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시>
듣는 기도 詩 6. 호수를 삼킨 하늘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창비. 1979.

by 푸른킴

[해질 무렵, 군산호수 둘레길을 걸으며 철새들의 흔적으로 하얗게 변한 숲을 지날 때]


호수 숲길

녹차꽃 가득

한결같은데

물새 떼 이방인

호수 둘레

곳곳에 백림


숲의 피환복


생존이란

이주하려는 본능인가

물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다 내려앉아

서로를 부르고

하늘로 향해 오르면


떠나지 못한 철새

머물러

탈색된 하늘

애처로워 물 위로 내려오는

늦가을 강림


그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오염된 민주의 공기

탁해진 시대

제 모습 잃은

하늘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러운 마음으로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애가 부르던 그날의 하늘이,

오늘 생존의 조가(鳥歌)를 들으러

스스로 하강할 때,


날은 저물고

큰고니 한 마리

물 위에 유유히

홀로

유영하는

오래된 호수,


옛 하늘

어둠과 함께

첨벙―


파동,


내 흐린 마음

세계로 떨어지며

쓰여진 시,


“내가

하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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