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詩 4. 수중세계

by 푸른킴

잉태는 생사의 시작

뿌리와 결실의 공존

아침과 저녁의 조화

생산과 소비의 균형

채움과 비움의 세계


세계는 잉태의 마당

사물과 사람의 공생

상승과 하락의 질서

출입과 정주의 체계

기억과 망각의 인생


인생은 계절의 신비

온몸과 온맘의 충족

기쁨과 슬픔의 선물

우리와 그들의 경계

이해와 질문의 섞임


섞임은 개성의 바다

미학과 철학의 악수

조합과 분리의 대화

하늘과 강물의 일체


일체는 뼈의 연결


그러나,

손안의 빛나는 액정 환영

꿈의 단절과

소란의 침묵,

끝없는 스크롤 상상ㅡ현실


따로 또 같이

무심한 고립된

나만의

샘터, 표지판

― 작은 화면

거대한 유령바다,


"주의,

「一切唯物造」"


<해설>

새벽, 눈을 뜨면 잠깐 떠오르는 단어와 생각을 붙잡는다. 이내 스마트폰을 들고 몇 자 적는다. 나의 시작이다.


이 시는 그런 나를 되살펴 본 자아성찰의 한 흔적이다. 전통적 존재론의 언어와 현대적 실존의 장치를 대비하며, 철학시의 본질인 사유와 이미지의 긴장을 구현하고자 했다.


시의 앞부분은 물의 이미지를 살려 세계가 다양한 대립구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살폈다.

그러고 나

마지막 연 첫 구절 “일체는 뼈의 연결”은 세계의 질서를 보편적 조화로 설명하는 형이상학적 선언이다.


곧 이어지는 “그러나”로 그 이상을 전복하며, 현실의 균열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 전환은 철학적 명제와 실존적 체험이 끊임없이 어긋나는 인간 조건을 압축한다.


뒤이은 구절들에서 나는 “손안의 빛나는 액정 환영”이라 썼다. 스마트 폰의 아이러니, 작은 화면 속에 갇힌 나의 세계를 환영 같은 물의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싶었다.

이런 뜻에서 “꿈의 단절 / 소란의 침묵 / 끝없는 스크롤 상상ㅡ현실”은 연결과 단절, 소란과 침묵, 현실과 가상이라는 역설적 결합을 통해, 디지털 실존의 모순을 드러내려고 했다. 이 세계는 무한히 확장되지만, 실상은 고립과 무심의 심연이라는 것을.


결구에서 “나만의 샘터, 표지판”은 스마트폰을 통한 세계가 생명의 근원(샘터)처럼 보이면서도, 방향을 강제하는 기호(표지판)로 작동함을 표현했다. 결국 “작은 화면 / 거대한 유령바다”라는 이미지로 압축되는 이 세계는, 실재 없는 환영임에도 거대한 힘으로 나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마지막 선언, "주의,「一切唯物造」는 불교의 “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다)”를 나름 전복한 것이다. 오늘의 세계가 더는 마음이 아닌 물질적 장치와 기계적 구조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는 자아성찰이다. 이는 곧 철학자 한병철의 고뇌처럼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철학적 비판이자, 물질의 지배 속에서 길을 잃은 나의 실존적 고발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태도로 비판하는 프락시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이 시에서 조화를 향한 이성적 사유와 고립을 강제하는 손 안의 세계를 정면으로 대비시켜, 시대적 질문을 동시대적으로 반성하고자 했다. 나에게 신학과 철학은 오늘 나의 문학의 언어로 나의 어긋난 현실을 조금이라도 수정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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