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기도 詩 9. 공원 역사

by 푸른킴

걸어서 한 시간

생태공원 도심 호흡의 터,

길을 매듭지어 공원으로 만들어

느닷없이

사랑받는 너


태초엔 여기 길이 없었으니

실개천 옆 무심한 도공들이

흙 짓이기며 한 걸음 두 걸음

겨우 오가던 어느 날


가느다란 길 줄기 조금 열려

숲과 물과 나무와 산, 사람들 틈으로

길을 걷는 이

멈추지 않아

끝내 숲이 내어준 선물

초록의 나라

태초에

그 움직이던 자,

자기 몸 감춰진 길에 던져

두려움 너머 가꿔낸 열매,


옛 땅 위에 그려진 선

흔적만 남은 도요 파편

앞선 자

뒤따르는 자

함께 걸었던 사람들 자신

살아있는 님,


‘내가 곧 길이다’*

나와 길은 한 몸,

나와 길은

진리이며 생명,

그 사람

지금도 쉬지 않고

한결같아

그로부터 죽음마저 돌아나가고

도공들이 걸었던

그 길에 오늘도 그 바람 불어

온갖 사물

더불어 살아가는 생존의 텃밭

살아있는 것들의 놀이터


휘돌다 직진하고

멈추다 돌아나가면

풀과 나무와 갈대와

새와 두꺼비,

아이와 어른이

합창하고

천지 사방에서

그 틈으로 가을 오는 소리

“낙엽 지듯 삶이 져야

너 걸어온 길 타인의 소생”

새로운 생

잉태하는 섭리

나도 태초

이 숲길 걸었던 이 뒤 따라

만물 제물(齊物)―

심호흡

하며 나의 뒷길

쓰레기 정돈하면,

모든 소리 잠든

고요의 터,


소성(小星) 2025의

성소


*신약성경 요한복음 14장 6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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