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18-365
‘사람이 너무 야무져서 얄미울 정도다’
1.
예전 나의 서재 월서각(越書閣)
마당의 한 편에는 오래된 매실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마른 가지 하나둘 늘어도 해마다 흰 매화 피고 지면
어김없이 연녹색 매실 다닥다닥 열렸다.
어느 해 봄
매실 따다 청을 만들어
가을 겨울 상큼한 호사를 누렸다.
이제
당차고 푸릇한 그 매실나무가 죽음처럼 사라졌으니
추억에서만 흘깃거린다.
2.
‘매실하다’라는 말이 있었다.
매실매실하다에서 줄어든 것 같다.
이 말은 ‘옹골차다’와 연관된다.
‘옹골차다’가
'실속있게 속이 꽉 차다. 튼실하고 기운차다.'이니
매실을 그대로 헤쳐놓은 것 같다.
이렇게 더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지만
그 뜻은 버젓이 살아있다.
3.
'매실매실하다’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배실배실 웃는 모습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되바라져서 힘들 정도로 얄밉다’라고 쓰기도 한다.
‘매실하다’에 매실 하나 덧붙인 ‘매실매실하다’가
과도하게 얄미운 삶을 표현했다.
하지만,
‘매실매실하다’에서 매실 하나 떼어버린 ‘매실하다’는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딱 맞는 얄미움을 표현했다.
어쩌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4.
지나침이 모자람과 같을 리는 없지만, 공자는
지나침과 모자람을 달리 볼 수 없었으리라.
여린 꽃잎에 과실이 많이 맺힌 과실을 떠올리는
‘매실매실’보다는
그저 하나라도
옹골찬 ‘매실’한 삶이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