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후 詩 6 ― 나와 글

by 푸른킴

비가 끊어질지 말지

실랑이 벌이던 어느 하루,


고작 A4 열 장의 글과

날마다 실랑이를 벌인다

쓰면 지우라 하고

지우면 어색해진다는

푸념 아래서

우리는 같이 늙어간다


읽고,

고치고,

보태고,

다시 읽는다


그 사이에

세계는 어두워지고,

그 어둠 속에서

바쁘고 치열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글을 마주하고

늦은 밤까지

지리한 자리를 버틸 수 있도록

글 옆에 다소곳이 선

멕시코 치아파스,

너에게 감사한다


밤이 깊어서인지

언제 들었던

앞 개울물 소리,

글로 되살아나면

내리던 비도

모두 잠든다


글이 끝나고

후회가 몰려와도

나의 텁텁한 하루를

후회 없이

잘 털어버린다


글,

끊어지지 않는

나의 밥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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