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드리는 기도
‘틈에 빛나는 그리스도’

by 푸른킴

하늘의 하나님,

맑고 파란 겨울 하늘 아래

마침내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과 땅, 그 거대한 틈—

삶과 죽음 그 깊은 혼든,

빛나는 별이 멈춰 선 그 땅구석에서

‘처음 지혜’는

부드러운 걸음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밤을 지나니

아침이 이미 와 있습니다.


땅의 하나님,

삶과 죽음 사이, 깊게 파인 틈에

‘처음 지혜’가 빛나고 있습니다.


그 빛은 낮고 가난합니다.

겸손하고, 은은합니다.

그 빛은 긍휼 하며 관대합니다.

냉철하고, 날카롭습니다.

그 빛은 고요하며 역동합니다.

침묵하며 포효합니다.

그러나 멈추지 않습니다.

그 밤 인간의 어리석은 땅 위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의 하나님,

어둠은 아직 빛 틈에 잔존합니다.

어둠은 빛의 그림자입니다.

어둠은 끈질기고, 견고합니다.


어둠으로써 빛은 더 선명해지고,

빛으로써 어둠을 경계하시려는 섭리는

여전히 내 몸에 헐렁한 옷 같습니다.

땅과 하늘의 하나님,

선은 악과 공존하고,

악은 선으로 당연히 분쇄되지 않는 하늘의 뜻은

가보지 못한 먼 길을 상상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어긋한 섭리가

이 땅에서 완전히 이뤄지기까지는

미답의 광야에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땅과 하늘, 그 틈에 계신 하나님,

그런데도 아직

내게 믿을 힘을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한 아이가

어둠에 틈을 내어 들어왔습니다.

저 미세한 틈 사이로

빛이 들어왔습니다.


어둠의 걸음은

빛 앞에서 멈추고,

빛은 어둠을

끝까지 제어할 것입니다.

마지막 어둠 한 가루까지

빛으로 변혁할 것입니다.


여전히 나는 믿을 수 있습니다.

몸을 입고 세계에 내던져진 ‘처음 지혜’가

어둠의 세계에서 빛나는 등대이며,

검은 바다에서 환한 불빛이라는 것을.

마침내

어둠에 덮인 세계는 균열하고

끝내 전율합니다.

흔들리는 나의 세계는 정돈하고

끝내 희열 합니다.

그 고결한 분투는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온 세계, 삶과 죽음이 뒤엉킨 이 세계에

틈마다 계신 하나님,

아기 예수가 자라

청년 예수가 된 날에 드릴 말씀을

미리 고백합니다.


“어둠에 틈을 내며

빛으로 걸었던 그 길을

나도 비틀거리면서도

‘뒤따라’ 걷겠습니다.”


그 서툰 다짐, 이 미숙한 동행이

나의 마지막 날에도 나의 야훼, 당신께 드릴

한결같은 고귀한 선물이길 바랍니다.

오늘,

여전히 어리석은 인간의 땅 위로 빛나는

아름다운 나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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