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나의 실패담1' 처럼 사건 중심으로 정리
- 살짝 비겁한 안전장치를 하나 만들자면,
* 내가 몸담았던 회사들에 모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 퇴사 전에는 몰랐으나 퇴사하니 보이는 것도 많고, 지금 보면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하던 것도 있다.
* 대부분의 전직장들에 잘 놀라간다(나만큼 전직장을 자주 쭐레쭐레 찾아가는 사람 아직 못 봤다 ㅋㅋ)
2013년까지는 주로 공식적인 루트(공채/헤드헌팅/채용 사이트 공고)를 통해서 입사하였고,
2014년부터는 주로 지인의 추천(내부의 임원급 혹은 긴밀히 연결된 조직)으로 입사하였다.
입사 시점을 기준으로 Top3까지는 아니더라도(그런 곳에 지원하면 탈락하였다),
대부분 나의 희망순위 Top5~Top10 에 들었던 조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회사를 계속 퇴사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명함콜렉터'/'습관성 퇴사'/'넌 어디로 가도 자연스러워' 등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회사를 나온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나의 선택이었고,
그로 인한 유리함(나와 동일선상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정혜윤 님의 '퇴사와 이직이 내게 준 것' 참조)
과 불리함(꾸준하지 못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평판) 모두 나의 몫이라고 생각하기에....
지난 10년을 한 번 정리해 본다.
- 더욱 관심있는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서
- 다른 조직의 운영방식을 경험하고 싶어서 /
- 조직에서 앞으로 닥칠 상황(일 & 관계)에 대한 두려움
- 끈기(회복탄력성)가 부족해서
위의 두 가지는 긍정적, 아래 두 가지는 부정적인 느낌이 좀 더 강하지만....
대부분 비율의 차이일뿐, 위의 네 가지가 모두 섞여 있었다.
- 오지랖 대마왕이어서 내가 관심이 있었던 분야와 회사를 찾아 옮겨다녔었고,
- 일하는 이유, 일이 결정되는 과정, 일이 되어가는 방식에 대하여 무언가 채워지지 못함이 항상 있었고,
- 내 바램과 가치(부족한 역량과 미성숙한 인격을 포함)와 조직이 달라지는 타이밍에서 견딜 자신이 없었고
- 마음을 나누고 같이 변화를 꾸준히 실천해나갈 좋은 사람으로 동료들에게 느껴지지 못하였다.
회사를 다닐 때면 퇴근을 하고도 계속 일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었기에(그러나 효율성은 없었지 ㅠㅠ)
스물다섯부터 서른여섯까지 11년간, 그 시점에서 내 삶의 적지 않은 부분들이었던
회사들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왜 퇴사를 하였는지 돌아보고자 하였다.
1) 언론사 H(2006~2008).
- 입사이유 : 미디어산업에 대한 관심
- 퇴사이유 : 퇴사 시점 일하던 부서가 자회사로 독립하며, 그 일을 계속 하고 싶어서 자회사 선택.
졸업 전 입사한 회사. 1년은 마케팅, 8개월 정도는 교육기획 담당.
공식적으로는 내가 담당한 업무를 좋아해서 퇴사하였지만,
그 전에 마케팅부서에서 교육기획으로 옮길 때도 퇴사를 희망하자 위에서 옮겨준 것이었다.
당시 퇴사 이유는 주로 개인사에서 비롯된 무력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겠으나, 그 당시 가졌던 치기로 나와 회사의 일에 대한 실망감이 함께 있었으며 (산업에 대한 전망과 내 바램보다 부족한 나의 모습),
결정적인 이유는 개인사로 인하여 일하던 공간에 대한 포비아가 생겨났음.
남의 떡이 더 커 보였는지, 다른회사를 지원하여 본 적도 있었다.
(10년 지났으니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도 여파가 없겠지 ㅎㅎㅎ)
약간의 딴 이야기. 조심스럽지만 회사를 자주 옮긴 입장에서는,
그래도 첫 회사가 공채기수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감사.
지금 연락해도 그닥 어색하지 않고, 그 후의 경력 등으로 들어간 조직들과 달리
편하게 '형/누나/야'라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작년에 입사 10주년 기념 여행도 꼽싸리 껴서 다녀왔으니까)
아무튼 첫 회사 퇴사 시점에서는, 다시 본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 공간과 업무가 애매하게 느껴졌고, 교육에서 무언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2) 교육회사 H사(2008~2009)
- 입사이유 : 업무가 맞은 부분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기획이 현실화되는 것이 좋았다.
- 퇴사이유 : 유학을 가기 위해서. 내가 할만큼 했다고 생각.
우리가 하는 교육사업은 꿈을 파는 곳이라는 당시 대표의 말에 공감.
사업적 관점에서만 보면 그 꿈이 실제 이루어질수도 있고 안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나는 그 꿈이 이루어지게 하고 싶었다.
일이 좋았다. 지금 표현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에 가까운,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숫자로 보여지는 점도 좋았고,
기획을 배우는 것도, 내가 나무만 볼 때 누군가 숲을 제시해 주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밥 먹을 때 일 이야기하는 것도 매우 좋아하였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정말 싫었을 듯)
일과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도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생갛간 듯 하다.
- 대표와 직접 소통했고(중간단계를 건너뜀. 그 때는 그게 편했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 가운데 있던 누군가는 불편했을 것이다)
- 어떤 한 분야보다 Free-Role을 맡기면 잘 하겠다는 생각을 했으면(일에 대한 책임감은 있고 전체를 보는 안목이 있다고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일만 보고 관계는 감안하지 못했을 수도)
- 나보다 낮은 역할에 있는 동료가 내 판단에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분노(위계구조에 대한 생각의 시발점)했다.
위의 이야기처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학에 대한 준비가 가장 큰 원인이였으나,
시기의 조정에는 두려움이 분명 있었다. 내가 담당했던 일을 앞으로는 잘 하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이쯤에서 나는 빠져나오고 싶다는 비겁함이 섞인 마음.
3) 온라인서점 Y사(2010~2011)
- 입사이유 : 유학의 연기 후 관심있던 회사(책문화)에서 관심있는 업무(소셜미디어)를 할 수 있어서.
- 퇴사이유 : 연기된 유학을 가기 위하여. 막판에는 2)와 비슷한 이유 등으로 퇴사 시점 앞당김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이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음.
내부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지만(돌아보면 일정부분 의도적ㅇ었으나... 내 잘못입니다)
외부와는 여러 프로젝트를 하였던 시절.
24데이나 출판사 퀴즈, 기업트위터연계모임 트임 등 진행.
회장님의 판단이 절대적이긴 하였으나, 그래도 자유로운 분위기는 있었음.
돌아본 후 생각하면, 그 때는 서비스기획이 뭔지 개념도 없던 시절.
유학준비(결국에는 나의 실패담의 상황처럼 되기는 하였으나....)도 원인이기는 하였으나,
벌려놓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 원래 계획보다 한달 먼저 그만두었던 이유 중 하나.
4) 공익포털 H사(2013)
- 입사이유 : 공익과 관련하여 관심을 가졌고 한 번 일해보고 싶던 곳.
- 퇴사이유 : 팀의 해체. 내가 공감했던 팀장님과 대표님의 방향의 차이(라고 그 때는 생각했다....)
처음 들어갈 때 팀장님과 팀의 방향에 가슴이 뛰어서 들어갔는데,
진행을 하면서 팀의 방향과 대표님의 방향이 차이가 생겼다(고 그 때는 생각했고...)
결국 결국 대표님의 방향으로 가면서 팀장님을 비롯한 팀원들이 그만두면서 나도 그만두는 선택을 하였다(라고 말하지만 결국 나의 선택이다....)
퇴사 2개월 정도 전에 팀이 개편되었지만, 그 때는 다른 팀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 때도 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팀들간의 적당한 갈등(평균치였던 것 같다)을 불편해했고,
지금 보면 어리석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방향성이 잘못되었고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5) PR회사 P사(2013~2014)
- 입사이유 : 기존에 만들어졌던 콘텐츠를 대한 관심과 기대.
- 퇴사이유 : 입사 때 이야기했던 방향과 다르게 사업범위가 결정
회색으로 염색하고 면접보았던 회사 ㅎㅎ
소셜미디어나 미디어 산업 관련 작성했던 콘텐츠가 상당히 양질이어서 좋아했다.
면접을 보았던 대표는 나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였으나,
입사 1주일만에 대표가 그만두면서 나에게 약속했던 방향으로 회사는 운영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내가 관심을 가졌던 콘텐츠는 더 이상 기획/제작되기 어려웠다.
(남자화장실의 위치도 나를 당황하게 했던 이유 중 하나임)
컨설턴트라는 명함으로 몇개월 더 일을 하였고 사람들도 좋았으나,
공공기관 중심에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으로 가면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약간의 논의 후 결국 퇴사를 선택
6) 정부산하기관 B사 (2014)
- 입사이유 : 집에서 걸어서 5분. '부천시민'으로서의 정체성
- 퇴사이유 : 처음부터 2개월만 계약.
이 곳부터 주로 지인추천으로 이동.
5) 회사를 놀러갔다가 클라이언트인 6)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급투입.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때는 할까말까 했으나, 집에서 걸어서 5분인 곳에서 언제 일해볼까 하여서....
애초에 퇴사자 땜빵으로 들어갔고 적당범위에서 진행하였는데(뭐 바이럴마케팅을 잘 몰랐기에
이슈가 생기기도 했으나) 적당한 선에서 일을 하였는데....
축제사무국 시스템이 애매해서인지, 아니면 지속되었던 나의 관계맺음 이슈였는지...
축제 이후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보이고 다들 놀고 있는 듯해 보이는 그 느낌을 견딜 수 없었음
(나도 하려면 무언가 할 일이 있었겠지만... 굳이 이 일을 해야하는 의욕상실의 시기)
7) 사단법인 T사(2014~2015)
- 입사이유 : 관심을 가졌던 비영리조직.
- 퇴사이유 : 프로젝트매니저를 하면서 느꼈던 당황감. 관계사로 이동.
'사회혁신플랫폼' 이라는 지향점에 공감했고, 준비했던 사람들의 면면도 관심을 가는 분이었음.
하지만 프로젝트를 하면서 당황하는 부분 발생.
무언가 처음에는 깃발을 높이 들고 대단한 일을 벌일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중간중간 진행하며 왠지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분위기, 마무리 쯤에도 이 정도면 훌륭하지 하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당황. (100% 나의 편견일 수도 있으나....)
물론 나의 기준이 굉장히 높을수도 있으나, 4)보다는 보다 시민사회 영역에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 건가
고민을 하다가... S사가 주체가 되어서 만들었던 서울시 산하기관 S사로 이동.
8) 서울시 산하기관 S사 (2015~2016)
- 입사이유 : 무언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곳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 퇴사이유 : 여러 이유로 버틸 수 없었음.
처음으로 한 경영팀장 Role. 상황과 관계의 특성 그리고 내 역량에 부족함도 분명 있었지만
나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달랐음을 마지막에 본격적으로 알고 있었음.
채용을 직접 진행하고, 사측 입장에서 노사협상과 파업도 경험하며 지금 하고 있는
'조직의 다이내믹스와 일의 의미와 방법의 다양성, 서로 이해하는 개인과 조직' 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됨.
반복하지만 나도 크고작은 실수를 저질렀고(퇴사하고 나니 더욱 잘 보였음),
그에 연결해서 내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달랐고 그것을 잘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하였던
(나 혼자만의 탓은 아니었지만) 공간. 그래서 미안했던 사람들이 많음
소심함 등으로 인하여 퇴사 때 심리적으로 굉장히 안 좋아짐(영국에서 후반부와 비슷할 정도)
9) 금융IT기업 F사(2016)
- 입사이유 : 지인의 추천. 관심있던 핀테크.
- 퇴사이유 : 외국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들면서 이동.
힘들게 8)을 퇴사한 후 넥스트를 고민하던 중, 회사의 고위직과 연락하게 되면서.
지인이 핀테크(P2P)회사를 창립하고 나 역시도 처음으로 대출(전세자금대출)을 받는 상황이 되면서,
나의 문제이기도 한 핀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됨.
내가 하는게 맞는가 싶어서 처음에 두 달만 하고 판단하기로 함.
주업무 중 하나는 당시 논의중이던 해외 핀테크회사(비금융정보활용 신용평가 진행) L사와의 협력 관련 논의.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내가 합작회사 L사의 직원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었으나,
그 시점에서 역시 고민. 내가 과연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며......
그래도 스타트업 마인드는 있다고 생각해서 이동하기로 결정
10) 글로벌 합작 핀테크기업 L사 (2016~2017)
- 입사이유 : 회사를 만들고 해외와 일해보는 경험.
- 퇴사이유 : 입사 10년차의 고민. 본격적인 유연한 조직문화와 관련된 일.
여전히 스스로의 기준은 높았다.
랭귀지를 포함하여 컨퍼런스콜을 할 때부터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였고,
일을 하며 자꾸 발견되는 빈 곳이 불안하기도 하였다.
(나의 생각으로는) 일의 핵심이 아직 국내보다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기획이나 커뮤니케이션 등 나의 Main을 잘 살리기가 어려웠다. 퇴사 타이밍이 개인적인 생각에는 내가 오랜 기간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할지 선택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탐구하고 싶었던 조직과의 괴리를 느꼈다.
16년 말부터 조직문화와 관련된 모임 등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유연한/수평적/네트워크 기반의 조직 등에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몸담고 있는 조직은 분명 장단이 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도하기에는,
대표자의 특성/조직의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는 나의 능력으로 어렵다고 생각하였다.
10년동안 처음 생각과 달리 많은 곳을 거쳤지만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이 잘 커뮤니케이며 잠재력을 발휘하고 성장하는 역할'은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앞으로는 조금 더 꾸준히 현재 표현으로 " 변화하는 시대의 '조직문화'와 '조직시스템' " 과 관련된 일을 할지
탐구생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열번째 퇴사를 결정하였다.
모든 선택에는 명암이 있다고 생각.
퇴사라는 행동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 일에는 적응했으나 관계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
- 어려움을 본능적으로 먼저 감지하며 두려움으로 도전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정 부분은 사실이다)
하지만 퇴사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를 계속 경험할 수 있었고,
분야와 방법은 조금 다를지라도, 퇴사와 이직이 아니면 쉽지 않았을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었을 배우고 느꼈냐고?
그건 2탄에서....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