옳음때문에 이들은 잔소리도 수준급이다. 본인의 사전에 없거나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되는 배우자와 자녀들의 소비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참견한다. 결격사유가 없으니 집힐 꼬투리가 없어서 난처하고 임없이 잔잔하게 피곤하고 지친다. 그런 남편은 그렇지만 재테크, 보험, 부동산 같은 부부가 같이 결정해야 하는 경제적인 면의 대소사에서 귀찮아하면서 뒤로 숨거나, 한것없이 무임승차한 주제에 상대방이 내린 결정에만 감놔라 배놔라,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보다 더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상의하고 검토하고 결정하는 듬직한 면있다.  또, 상대못지않게 본인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이기때문에 본인의 과소비도 용서가 안되고 허튼 호기심 또한 용납이 안된다. 한마디로 바른생활이 인간으로 태어난, 인간교과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 분명히 경제관념없이 이리저리 돈쓰면서 주변에 실속없는 어중이떠중이들만 많아보이는 구남친이 싫어서 경제관념 확실한 남자랑 결혼했는데, 실은 내가 잔소리듣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닌지, 생각해봐야되기 때문에 이얘길 했다.


마찬가지로 절대 술은 안마시는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했지만 술만 안마시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까지 썩 싫어하고 배우자의 부모님과 자녀의 친구들까지 다 데면데면할 사람은 아닐지, 생각해봐야한다.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하는건 말도 안되는거지만 그래도 수많은 정의의 조각들중 하나를 줍는다면 이런 말이 써있 파편쯤은 하나 있을거라거 생각한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워가는 과정. 사랑과 연애, 결혼도 마찬가지다.

똥차가고 벤츠온다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그 어드매에 발을 어중간하게 걸친 채 수차례에 걸친 저울질과 시행착오 끝에 이상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것이다. 그치만 연애때나 똥차가고 벤츠오지, 벤츠인줄 알고 한 결혼이 똥차보다 더 못한 달구지일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장점과 단점이 내게 한 조롱이다.

 

그러니, 이상형을 이상형으로만 보지말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뒤집어보고 펼쳐도 봐야한다. 반대로 혐오형인 사람에게도 기회한 번 줘보자. 연애가 아닌 결혼생활에서는 영원히 단점이기만 한 점도, 영원히 장점이기만 한 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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