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들캐들

나의 한 단어 56-365

by 푸른킴

웃음을 다 담지 못해 입속에서 캐들캐들 부서지는 소리,

높고 날카롭게 떠오르다 이내 삼켜지는

마음속 떨림이 입 밖으로 터치는 파장


1,

웃음이 차올랐는데 터뜨리지 못하고

끝내 몸 안에서 터져버리는 순간이 있다.

혼자만 웃음이 나는데

드러내놓고 웃을 수 없는 상황일 때 그렇다.

비웃음일 수도 있고

헛웃음일 수도 있다

차오르는 웃음이 안으로 터지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끝내 밖으로 터지는 순간,

상대에 대한 조롱이나 비아냥으로 비칠 수도 있다.


2.

캐들캐들

이 웃음의 이중성은

오래전 우리 문학 속에서도 발견된다.

사전에는 이 단어의 예문으로

소설가 김사량의 『낙조』에서 한 문장을 찾았다.

“어머니와 같이 외출을 하던 옥기가

그 모양을 보고 캐들캐들 자지러지게 웃어 대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시대, 1940년을 배경으로

몰락한 양반가의 타락하고 부패한 삶을 고발한다.

인용한 문장은 등장인물 ‘옥기’가 상대방의 어떤 모습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 장면이다.

특히 캐들캐들을 ‘자지러지게’와 연결 지음으로써

이 단어가 어떤 상황에 대해 ‘깔깔거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비웃음도 담아서.

그러니

캐들캐들은 웃음과 울음, 기쁨과 슬픔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떨림이다.

감정이 언어로 완전히 변하기 전, 그 직전의 몸의 진동이다.


3.

‘캐들캐들’

그 웃음의 떨림 같은 현상은

울음도 다르지 않다.

슬픔이나 억눌린 감정도 웃음처럼

입속에서 '캐들캐들' 떨리듯

삐져나올 수 있다.

슬프거나

억눌리거나

참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

눈물이 차올랐는데

터뜨릴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마음까지 차오른 어떤 긴박한 감정을

마음에 담아두다가 폭발하듯

쏟아내 버리는 상황이다.

4.

그러나

마음에 꽉 찬 감정을 쏟아내지 못하는 경우를 넘어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밖으로 꺼내

상대에게 비아냥처럼 캐들캐들 드러내는

감정도 있다. 그것이 의도치 않게

삐져나오는 경우도 있다.

캐들캐들은 때로 우리 사회의 억눌린 뒤섞인 정서가

자기도 모르게 삐져나오는 모습을 포착한 생활언어다.

웃음 속에 감춰진 혐오,

슬픔 속에 깃든 조롱이 서로 엉켜 터지는,

감정의 모순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거나 표현했을

배제의 웃음과 위장된 슬픔일지 모른다


5.

캐들캐들

뒤엉킨 감정은 억누를수록 왜곡되고, 터뜨릴수록 다친다.

그러니 마음을 정갈하게 되짚어

한 번 터뜨리면 좋을 기쁨은

박장대소하고

그냥 되새겨야 좋을 슬픔은

허공에 실려 흩어지듯 날려버려,

자기 삶을 꽃처럼

터뜨리는 웃음으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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