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로스팅하던 지점 영업종료의 날에
새벽, 잠 덜 깬 듯
어스름한 하늘
아무 일 없다는 듯
회색빛 시간,
평등한 분배
두둑한 선물
만지작거리다
물컹해진 덩어리,
숭덩숭덩 잘려나간 구름 조각—
태연한 귀천의 얼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도로로 나서면
가벼운 빗방울,
몇 걸음 못 가
폭우로 뒤덮인 도로의 감정
가다 서다,
애꿎은 붉은 점등에
말없이 시선이 걸린다.
생각은 어느새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아침이 오기도 전에
백지처럼 비어진 몸
다시
열기 앞에 두고
향기를 쓰다듬어 주고받던
11년, 오백 번.
후지로열 SLR-4
이제 세월의 중력 아래
내려놓는 바랜 몸
탁탁, 타닥, 팝핑—
불꽃 커피 함성
찰나의 추출,
농익는 쿨링
마음에 가향
숨결 스며들어
겹겹이 쌓인 시간의 병풍,
불과 공기, 햇살과 시간,
그 너머 장인의 손끝 호흡
어울린 교향악
끝난 잔향,
로스팅
무대에 던져진 한 잔의 드립,
막 내릴 1.5평 검은 동굴.
색미향
시간 따라
흩어지는 구름처럼,
어느 날의 이별에도
누군가 손끝에 실려
변함없이
땅속 깊은 나무로
소생하면
나는 너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가배향 날아 가득 채운 동네—
香飛滿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