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기도 詩 4. 검은 산책

by 푸른킴

시가 무엇일까?

물었더니


수요일 그 시간

맑고 푸르던 하늘,

회색 구름에 뒤덮인 오후

삼청공원 영무정 작은 폭포

지나 낯선 이들이 휴식하는

만세동방 너머 청운대 돌아

멀리 경계 밖 도시로 나를 당긴다


산 오를 때까지,

평탄한 길 걷는 동안

비를 실은 갈바람 타고

여린 나뭇잎 살랑살랑

몸 흔들면

곡장 아래 풍경

가까운 경계 안으로 나를 밀어준다


오를수록 바람은 사방으로

방향은 사라지고 소리만 남아,

이럴수록 느릇 걸음

온몸으로 온 바람맞으며

한 걸음씩

멈춤 없이 리듬을 타는 여유,


언젠가

그 여유 따라 홀린 듯 걷다

고요한 산사 옆길,

바위 숲으로

빨려 들어가

오르고 오르다

비를 만나고 햇살 누린 난행(難行)―

끝내 낯선 정상 어딘가에 닿아,


안식


길이 없었지만 있었고

분명

나는 길을 잃었으나

길은 여전히 있었던.

그 질곡

선연히 새겨진 검은 추억,


꿈이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내 몸 어딘가에

가장 선명한 획으로 박장된

지도처럼

꿈마다 나를 이끌고


오늘도 어제 그 길 따라

어슬어슬한 새벽 변두리

기도하며 다시 걷는,


마침내

동터 오르면

어둔 길 품어주며

홀로

남는, 그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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