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10분
걸어서 100분
도서관 들러 빌린 책 반납하고
누군가 손때 묻은 새로운 책 몇 권
10년 늙은 샘소나이트 가방에 담아
무거운 두 발로 걸어오는 숲길,
10월 중순, 계절이 뒤섞인 하늘
어둑한 구름에 뒤덮이면
산너머 서둘러 해지는 줄도 모른 채
불쑥 찾아온 어둠,
낮도 밤이고
밤은 더욱 짙은 밤
등 뒤에 침묵하는 책 잊어버리고
산들바람나무숲
살아있는 책 틈에 끼어
그 노래 듣느라
말을 삼키며
숨죽이며 걷는다.
걷다 보면,
어제 내린 비의 잔재
땅은 질퍽이고, 풀은 촉촉하며
바람은 나무습기 가득 실어
그 길을 수놓는 풍경
듣는다
어둠 속
가냘프고 홀쭉한
맨발의 노인
큰 소리로 진득한 욕설
혼잣말 펼치며
나무야 들어야
풀아 기울여라
바람아 실어가라
나의 원망과 한탄
지나쳐 등뒤에서 들릴 때면
괜한 두려움에
나의 그림자
발을 멈춘다
그러나
그의 분노 내 안의 오래된 불안처럼
오늘도 나를 스쳐 검은 숲으로
흘러 흘러
노랗게 물든다면
이 길은 불안과 두려움
사이 안식과 안도감
주고받는 평등의 세계
언젠가
행복해하는 이들과
같이 걸었던 그 길
떠올리고
어느새
노인과 나,
그들의 ‘평안’을 빈다
어두운 숲으로 사라져 간
그 분노의 노인
따듯한 바람 따라
그 몸, 바람에 다 비워지고
마음은 풀잎처럼 자유롭게
가벼운 걸음으로
아무 생각 없는
산책 즐기는 날
되찾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길
눈은 뜨고
생각은 멍하게
하늘길,
노래만 삼키고
그 삼켜진 말
듣는,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