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해가 중천에 이르기 훨씬 전
길을 걷는다
삭풍은 몸을 거침없이 돌아나가고
도시를 관통하는 전철에 몸을 실어
내렸다, 똑바로 걷다, 비켜 걷다
겨우 점심 한 끼,
그 작은 양식 함께 나누러
그가 있던
병원으로 가는 길
바람이 맴돈다
역을 빠져나와
휑한 도심을 움츠린 몸으로 지나갈 때
바람은 더 거칠게
생각만큼 집요하게 몸을 헤집고
결국 날카롭게
걸음을 세우면
길을 되돌아
버스를 기다린다
그날
멀지도 않은 길
걷다 타다, 다시
걷기는 앞으로만 가지 않는,
환상순례
가다 머물다, 멈추다
전진하는
춤
천천히 돌아 걷더라도
조급할 이유
춤 끝에 매달아
깃발처럼
펄럭이고
그 푯대 따라 길
끝에 마침내
그의 병실,
추위에 품어온
위로의 말 한마디
식기 전에 건네며
일용할 양식 기도하며 나누고
나오는 길
그 기도 추운 길바닥으로
함께 뒤따라와
바람 타고
펄럭펄럭
파란 하늘에
나부끼면
무심했던 겨울 가로수
봄이 온 것인냥*
손 내밀어
상쾌한
왈츠를
나에게도 건네는
소망의 읊조림
평화―
“Dona Nobis Pacem”
*맞춤법은 '것인 양'이나 시적운율을 고려하여 현재대로 표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