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어크로스, 2019
“아름답거나 아릿하거나 날카롭거나 뭉근하거나 타인의 말은 나를 찌르고 흔든다. 사고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몸에 자리 잡고 나가지 않는 말들이 쌓이고 숙성되고 연결되면 한 편의 글이 되었다.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서 남의 말을 듣는 훈련이 조금은 된 것 같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내가 편견이 많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7쪽)
매일 양식처럼 다가오는 말
밥 한 그릇에 담긴 밥알 수보다 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산다. 어떤 날은 한마디도 안 하고 살고 싶다. 그래도 수만 마디 말이 밀려온다. 어떤 날은 무한히 많은 말을 쏟아내고 싶을 때도 있다. 설령 그렇게 한 뒤에는 오히려 단 한마디 다시 들려오지 않는 날도 있다. 말이 오가는 길을 예측하긴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매일 밥 먹는 것 이상으로 말(語)을 먹고 소화시키며 살아간다. 주워 담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말이 우리 몸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도 허다하다.
말이 남기는 흔적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강력하다. 몸과 몸 사이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말이다. 어쩌다 만나지도 못할 먼 친척의 말은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한 공간에 몸이 오가는 길 수시로 겹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밥알 주고받으며 식탁에 함께 앉은 이들의 말은 다가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세다. 그 강력함이 든든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느 날은 제대로 방어할 틈도 없이 속수무책일 때도 있다. 뜻밖에 상처를 껴안아야 할 때도 있다.
매일 내 삶을 관통하는 말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말하고 듣기는 손에 잡히는 모양이 없기에 예측 못 한순간에 밀물과 썰물처럼 내 삶을 두드리다 순식간에 밀려간다. 무엇보다 다른 이의 말도 말이지만, 내가 나에게 내던지는 말이 하루에도 수만 번 나를 절벽까지 밀었다가 고공까지 들어 올렸다 한다.
결국, 말이란 매일 밥처럼 내 삶에 필요하지만, 가까운 관계일수록 위험하고, 예측 못 할 순간이 비일비재하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말이 오가는 것은 ‘뜨거운 감자’를 주고받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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