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詩 5. 기계이별

ㅡ로스팅하던 지점 영업종료의 날에

by 푸른킴

새벽, 잠 덜 깬 듯

어스름한 하늘

아무 일 없다는 듯

회색빛 시간,

평등한 분배


두둑한 선물

만지작거리다

물컹해진 덩어리,

숭덩숭덩 잘려나간 구름 조각—

태연한 귀천의 얼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도로로 나서면

가벼운 빗방울,

몇 걸음 못 가

폭우로 뒤덮인 도로의 감정


가다 서다,

애꿎은 붉은 점등에

말없이 시선이 걸린다.

생각은 어느새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아침이 오기도 전에

백지처럼 비어진 몸


다시

열기 앞에 두고

향기를 쓰다듬어 주고받던

11년, 오백 번.

후지로열 SLR-4

이제 세월의 중력 아래

내려놓는 바랜 몸


탁탁, 타닥, 팝핑—

불꽃 커피 함성

찰나의 추출,

농익는 쿨링

마음에 가향


숨결 스며들어

겹겹이 쌓인 시간의 병풍,

불과 공기, 햇살과 시간,

그 너머 장인의 손끝 호흡

어울린 교향악

끝난 잔향,

로스팅


무대에 던져진 한 잔의 드립,

막 내릴 1.5평 검은 동굴.

색미향

시간 따라

흩어지는 구름처럼,


어느 날의 이별에도

누군가 손끝에 실려

변함없이

땅속 깊은 나무로

소생하면


나는 너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가배향 날아 가득 채운 동네—

香飛滿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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