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살롱" 후기: 사람-공간-철학의 Fit이 맞는다면 그럴 거에요
'도입부'부터 세게 이야기하자면,
"그 오피스, 일할 맛 나나요" 아티클만 읽었을 때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매우 바쁜 시기에 읽었고 관련 분야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았음이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여러 오피스(회사)들의 나열 방식 구성처럼 다가와서, 기존 구매했던 프로젝트의 개별 콘텐츠와 비교하여 부분에서 인사이트가 잘 정리되어 전달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오프라인 모임 '남의집 살롱'에 참석하여 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만(?)이 해소되며 이 프로젝트가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결국 '사람과 철학과 공간이 같은 가치를 가지고 이어지느냐, Allignment가 되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일할 맛 나는 오피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정답(The Answer)인 공간'은 존재하기 어렵다. 추구하는 가치가 유사한 사람들끼리 모였다면 공간도 그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 그래서 우리는 누구인지 알고 무엇을 잘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그에 맞는 공간과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부분이 잘 정리되고 합의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멋진 사례를 조사하더라도, 정체성을 살리고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하는 공간과 환경을 만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리포트의 저자들도 어쩌면 살짝 막연한 마음으로 이 여행을 떠났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회사(점)들을 방문하면서 관통하는 정답을 (선)들을 찾았던 것 아닐까.
리포트를 직접 보시라고(저는 퍼블리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상도의를 준수합니다. 리포트를 보기 원하시는 분은 멤버십 가입을 하시면 됩니다...) 개별/ 회사들의 내용을 자세히 적지는 않지만, 에어비엔비/아마존/나이키/페이스북/위워크/스타벅스 등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브랜드의 오피스를 보아도, 공간구성이나 인테리어 면에서 공통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흔히 관심을 갖는 건축물 크기나 개별 사무실의 구성, 식당이나 휴게시설이 아니라, 그 회사의 지향점에 맞게 지어졌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래서 사옥을 일컬어 '경영진의 마지막 취미'라고 비꼬기도 한다. 좋은 안목을 지닌 경영진이 만드는 공간은 그곳이 공장이든, 오피스든 멋질 확률이 높다.... 오피스는 크게 세 그룹의 요구(needs)가 존재하는 곳이다. 하나는 외부에서 보는 기업의 이미지, 즉 브랜딩에 대한 요구, 그리고 경영진의 생각과 철학을 반영하는 요구,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직원)들의 요구" '프롤로그 : 오피스의 사용자는 누구일까'에서 발췌
세 그룹의 요구를 균형있게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아닌,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모두에게 불만을 듣는 공간이 된다. 결국 자기 정체성이 뚜렷하고 그것을 확장시키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오피스의 공간구성뿐만 아니라 업무환경,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가 어우려져 시너지가 날 수 있다.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가 더해져 하나의 회사, 하나의 메시지, 하나의 철학을 만들어 나간다. 그것이 때로는 아무 때나 스포츠를 하는 룰이 되기도 하고, 맛있게 제공되는 밥이기도 하다. 신기하게 회사마다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다들 달랐다. 일부러 다르게 한 게 아니라 태생이 달랐던 거다" ' 에필로그 : 그래서 좋은 오피스란'에서 발췌
전세계에서 체험을 선사하는 호스트를 중시하기에 그들을 잊지 않도록 공간공간마다 관련된 디테일을 담고, 개인공간보다는 밖에서 일하도록 권장하는공간을 구성한 A사.
스포츠와 그 유산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 가득하고, 마치 프로스포츠처럼 개개인의 프로의식을 강조하는(때로는 그래서 더 무섭기도 한) N사.
세상을 연결하겠다는 그들의 신념처럼 회사도 진짜 하나의 마을로 만들고, 그들의 핵심인 Hacker 정신처럼 공간도 처음부터 완성픔을 만들기보다 필요에 따라 Lean하게 변화해나가는 F사.
일하는 사람들과 조직들이 부딪치고 만나며 만들어지는 새로운 화학작용이야말로 진정한 공유 오피스의 힘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W사 등.
한 회사 한 회사 모두 자신만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오피스를 구성했고,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할 때 조금 더 일할 맛이 나지 않았을까.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책상에만 꽂혀 있고 전체에 퍼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결국 자기중심과 목적이 없다며 다양한 제도와 규칙과 방식을 따라해도 자연스레 내면화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까 좋은 오피스를 만들려고 벤치마킹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답은 내부에 있다. 우리처럼 멀리 오피스 투어를 가지 말고 더 많은 시간을 '우리가 좋아하는 것, 추구하는 것'에 대해 토론해보자. 말로만 듣기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능할 수 있는 것, 남들 듣기 좋은 게 아닌 솔직한 이야기, 대표부터 직원까지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보기 바란다." 에필로그 : 그래서 좋은 오피스란'에서 발췌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다양한 일들을 해 보았지만 2017년 하반기 처음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며, 공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세부 항목들에 좀 더 집착한 감이 있다. 물론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이해관계자들과 원활히 대응하는 부분 - 건물주와 잘 협상을 하고, 공사하는 분들과 공통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으며, 단가와 견적과 일정을 잘 맞춰서 진행하는 등 - 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왜 이런 공간을 만드는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가치를 나누고 싶은가를 소흘히 한다면, 결국 그저그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공간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어쩌면, 아니 분명히 '그 오피스 일할 맛 나나요' 오프라인 모임도 '남의 집 프로젝트'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느낌. 참석자들을 환대하고, 분위기를 업할 맥주와 아침이슬(참이슬 아닙니다)과 커피를 준비하고, 솔직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와 공간을 만들어가는 저자들을 보며 나 역시 마음이 즐거워졌다.
물론 조직문화 탐구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상황상, 그리고 바로 전 주에 참여한 퍼블리 오프 모임인 '수평적 조직문화'와 서로 연결되어, '사람-철학(가치)-환경'에 대해 심하게 집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꼭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일할 맛이 나고, 그들에 맞는 문화가 만들어지며, 조직이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람-철학-환경'이 서로 fit한 조직/커뮤니티를 찾고, 응원하고,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
조금 더 성숙하고 성장하며, 2017년 미약하고 부족했던 활동들을 밑거름삼아 2018년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퍼블리 오프라인 모임 등의 기회를 통해, 비슷한 철학을 보다 풍성하게 할 사람들을 만난고 한걸은 한걸음 이루어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