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엄마의 눈은 반짝였고 받아 적기도 벅찰 만큼 신이 나 있다. 엄마는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 집에 살던 시절도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예전에 어떤 배우의 인터뷰를 봤다.
"단 한번도 엄마가 돌아가시는 것을 상상도 해 본적이 없어요. 엄마는 그냥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계신 줄 알았죠." 전화기 앞 수첩 속 엄마의 편지도 그랬다.
할머니에게 쓴 그 편지는 꿈결 속에서 쓴 것 마냥 얼룩져있었다. 엉엉 울어 뿌옇게 된 눈을 한 채, 엉겁결에 잡은 펜으로, 세월에도 무뎌지지 않아 드문드문 흘린 눈물을 훔치다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종이가 따뜻한 걸 보니 손으로 닦기에는 차고 넘치는 그리움이었던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