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분하분

나의 한 단어 40-365

by 푸른킴

물기가 있는 물건이 조금 연하고 무른 모양


1.

한때, 서재에 머무는 동안

아침 나의 일과는

줄기와 잎이 뻗어 나가는 아이비와 빈카 미노르에

물을 뿌려주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치르는 이 작은 의식은

물방울이 내려앉은 잎줄기가 햇살에 반짝일 때 절정이다.

‘하분하분’ 상태다.


2.

이런 단어를 즐겨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물컹한 느낌에 두부에 딱 어울리는 촉감이다.

상상해 보라.

물기가 조금 있으면서 매우 연한 모양을.

잎 사이에 내려앉아 햇살에 반짝이는 물방울을 보고 있으면

마치 윤슬 같다.

강물이나 바다 물결 위에 비치는 햇살같이,
잎의 물방울에 비치는 햇살은
아예 연슬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3.

‘하분하분’

부드럽고 연한, 물기가 조금 섞인 이 상태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 단어를 보고 있으면

무슨 이유인지 물방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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