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상바상

나의 한 단어 53-365

by 푸른킴

성격이 조금 가볍고 성급한 모습


1,

평소와 달리 조금 정신없이 지내는 날이 있다.

이유는 딱히 없는데

몸이 바쁘니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질 때도 있다.

부탁이 밀려 처리해 내야 할 일들이

밀려들어 오면 침착하던 손도

가벼워지고 성급해지는 일도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흔들리다 보면 괜히

자신도 성격이 좀 가볍고,

성급한 면모가 많은 사람이었는지

되물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성급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2.

‘바상바상’

무엇이든 조금 더 쉽게 생각하고

앞뒤 많이 고민하지 않고,

되는대로 해내는 가벼운 모습이기도 하다.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행동하고 마는 모습도 있다.

그런데 이 말은

한반도 남쪽보다는 더 위쪽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3.

‘바상바상’

이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나타나면 어떨까 싶다.

나에게 중요한 일을 결정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선택하거나

이 사회 속에서 내가 신중하게 다뤄야 할 일이라면

가볍지 않게, 급하지 않게,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을 테니 말이다.


4.

사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함부로,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서는 안 되겠지만,

가끔은 가벼워질 수 있고,

너무 진지하지 않을 수 있으며,

너무 진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긴, 세상이 밤이라고 생각하면 몸도 마음도

바상바상 해지는 것은 당연하리라.

다시 성격의 무게를 천천히 올리고,

행동의 속도를 서두르지 말고 줄여보자.

세상이 너무 묵직하고

생각 없이 빠르다.


5

‘바상바상’

조금 가볍게 흔들리기도 하고

남보다 앞서서 움직이기도 하면서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아래로부터 다시 흔들어 깨워보자

그 흔들림이 무게를 잃지 않을 때,

가벼움 속에서도 깊이를 배운다.

바상바상

바람이 나뭇잎을 살짝 흔들어

숲의 생명을 살리듯,

조급함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균형 ―

‘바상바상’이 무모함이 될지

미덕이 될지는 자신에게 달려있으니

삶이 너무 무거우면, 잠시 가볍게 흔들리고,

너무 바쁘면, 잠시 멈춰 숨을 고르자.

그 삶의 변속을 자유롭게 누리며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두르자


천천히, 단단히, 그리고 부드럽게

주어진 하루를 붙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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