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후 詩 12. 모임후기

by 푸른킴

목적이 있는 모임도

밥부터,

밥이 목적의 목적


“정열의 사라짐으로

사랑은 열리움이라.”


태초에 정해진 질서처럼

키오스크 앞에서 한 사람

겸손히

자기 메뉴 주문하고,

마지막엔 두 사람

같은 메뉴 입력

밥 앞에서 따로와 같이는

운명이 아닌,

지고한 선택


목적이 있는 모임

머물러야 할 카페로,

후식은 밥이 아니어서

찌는 더위도

검색의 손과

탐색의 발엔

슬며시 눈돌림


하지만 가끔,

선택한 필연

빗나갈 리는 없다지만

이번엔 우연에 양보


우리는

정주자 아닌,

길과 길 사이에 놓인

낯선 공간의 임시거류자

필연으로 정했던 곳을 떠나

유유히,

태양의 광야 너머

검은 오아시스로


목적은 길이 아니라

방향인 것을,

온몸 시원한

까페로 들어갈 때

깨달음,

웃음


그러니

운명은 정해진 길이 아니라

개척해내는 지향,

손이 나아가는 거기


그래,

뜨거움 사라진 태양

낙엽, 그 계절이

열리우고

그 날이 다시 오면,


우리는

스스로,

밥을 찾고

카페를 헤매다

결국

미소짓던 이 우연의 승리

다시 자축하리니—


식탁에 새로 놓일

전채를 꿈꾸며,


아무리 열사의 시대라도

다시,

목적 있는 그 모임—

그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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