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S Jun 08. 2022

기억하고 행동하도록 돕는, 예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국립극단의  연극 <기후비상사태 : 리허설> 을 보고



기후위기에 대한 많은 소식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것을 바로 나의 문제, 내 비상사태로 여기기는 쉽지 않다.


기후위기 관련 연극을 올릴 기회를 얻은  '기후비상사태 : 리허설'의 연출가/작가도 그러하였나보다. 공연을 위해 적잖은 강연과 책을 읽어도 '나의 위기에 기후 위기는 없었다'는 솔직한 고백과 그 가운데 했던 고민들이 상당 부분 작품에 반영되어 었다. 자기고백작이며 어디까지가 경험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다큐멘터리 연극 방식의 낯섦이 혼란스럽게 다가온 부분도 있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기후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는 것보다 훨씬 인상깊을 수 있는.


공연에는 배우 본인부터 작가와 작가의 지인, 과학자와 툰베리와 디카프리오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하나 그들과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기보다는, 각자가 경험하고 느끼는 다양한 상황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십여명의 배우들이 인류가 자연과 어떠한 관계를 맺었는지부터 시작하여, 기후위기를 어떻게 스스로 받아들이고 전달해야할지 작가와 배우가 관객에게 고민을 던지기도 한다.  또한 기후위기외에도 암호화폐 투자/부동산 가격 변동/블랙록의 주주서한/로켓배송 등 작가의 직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여러 이슈도 함께 보여주며, 기후위기를 독립된 이슈가 아니라 전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렇게 다른 분야에서도 보이는 인간의 욕망이 기후위기의 원인임을 일깨워 주고, 기후위기가 우리 삶의 다른 분야와 연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올 1월 광주 아파트 붕괴현장을 찾아갔을 때와 '유류세 인하를 인류세 인하로 잘못 읽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광주아파트에 관심있는 지인 그리고 유족들과 함께 했던 상황들을 통해 계속해서 연대하는 삶의 필요성을, 유류세와 인류세가 보여주는 라임을 통해 우리가 무언가의 희생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음을 떠올리게 해 준다.


작가가 고민 끝에 초고를 넘긴 후 환경 문제의 현장을 방문하기 원하여 ,기후위기 활동가들과 4박 5일을 함께 한 내용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물론 그 과정을 아름답고 거룩하게 과장해서 표현하지만은 않는다. 이미 알던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이 장소에 왜 왔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하며, 당연하게도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신공항 예정지 활동가/발전소 노동자/핵발전소 부근 항구 등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후위기는 오래 보아야 내 삶과 좀 더 연결되고,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던질 때 누군가의 삶에 공명을 줌을 깨닫게 해 준다.



극 시작과 중간에 의도적으로 암전이 적잖게 등장(대사와 음향은 들린다)한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환경이겠으나 연극이라는 특서에 맞게 멈춤과 멸망,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불려들릴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인천을 베이스로 활동해온 작가의 작품이고 관련된 에피소드도 나오기에, 개인적으로 인천의 애정에 많은 나로서는 반가웠다. 강의/영상/랩/행위예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는데, 연극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메시지를 다각도로 받아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인상적이지만 때로는 너무 과하고 산만하다는 느낌도 들기도 한다. (메타 시어터/다큐멘터리 연극 방식을 지금처럼 할 거면, 배우를 좀 줄여서 집중도를 높이는게 더 좋았을 듯 하다.)


일반적인 연극의 구성을 기대했다면 당황했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 구성의 거칠음도 느껴졌지만, 몇 번의 암전 그리고 배우들이 건내는 이야기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해 공연장을 나간 후에도 더 오래 생각할 수 있게 된 듯 하다. 연출가 인터뷰에도 나온 것처럼, 과학이 많은 정보와 통계를 줄 수 있어도 실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예술의 역할일 수 있다. 살아가면서 엔트로피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표현되는 과정과 이야기 모두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좀 더 가깝게 느끼고 각자의 방식으로 행동의 발자욱으로 이어지게 하는 예술이 좀 더 많아지고 자연스러지기를 바란다.    


#연극 #공연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


#기후비상사태 #기후비상사태_리허설

작가의 이전글 2022 생일기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