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후 나의 삶 詩 4. 세월이 오면

by 푸른킴

알람을 울리지 않고 깨어난 날,

뿌듯하다가 알았다

내 몸이

스스로 깨어나고

아침을 소리로 흔들지 않는 건

그저 세월이 가르쳐준, 헐거운 배려


세월이 오면 몸엔

낯선 언어 살아나

굳이 애쓰지 않아도,

느슨해진 근육,

늘여진 호흡 사이로

천천히 흐르는

익숙하면서 낯선 타인의 모국어


나도 잊었던 나라는 타인이

한 몸에서 처음부터 살아왔던

쌍둥이 언어

알면서도 알아듣기 힘든 발음,

소리 내면서도 이해 못 하는 문장ㅡ


그래도,

받아들이자.


세월이

낯선 나이 실어오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낯설어진 그 모순에

나의 깨움을 맡겨보자,

익숙한 버릇처럼,

능숙한 말투처럼,

나의 새로움을 환대하자


즐겁게ㅡ

나의 야누스

두 팔 벌려 안아보자


불쑥

가을이 오더라도

늙어가는

내 몸의 외국어,

잊힌 언어의

귀환을 환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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