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54-365
싸놓은 물건이 좁은 구멍이나 틈으로 삐져나오는 모습
1.
새벽에 맑던 날이
아침에 뭉게구름으로 꽃피듯 하더니
오후엔 청명한 하늘 사이로 묵직한 구름
천천히 끼어들고
끝내 가는 비를 흩뿌렸다.
하루 동안 맑음과 흐림, 비 내림이 숨바꼭질한다.
파란 하늘 사이로 황금 햇살
그 햇살 비집고 흐릿한 구름
구름 틈으로 보슬보슬한 비가 삐져나오는 풍경,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렁설렁해진다.
2.
비적비적
날씨만이 아니라
보자기에 담긴 것들을 정성껏 싸맸는데
그 매듭 틈으로 물건이 삐져나와
난감할 때가 있다.
물건이야 그렇다 쳐도
마음 한편에 잘 담아둔 것들이
뜻밖에 이리저리 조금씩 삐져나와
괜히 어수선해질 때가 있다.
3.
비적비적
사람 사이 보자기 같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생채기가
싹이 나고
무감한 삶으로 살다 보면
어느 사이 내 마음밭
뒤 헝클어버릴 잡초 무성해져
치우는 일도 버거워지는 순간이 있다.
틈나는 대로
그 모난 가시
둥글게 갈아두지 않으면
언젠가 삶의 촌철 되리라
4.
비적비적
불편할 수 있겠지만
먼 옛날 히브리 지혜자 코헬렛
삶의 지혜를 “찌르는 가사” 같다
일러준 것 생각하면
오히려
삶을 일깨울 선물 조각
쉽게 해지 않고, 삭지 않으며
무엇이라도
잘 담아둘 수 있는
넉넉하고 튼튼한 보자기 같은 삶
뚫고 나오거나,
찌르듯 할 때
5.
비적비적
그것마저
내면의 힘 북돋는
양약이라 여기며
삶이라는 보자기
삭지는 않았는지
아무 일 없을 때
파란 하늘에
펼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