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y 수평적 조직문화 리포트 + 오프라인 모임 후기
저에게 2017년은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하는 해였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관련된 여러 모임을 하고, 하반기부터 처음으로 주5일이 아닌 생활을 하고, 급여 등 물질적 소득을 얻는 기관을 동시에 1곳이 아닌 N곳으로 하였죠. (하지만 전체소득은 작년보다 훨씬 줄어든.... 결혼따워 필요없어.) 그렇게 나름 야심찬 포부 속에 시작하였지만, 저의 꾸준한 불성실(ㅠㅠ)에 아직 공유하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조직문화 탐구생활'에서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했던 것은, 2017년 이런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며 적잖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인연들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들이 쓰신 글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일에 대한 시야를 확장할 수 있고, 더 나은 조직이 결코 허황된 희망, 혼자 꾸는 꿈만은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소중한 인연 중 한 분이 장영학 님입니다. 다른 브런치 포스팅에도 몇 번 소개했지만, 장영학 님의 브런치 와 그 곳에서 소개된 책들을 통해 막연하고 희미했던 문제의식이 뾰족하게 정리될 수 있었고, 공유를 했을 때도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publy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파헤치기' 라는 리포트가 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프라인 결합상품으로 발빠르게 구입하였죠.
유료인 리포트의 핵심내용을 모두 정리하는 건 상도의에 어긋나다고 생각하기에(헤헤),
리포트와 오프라인 모임에서 제가 인상적인 내용들 중심(영학님 브런치에 있는 내용도 가능한 제외)으로 정리해 봅니다
- 회사는 왜 이렇게 운영될 수 밖에 없는가?
- 나는 조직에서, 일의 과정에서 개개인의 가치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원래 조직은 다 그런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점진적으로라도 혹은 급진적으로 바뀔 수 없을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성장/행복/관계 등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다를 수 있지만, 일을 통해 자신만의 푯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인지 돌아본다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은 특정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문화(조직구조, 시스템을 포함한)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살짝 부족합니다. '인사와 조직문화가 만사'라는 말이 좀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조직의 문화는 결국 그 안에 모인 사람 각자의 문화이며, 그 문화의 총합입니다.
조직 차원에서는 그런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개인 차원에서는 나의 '가치와 목적'을 조금 더 실현시킬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직문화에 맞는 사람을 뽑는다기보다, 문화를 풍부하게 성장시켜줄 사람을 뽑으라는 말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 수평적 조직문화는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실체를 모르는' 4차 산업혁명 같은 단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장이 마음깊이 와 닿아서 인용. 마법의 단어 4차 산업혁명 만세!! )
리포트에서 저자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는 목적이 '미래의 성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의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상황에서,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 '성과를 내는 과정' 자체를 건드려야 직원들이 자연스레 몰입도가 증가하고 자기주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의하면서도 '조직' 관점에서 접근이 아니라 '개인' 관점의 접근이 병행되어야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과 삶이 연결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며, 존중/공정성/자기다움 등 제가 중요시하는 '가치'가 담겨있다고 생각하여 수평적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리포트에 조금 더 설명되어있지만, 수평적 조직문화가 수직적 조직구조를 배제하여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수평적 의사소통이 꼭 수평적 의사결정이어야만 하지는 않으니까요.위계가 있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인격과 가치를직급과 동일시해서 보지 않는다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뽑은 소제목이 참 맘에 안 듭니다. 그런데 더 적합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제 생각이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리포트를 읽을 때는, 위의 집그림(컨설턴트들이 애정하는....)을 나침반으로 삼고 읽어야 헤메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 '전제조건'과 '제도와 장치'와 '요소'가 100% 완벽한 곳은 지구상에는 없을 겁니다.(존재한다면 저에게 꼭 알려주세요. 짐싸들고 찾아가겠습니다. 그런데 날 안 받아줄거야) 조직은 유기체이기에 계속 변화의 과정이 있을테고, 저 '조건'들을 기반으로 '제도와 장치'들을 계속 만들어나가며 '요소'들이 발현되도록 해야겠죠.
하지만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우리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그렇게 곧 만들것처럼 너무 설레발을 친다면..... 역효과가 더 클지도 모릅니다. 진단 후 실천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진단조차 안 하는 것보다 더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 적당한 타이밍이 언제일까요.... 그건 뭐 조직마다 다르겠죠(라는 무책임한 말을 남깁니다.) 나 스스로와, 내부에서, 외부에서 소통하며 우리의 특성에 맞는 발화점을 찾아가는게 역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리포트에서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솔직함: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어려운 건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자율성: 무슨 일을 어떤 방법으로, 언제 할 지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존중: 직급이 낮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굳이 컨설팅회사나 외부강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다들 알지만 말하지 못하는 이슈들'을 줄여나가고, '말도 안 되는 상사의 일을 굳이 실천으로 증명한 후 더 좋은 길을 제안'하는 우회로 대신 직진을 선택해도 타인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문화.
- 원칙은 철저하게시 지키되 원칙으로 정해지지 않은 부분은 눈치 볼 필요가 없는 문화.
- 나 자신의 경험과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상대방의 시간과 상황과 특성을 존중하는 문화.
아, 듣기만 해도 아름답고 살아갈 힘이 불끈 돋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유명해진, 성공적인 구글팀의 다섯 가지 요소입니다. (리포트에서 퍼 왔습니다)
Everyone Culture 등의 도서에도 잘 나타나있지만, 명확한 목적(회사의 성장인 경우가 다수인데, 때로는 아닐 때도 있을테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경을 분산시키는 요소들이 적어야 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때, 여러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해서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원칙이 있을 때, 핵심가치에 따라 실제 조직이 운영된다는 것을 보여줄 때, 자질구레한 사항들에 흔들리지 않고 목적을 향해 분명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리포트에는 브리지워터 캐피탈의 사례들이 자주 인용됩니다. 아래 그림처럼 기계의 예시를 들어서 조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 분노하실 수 있습니다. 어찌 감정이 있는 사람을 감히 기계 따위(혹은 인간보다 훨씬 위대하신 기계님) 에게 비교할 수 있느냐 하고 말이죠. 그래서 리포트를 인용해서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기계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풀립니다. 기계를 목표(Goals)를 이루기 위한 장치로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기계는 조직문화를 포함한 설계(Design)와 사람(People) 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계가 만들어낸 산출물(Output)이 목표(Goals)와 얼마나 비슷한지가 이 기계의 성과 판단 기준입니다."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그 기계에 구성요소들은 감정이 없거나 고장나지 않거나 항상 동일한 결괴물을 내거나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위에서 이야기한 심리적 안정감이나 분위기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서로의 감정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를 향해 직진할 때는 방해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뭐 현실은 그렇게 쓰이기도 하죠. 하지만 실제 목적은 그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생의 힘든 순간에 서로의 배려와 위로를 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을 존중하기 위해서도요.
특정 기업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공개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대부분입니다.(때로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저) 어떤 부분은 그 회사에, 어떤 부분은 그 업계에, 어떤 부분은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나누었으나... 참석자들간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의 범위가 더욱 풍성해졌음만은 분명합니다.
아주 살짝, 오프 모임을 통해 제가 느꼈던 점들을 나누면......
- 조직과 개인은 정말 다양하다는 점을 전제해야 오해와 과장 없이 조직문화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 규모/목적/업종/가치 등등에 따라 특성이 다르기에, 모든 조직에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답변을 내놓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지금 시점(As is)의 모습을 알고, 향후 희망(To be)하는 지향점이 명확히 공유되어야만, 어떠한 원칙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며 변화를 경험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제도와 방식만 그대로 카피한다고 동일한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가치와 철학과 사람을 알고, 그에 맞는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 마이크로매니징( 영학님 브런치에 있으니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고....)이 일어날 때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고 대응하느냐도 위와 연계된 숙제겠죠. 마이크로매니징이 조직에서 얼마나 중요한 이슈냐, 대상자가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 구성원들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어떠한가 등등....
-개인과 조직이 '그 사람이 떠날 때가 언제인지 아느냐(알 수 있느냐)'도 중요하게 다루었던 이야기였습니다. 네, 민감한 문제이지요. 조직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고 그 사람이 탁월하게 성장하지 않다면 자의든 타의든 떠나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서로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까요? (모임 때 깊이 다루지는 않았지만) 조직을 나온 사람들이 충분히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도 던지게 됩니다.
결국 개인과 조직과 사회가 잘 합을 맞추면서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야 합니다. 한 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하나의 구성원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어렵습니다.
리포트의 마지막 파트에서 저자는 고민을 말합니다. 수평적 조직을 위한 조건과 상황들은 말했는데, 수직적 조직문화를 가진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는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특별히 위에서 어거지를 놓을 때...) 있기 때문입니다.
네, 저의 짧디짧은 경험으로도 실제 적용과 이론의 이해는 별개의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론으로는 관계와 업무를 분리해야 할 때와 연결해야 할 때를 분리해서 표현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어디까지 개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어디까지 실적으로 판단하기 명확히 구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처럼요.
그래도 이런 조건을 이해하고 실제 필요한 요소들을 알고 실천해 나가려는 분들이 늘어난다면, 변화는 때로는 점진적으로 때로는 급작스럽게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 'Already but not yet' 처럼 말입니다 :)
p.s )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개별 리포트 구매는 이제 할 수 없고요, 멤버십 신청 좌표 를 드리니 이 곳에서 '조직문화'를 비롯한 모든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그러나 저도 멤버십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