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풀(PUL, 草)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연결하여 하나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도구.
풀의 기능은 떨어지지 않는 강한 접착력이다.
사람의 관계에도 풀이 필요하다. 좋은 풀은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기도해 주는 일(Pray), 이해하는 마음 (Understanding), 배려하는 사랑(Love)이다.
그 관계는 늘 풀과같이 푸르다.
한 때, '푸른'과 '파란'을 같은 색으로 알고 있었다. 어느 날 '푸른'이 '풀의 빛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슨 이유인지 안도하는 숨을 내쉰 적이 있다.
풀이 간직하고 있는 초록색은 관계를 상징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을 말하기도 하고, 일과 사람 사이에 안정된 삶을 표현하며, 사람과 신 사이에 신앙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들 상호간 관계를 견고하게 유지한다는 느낌이다. 마치 끈끈한 접착제 같은 '풀'같다.
어느 겨울 눈이 내린 산길을 걸었다. 길 옆으로 계절내내 푸르렀을 풀들을 눈이 덮어버렸다. 눈이 내리누르는 자리에서 풀들은 푸석해지고 퇴색해버렸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풀들이 늘 겪어야 하는 삶의 방식이다. 겨울이 오면 그 혹독한 도전에 자신의 색을 기꺼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풀이 자기 삶을 끝내지는 않았다. 다음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다시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풀 속에 깃든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선명하다.
사람과 사람, 일과 사람 관계도 가끔 겨울같이 느슨해지거나 심지어 멀리 거리두는 시간이 올 때가 있다. 아쉽고, 당황스럽다. 모든 사랑을 기울여 유지한 관계가 퇴락할 수도 있다. 낙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삶은 시간이 돌아오면 되살아나는 푸른 풀같다. 언제나 강력한 생명력으로 살아날 것이다. 아직 봄이 끝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