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무엇일까?
물었더니
수요일 그 시간
맑고 푸르던 하늘,
회색 구름에 뒤덮인 오후
삼청공원 영무정 작은 폭포
지나 낯선 이들이 휴식하는
만세동방 너머 청운대 돌아
멀리 경계 밖 도시로 나를 당긴다
산 오를 때까지,
평탄한 길 걷는 동안
비를 실은 갈바람 타고
여린 나뭇잎 살랑살랑
몸 흔들면
곡장 아래 풍경
가까운 경계 안으로 나를 밀어준다
오를수록 바람은 사방으로
방향은 사라지고 소리만 남아,
이럴수록 느릇 걸음
온몸으로 온 바람맞으며
한 걸음씩
멈춤 없이 리듬을 타는 여유,
언젠가
그 여유 따라 홀린 듯 걷다
고요한 산사 옆길,
바위 숲으로
빨려 들어가
오르고 오르다
비를 만나고 햇살 누린 난행(難行)―
끝내 낯선 정상 어딘가에 닿아,
안식
길이 없었지만 있었고
분명
나는 길을 잃었으나
길은 여전히 있었던.
그 질곡
선연히 새겨진 검은 추억,
꿈이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내 몸 어딘가에
가장 선명한 획으로 박장된
지도처럼
꿈마다 나를 이끌고
오늘도 어제 그 길 따라
어슬어슬한 새벽 변두리
기도하며 다시 걷는,
마침내
동터 오르면
어둔 길 품어주며
홀로
남는, 그 빛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