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기도 詩 6. 바람, 평화

by 푸른킴


어느 겨울

해가 중천에 이르기 훨씬 전

길을 걷는다

삭풍은 몸을 거침없이 돌아나가고

도시를 관통하는 전철에 몸을 실어

내렸다, 똑바로 걷다, 비켜 걷다


겨우 점심 한 끼,

그 작은 양식 함께 나누러

그가 있던

병원으로 가는 길


바람이 맴돈다


역을 빠져나와

휑한 도심을 움츠린 몸으로 지나갈 때

바람은 더 거칠게

생각만큼 집요하게 몸을 헤집고

결국 날카롭게

걸음을 세우면

길을 되돌아

버스를 기다린다


그날

멀지도 않은 길

걷다 타다, 다시

걷기는 앞으로만 가지 않는,

환상순례

가다 머물다, 멈추다

전진하는



천천히 돌아 걷더라도

조급할 이유

춤 끝에 매달아

깃발처럼

펄럭이고

그 푯대 따라 길

끝에 마침내

그의 병실,


추위에 품어온

위로의 말 한마디

식기 전에 건네며

일용할 양식 기도하며 나누고


나오는 길

그 기도 추운 길바닥으로

함께 뒤따라와

바람 타고

펄럭펄럭

파란 하늘에

나부끼면


무심했던 겨울 가로수

봄이 온 것인냥*

손 내밀어

상쾌한

왈츠를

나에게도 건네는


소망의 읊조림

평화―


“Dona Nobis Pacem”


*맞춤법은 '것인 양'이나 시적운율을 고려하여 현재대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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