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아침 묵상, 한 편의 철학시

-철학詩 1-10편에 대한 후기

by 푸른킴

"내세울 수 없는 투박한 저의 시를 매일 정성껏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9월의 마지막 열흘 동안 나는 아침 묵상으로 「철학詩」를 썼다. 누구나 가볍게 스쳐 지나갈 만한 일상의 풍경을 붙잡아 철학적 사유의 언어로 바꾸어보려는 시도였다. 연작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안식월 연작처럼 이번에도 개별 시편들이 자연스레 하나의 맥락 속에서 묶였다. 창밖의 버스, 길 위의 주차난, 커피 로스터기의 불빛, 가을비의 내림 같은 장면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사유의 발화점이 되었고, 나는 시가 지닌 일상성과 철학성이 동시에 호흡하는 자리를 직접 경험했다.


초반부(1–3)는 계절과 시간의 감각을 포착한다. 햇살과 옷차림의 변화는 단순한 계절 묘사가 아니라 인간이 몸으로 시간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병 속 먼지 씨앗 되어 봄을 기다리는” 순간은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언제든 변모와 탄생을 품은 시간임을 보여준다.


중반부(4–7)는 시선을 사회와 문명으로 돌린다. 「주차의 난」은 개인의 불편을 넘어 도시적 삶의 불안정과 과잉을 드러내는 은유가 되었고, 김광규의 시를 호출함으로써 체험은 사회비평으로 확장되었다. 「기계이별」은 기계와의 작별을 통해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리듬과 기억을 매개하는 존재임을 성찰하게 한다.


후반부(8–10)는 죽음과 초월의 문제를 다룬다. 「비의 고백」은 자신을 소멸시키며 타자를 살리는 비의 운명을 통해 희생과 소생의 역설을 드러내며, “無止無知”라는 조어는 끝없는 무지 속에서 반짝이는 기적을 상징한다. 마지막 「동행순례」에서는 물 한 잔, 빵 한 조각, 걸음 하나가 모두 순례의 행위로 변주되며, 일상의 반복이 곧 영적 여정임을 보여준다.




결국 「철학시 1–10」은 작은 경험에서 길어 올린 작은 철학이다. 서정과 철학, 일상과 초월, 개인과 사회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빛을 발하며,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깊은 물음을 품은 사건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개별 시들은 연작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 시들은 나의 실존과 삶의 방향을 성찰하게 하는 소박한 문학적 성취로 남았다. 그것은 곧 내 삶의 방식이자 프락시스(성찰)이며, 10월에도 이어 쓸 또 다른 철학시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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