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S Jun 24. 2017

여행이 아니었던, 제주의 기억

'아는 사람'에게 '친한 사람'을 기대하지 말자

아홉번째 제주.

유명한 장소보다는, 알던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자주 가던 해변과 숲길 대신에, 도시의 삶을 경험하고 싶었다.

비행기와 렌트카 대신,  배와 대중교통으로 다니고 싶었다. 
그렇게 보낸 제주의 기억을 공유하자면....  




1. 숫자로 정리한 4일    

- 이동수단 : 버스 20회, 택시 4회, 지인의 차 1회 
- 만난 사람 : 제주 거주자 2명, 육지 방문자 4명 

- 방문한 장소 

   * 6월 16일 세 곳 (오설록뮤지엄, 오픈컬리지 제주, Playce)

   * 6월 17일 네 곳(제주남이섬, 우유부단, 코딩캠프, 우유부단 크림공작소) 

   * 6월 18일 네 곳(넥슨컴퓨터박물관, 이중섭거리 카페, 신제주 스벅, 닐모리동동)

   * 6월 19일 세 곳(제이스페이스, 탑동 카페, 닐모리동동)


2. 도시여행자의 경험  

서울에서도 시간 있을 때면 종종 멀리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길거리 풍경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제주에서도 처음으로 버스를 타며 제주 도심을 비롯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해변과 산과 오름을 다닐 때는 몰랐던 모습들 


- 지폐로 가득한 버스기사님 옆자리 : 목포와 달리 제주에서 티머니 교통카드가 되기에 서울과 다른 것이 없구나 했는데, 계속 버스를 타다보니 현금을 내는 분이 상당히 많았다.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기사님 옆에는 1000원 5000원짜리 지폐가 수북히 쌓인 통이 있었다. 물론 시외버스 요금이 3300원이라고 하지만,  서울에서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10000원짜리 지폐를 내는 승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거슬러주셨다.


나중에 김종현님 에게 들어보니 제주 버스에서 사용가능한 교통카드는 도입된지 시간이 좀 지났으나,

서울과 호환되는 티머니가 적용된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원인일 듯.

그렇더라도 현금이 듬뿍 담겨 있는 바구니와 거스름돈을 주고 받는 과정은, 마치 회수권이나 토큰처럼 정겨운 모습이었다.(제주가 시골이라든지 뭐 그런 의미는 아니다)


- 당황스러웠던 유흥주점  : 신제주(연동, 노형동 등) 등 제주의 중심가를 버스로 자주 지났는데, 생각보다 유흥주점/노래방이 굉장히 많았다. 아무리 최근 땅값이 엄청나게 오르고 관광객들이 많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지고 있었던 제주에 대한 이미지와 달라서 우울했다. 


이것 역시 김종현 님에게 물어보니 원래 표선 지역이 전국에서 티켓다방 밀도가 가장 높았을 만큼, 안타깝지만 제주가 기존부터 가졌던 특성이라고 한다. 과거 귤농사가 메인이던 시절 농사가 끝나고 받은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했던 분들이 많은 시간을 티켓다방에서 보냈는데, 제주 토박이들이 지가가 오르면서 중심가에도 유흥주점들이 지금처럼 증가하게 되었다고. 그래 제주만 특별하기를 바랬던 건 내 욕심이지 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제주의 중심가, 탑동 :   애정하는 박인 님의 추천으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코워킹스페이스 제이스페이스를 갔는데... 와, 이건 왠만한 서울의 코워킹스페이스보다 훨씬 좋잖아.



공간도 관스럽지 않게 편안하고,  근처에 괜찮은 카페와 식당 소개도 잘 되어있고,
핸드폰 고장으로 충전기의 노예로 살던 나에게는 감사하게 콘센트도 많고..
제주스러운 느낌에, 왠지 이 곳에 있으면 일할 맛이 날 것 같았다.
이것 역시(ㅋㅋㅋㅋ) 김종현 님에게 들으니 제주지역 담당인 카카오의 작품으로, 아직 가성비는 나오고 있지 않다고...     그럼에도 나처럼 외지에서 온 공간탐구자에게는 매우 고마웠던 공간.


역시 lynn 님의 추천이었던 신제주 스벅은 오래 있어도 눈치는 보이지 않겠다 하면서도, 무언가 중국인들에게 점령당한 느낌. 그래도 탑동 부근의 괜챃은 공간이 많아 보여서, 정말로 제주 도심 투어를 테마로 방문해도 괜챃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3. 로컬과 변화가 공존하는 제주 


- 제주 본연의 느낌을 희망하는 제주남이섬 : 현재의 남이섬 컨셉에 많은 공을 세우신 강우현 대표님 기사를 읽고 방문한 제주남이섬. 제주 자연 본연의 느낌을 살리며 그 안에 상상력을 더하기 위해 느리게느리게 만들어가고 계신데....  골프장과 테마파크보다는 제주의 본모습을 스토리와 함께 즐기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대안일 듯 하나.... 전반적인 상업화의 흐름을 대항할 원동력이 될지는...


- 제주와 함께하는 우유부단/닐모리동동 : 제주 해석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김종현 님이 운영하는 식당/.
이 역시 자세히 들어보니(ㅋㅋㅋㅋ)
 * 우유부단은 맥그린치 신부님이 60년대 제주에서 빈곤을 몰아내기 위해  이시돌목장에서 생산하는 고품질/고가의 유기농 우유의 판로를 찾기 위해 
*  우유부단 크림공작소는 더 찾기 가까운 공간에서, 우유 아이스크림과 그 가운데 만들어지는 생크림 제품을 나누기 위해(제주올레 안내소도 함께 위치)

* 닐모리동동은  제주를 담은 인테리어, 제주와 가까운 메뉴, 제주의 문화 다양성을 테마로 한 문화카페입니다.


 


김종현 님이 워낙 컨셉을 잘 잡고 운영하셔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제주에 매력적인 공간들이 점차 많이 생겨나고 있으나, 앞으로도 제주다움/제주스러움을 계속해서 만나시길 원한다면, 로컬의 매력과 변화의 활력이 함께 잘 살아있는 위의 세 가게를 꼭 찾아주신다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



4. '아는 사람'에게 '친한 사람'을 기대하지 말자.


이번 제주의 목적은 '아무 계획없이 대중교통을 많이 타며 제주에 사는 지인들을 만나자' 였다.

내가 생각한 제주에서 만날만한 지인은 5명. 
하지만 2분은 내가 방문한 기간 중 서울에 있게 되었고, 

1분은 만나기로 했던 기간에 그 분의 회사에 달님이 오시면서 

결국 처음 잡았던 테마가 민망하게 2명만 만나고 돌아왔다.

오히려 육지에서 지내는 사람을 4명 - 2명은 우연히 만나 인사, 2명은 약속잡고 식사 - 을 만나,
 약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못 뵌분들은 어찌보면 친하다기보다 아는 사람. 

일정 공유를 하긴 했지만 나와의 만남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사람들.

그래서 느꼈다. '아는 사람'에게 '친한 사람'을 기대하지 말자.

절대 오해하지 마시길. 그 분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 분들은 제주 관련 정보를 주는 등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분들의 일상을 변경시켜야할 만큼, 나와의 관계가 깊지 않았던 것 뿐. 

나 역시 항상 모든 '아는 사람'들에게 '친한 사람'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는 못하지 않는가.


적당한 기대치를 가질 때 실망도 더하고, 
오히려 예상치 못한 인연에 감사할 수도 있다.

( 식사를 나웠던 두 분도 그렇고, 기승전 김종현 님 같지만 오프에서 1:1로 뵌 적은 한 번도 없었음에도 매우 많은 도움을 주셨다)




제주에서 꼭 많은 걸 하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건 많답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