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S Dec 29. 2017

UX 관점에서 바라본 청계천 시민참여 프로그램  

청계천페스티벌류/아트업서울의 시민참여 프로그램 화이트큐브를 중심으로

* 제목은 무슨 논문 같지만....  금주는 밀린 글들 정리 기간. 10월 행사에 후기를 이제서야 남깁니다.                                                                    

지난 10월, 청계천에서 '청계천페스티벌류/아트업서울' 행사 진행에 참여하였습니다.

시민들이 청계천을 거닐며 예술가들의 영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을 배치한 행사로,  저는 어쩌다 보니 그 중 화이트큐브(시민들이 재활용판넬에 자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흰 색 큰 큐브에 붙이는 프로그램)을 담당해서 운영했죠.   

오랜만에 외부행사여서 어색한 감도 있었지만, 그런데 행사를 하다보니, 전체적인 공간 및 동선 배치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전적 의미와 정확히 맞지는 않으나, 제가 이해하는 선에서, UX 관점에서 프러그램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생각했던 점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밤과 낮의 행사 모습. '작가들의 방'을 중심으로. 


* 기본적인 배치 설명  

청계천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에서 페스티벌이 진행되었습니다. 모전교를 기준으로 12개의 '작가들의 방'이 배치되어 있고, 작가미술장터를 지나 '화이트 큐브'와 '인포부스'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화이트큐브'의 크기는  2.4M*2.4M*2.4M, 모전교에서 광통교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좌측에는 재활용판넬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테이블 공간, 우측에는 그림을 붙여서 전시할 수 있는 화이트큐브로 배치하였습니다.

앉아서 그림을 그린 후, 밖은 기하학적 모양이요 안은 액자와 소파를 프린트한 큐브에 그림을 붙이는 것이었죠. 


 

* 보행자들의 특성

평일은 오전 일찍에는 외국인 관광객 중심이다가 점심시간에는 직장인 부대(?)가 적잖게 지나다니시고요, 오후에는 다시 외국인들이 많고(숫자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국가와 목적으로),  저녁에는 가족/친구/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습니다.

주말에는 그 여유로움과 다양한 행사가 일어나는 청계천의 특성 등으로 인해, 점심 시간 정도까지는 한가하다가  3시 이후부터 가족을 중심으로 산책나온 시민들이 꽤 많습니다.


* 다시 한 번 깨달은 점  : 사람들은 주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공급자 관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걷다가 자연스레 관련 정보를 보게 되리라 기대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특정 자극이 없다면 열심히 양옆을 보지 않습니다.

화이트큐브는 한 쪽에는 그림작업(?) 공간,  다른 한 쪽은 그림이 전시된 큐브가 위치하여 양쪽을 보아야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구조였어요.  그러므로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 양쪽을 모두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거나, 아니면 별도 노력을 할 필요가 있겠죠. 청계천의 경우, 도로폭이 그렇게 넓지도 않고 구조물들이 차지하는 너비가 있기에,  보행폭이 그닥 넓지 않아 작업공간/전시장이 한 눈에 들어오리라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1주일간 행사를 진행해 보니, 한 방향만 보며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행과 대화하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배치도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 한 쪽에 큐브와 테이블을 함께 배치하였다면?

위의 이유로 인하여 보행자 시선의 중심에 '화이트큐브'가 위치하기 어렵습니다. 모전교에서 오면 바로 전 '작가예술장터'가 좌측에 있고, 진행방향에서는 화이트큐브의 액자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길가에 가운데 있었던 프로그램인, 드리머와 비교하면 차이가 느껴집니다)

조형물인 이 이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주목할 수 밖에 없죠. 그것을 기반으로 벽에 붙어있는 페트병 전등 만들기 행사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요. 

공간상 어쩔 수 없을 수도 있으나, 통로 한 쪽에만 그림과 참여공간을 배치하고, 반대편에는 시원하게 비어주되 큰 크기로 안내문 등을 배치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명확하게 인지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가운데만 보는 사람은 배치상 잡기가 어렵다면(바닥에 무언가를 붙이기도 어렵고) 한쪽만 보아도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통로 양쪽에 분명한 표식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 양쪽을 사용한다면 서로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큐브 쪽에서는 담당자(주로 저였어요)가  바로 앞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을 소개하였고, 
반대편에 그림을 그리는 테이블은 신청서와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종이 받침대를 끼워서 안내하였습니다. 

한 쪽에는 큐브 한 쪽에는 테이블을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드는 생각은....

- 그림 그리는 테이블에서 안내방식 :  위의 사진처럼 , A3/A4 사이즈 종이에 작은 글씨로 소개하는 정도로 진행하였습니다.  안내판 텍스트 사이즈를 키워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거나, 시민들이 판넬에 그렸던 그림 중 Best 몇 개를 배치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조금 더 끄는 방식을 택했다면 어떠하였을까요.

- 화이트 큐브에서의 안내방식 : 장식물 큐브가 있었으나 화이트큐브와 같은 열에 배치되었고 텍스트 위주여서, 다른 각도에서의 시선을 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화이트 큐브만 보고 가신 분은 반대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가실 수 있었죠. 큐브 외부에 한두개의 그림을 붙이거나 큐브 내부의 안내문을 붙이는 방식으로, '바로 여러분이 그린 그림을 이 곳에 붙일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면 어떠하였을까요.  

물론 전체적인 배치 컨셉(몬드리안에 기반한 미니멀리즘 디자인?) 등이 추가적 조치를 하지 않은 주요원인 중 하나였으나, 결국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시도해 볼만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함께 하려면 

프로그램의 특성상, 시민 분들에게 지속적으로 컨셉이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하는지 설명을 드려야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로 부스 앞에 서 있으면서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 분들에게는 '이거 다 지나가시는 시민 분들이 그리신 거에요'를 베이스로 말을 시작했는데....  상황에 따라 때로는 힘을 빼고, 때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했어야 하지 않았나 합니다. 
 
시선이 있는 곳에 사람이 애매하게 서 있으면 답답/불안 등의 이유로 그 방향을 의식적으로 바라보지 않거나 말리 하게 됩니다. 관심이 가는 공간이 있어도, 부담스러운 누군가가 그 앞에 있으면 들어가서 자연스레 관람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부스 안에만 머물지 않고, 부스와 적당한 거리에 있었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부스에 시선을 돌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때 다가가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또한 너무 '쌈마이티'가 나지 않도록, 아무나 붙잡지 않고  한 번 발걸음을 멈추는 등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중심으로 말을 걸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붐비지 않았던 시간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대응했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 인적 구성의 다양성 

청계천 등 공공공간 행사의 상당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이 점은 장도 있지만 단도 있지요. 상대적으로 참여가 쉬운 반면, 취지와 다르게 참여가 제한되는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아트업서울 역시 실제로 뛰어난 그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드로잉 공간에 아이들만 있으면(부모님과 함께) 청년들이나 아이가 없는 어른들은 아이들만을 위한 행사로 알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테이블에 많을 때는 부모님의 의지 등으로 인해 아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으나, 아이들만 있으면 계속 아이들만 몰리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작위적으로,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 등을 활용하여 연령 구성을 다양하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성향상, 어린이집 단체가 왔을 때는 매우 업되었습니다. 2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추억하면 웃음이 나네요.)

이럴 때 행복하였습니다.


* 에코백을 의미있는 Goods로 만들려면.... 

행사를 할 때 '인포데스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제 표현으로는 '사람들이 항상 편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곳으로, 아주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다른 멤버들과 인포의 역할에 대한 차이가 있는듯 하여 개인적 고민도 있었죠 )

아트업에서 데스크의 역할 중 하나는 '에코백'을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화이트큐브에서 가끔은 에코백 설명도 하였으나, 어쩌면 제가 중간에 장애물 역할을 하여 관심을 멀어지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인포데스크'의 위치와 머물렀던 사람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조금 다른 접근을 했으면 어떠하였을까 합니다.  모전교 부근 유동인구가 많은 초입부터 에코백을 걸어놓거나, 중간 정도에 백을 드는 사람이 있거나 작가들의 방 사이에도 DP를 잘 했다면 사람들이 좀 더 익숙해지며 구매의사가 많아지지 않았을까요 .(디자인이 잘 나왔다는 전제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디자인이 별로고 상술만 있는 건 개인적으로 별로거든요)


* 이런 경험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전제는....


무려 사용자경험을 들먹였지만, 그리고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행사를 진행하는 순간순간에도 위와 같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생각을 실천으로 연결하기 어려웠던 타이밍이 있던 이유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오해없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가 사용자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진행하며 변화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잖아요.
구성원 서로에 대한 신뢰/안정감이 있다면 현장에서 생각을 자연스레 표현하며 개선해 나갈 수 있으나, 그런 문화가 아니라면 관계적인 껄끄러움이나 조직의 분위기, 우려되는 후폭푹 등으로 인해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울 수 있죠.


행사를 할 때 공급자 입장이 아닌 참여자 관점에서 접근하며 본래 나누고자 하는 가치가 잘 전달될 수 있기를, 

이를 위해서 내부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며 원칙을 지키되 유연한 주최측(^^)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오피스'에서 일할 맛이 나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