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인간의 시간-여인숙 달방 367일』

따뜻한 르포 문학의 재현… 0.8평의 달방 체험기

by 푸른킴

‘다큐-일기’에 담은 사진과 삶의 이야기

사진(photography)은 빛의 그림이다. 빛의 생사로 철학을 그려내는 이미지 미학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예술가 이강산(1959~)은 사진에 관한 이 설명에 적절한 작가로 보인다. 그는 흑백사진으로 『집』(사진예술, 2017)과 『여인숙』(눈빛, 2021)에서 어둠과 밝음의 대비를 담아냈다. 마치 죽어가는 것에 생기를 불어넣은 듯하다. 어둠 속에서도 빛에 생생하다.


또한, 이강산의 사진은 빛의 명암을 통해 사회적 관계도 포괄한다. 이 사회 속에서 스러져 가는 사물들에게 빛의 명암을 투사하여 그 층위를 드러내 주었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사진에 담긴 사회적 관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진에 찍히는 현실은 눈이 보는 현실과 다른 층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에는 눈이 볼 수 없는 층위들, 곧 사진이 없으면 지각될 수 없는 층위들이 있다.”〈『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On Photography』(서울: 위즈덤하우스, 2018), 27쪽.〉


그가 사진에 이야기를 덧입혀 출판한 책 『인간의 시간-여인숙 달방 367일』(이하 ‘『인간의 시간』’)은 이전에 출간된 두 권의 사진집과 연속된 에세이다. 이 책은 ‘다큐-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일기(日記) 문학이라는 점이다. 두 가지 특징을 말할 수 있다.


먼저, 이 책은 ‘다큐’다. 저자는 여인숙 사람들의 삶을 직관찰하고 스스로 경험한 것들을 기록했다. 저자가 ‘여인숙’을 주제로 시도한 ‘인간의 생존 공간 탐구’에 연속된 결과물이다.


또한 ‘일기’다. 일기는 대체로 개인의 비밀스러운 기록이다. 저자가 2020년 7월 9일(목)부터 2021년 7월 10일(일)까지 대전 대덕 여인숙에 머물러 달방 생활을 하며 기록한 개인의 삶이 담겨 있다. 일기는 본래 개인의 감춰진 기록을 의미한다. 지극히 자기 내면적이며, 사적인 기록이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기감정의 보고처럼 남겨진 글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은밀한 개인의 기록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은밀한 일기의 성격을 벗어난다.


따라서 그가 명시한 대로 ‘다큐-일기’로서 이 책은 개인의 기록이면서 자신이 경험한 공적인 삶을 보고하는 기능에 충실하다. 개인 일기로 쓰였지만 공적 담론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에 사진은 개인의 이야기를 사회적 이슈와 이어 주는 경첩(hinge)처럼 연결한다.


이 사진과 관련해서 저자의 말을 들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2007년 포항 구룡포에 있는 ‘매월 여인숙’ 촬영을 시작했고, 그 이후 대전에 있는 ‘대덕 여인숙’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그 작업을 토대로 전시회를 열었다. 그 전시회를 위한 작업 노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본능을 뿌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이 말을 종종 되새긴다.
이 여인숙들은 대부분 이미 철거되었거나 철거 예정지로서 머지않아 사라질 낙후된 건축물이다. 나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특히 주목했다. 여인숙 실내외 풍경보다 여인숙을 생존의 공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했다. 그런 까닭에 나는 틈틈이 여인숙에 달방을 얻어 생활했다. 그것은 여인숙 사람들을 필름에 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들과 같은 시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지 않고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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