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창비. 1979.
[해질 무렵, 군산호수 둘레길을 걸으며 철새들의 흔적으로 하얗게 변한 숲을 지날 때]
호수 숲길
녹차꽃 가득
한결같은데
물새 떼 이방인
호수 둘레
곳곳에 백림
숲의 피환복
생존이란
이주하려는 본능인가
물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다 내려앉아
서로를 부르고
하늘로 향해 오르면
떠나지 못한 철새
머물러
탈색된 하늘
애처로워 물 위로 내려오는
늦가을 강림
그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오염된 민주의 공기
탁해진 시대
제 모습 잃은
하늘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러운 마음으로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애가 부르던 그날의 하늘이,
오늘 생존의 조가(鳥歌)를 들으러
스스로 하강할 때,
날은 저물고
큰고니 한 마리
물 위에 유유히
홀로
유영하는
오래된 호수,
옛 하늘
어둠과 함께
첨벙―
파동,
내 흐린 마음
세계로 떨어지며
쓰여진 시,
“내가
하늘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