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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Jun 29. 2017

퇴사와 이직이 내게 준 것

퇴사는 꼭 나쁜 게 아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퇴사와 이직을 많이 했다. 

퇴사와 이직에 대한 부정적 얘기는 꽤 쉽게 들을 수 있으니 나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것들을 얘기하고 싶다. 누군가는 '흠'이라고 볼 수 있는 나의 경험은 아이러니하고 재미있게도 나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오히려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나 자신을 더 아껴주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안 좋았던 건 '경력이 보기 안 좋다'거나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모으지 못했다'는 것 외에는 잘 찾지 못하겠다. 나도 이렇게 많은 것들을 얻을 줄은 몰랐다.




1. 꿈꿔왔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무래도 이게 제일 먼저 생각난다. 나는 회사를 그만둘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다니느라 모아놓은 돈과 퇴직금은 늘 빠르게 사라졌지만, 그렇게 쓴 돈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첫 직장이었던 뉴욕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아예 들어오기 전에는 약 50일간 엄마와 동생과 동유럽을 여행했다. 


지금은 가기가 힘들어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외계행성 같은 카파도키아에서 에어벌룬을 타고, 새하얀 눈처럼 보이는 파묵칼레에서 온천을 즐겼다. 전 세계에서 제일 익스트림하기로 소문난 올루데니즈의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아름다운 바다 색깔의 버터플라이 계곡으로 배를 타고 섬 투어를 했다. 동화 속 같았던 블레드, 어딜 가나 생동감 넘쳤던 류블랴나, 자다르의 바다 오르간에 앉아 보던 노을,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았던 플리트비체, 걷기만 해도 좋았던 두브로브니크의 골목골목과 성벽, 그리스 산토리니의 하얗고 푸른 집의 옥상 위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며 보았던 구름과 바다 등등.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너무 많다. 


그 시절 엄마와 동생과 여행을 떠난 건 인생을 통틀어 기억 속에 각인된 명장면을 가장 많이 남긴 시기이고, 내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딜 가나 다른 모습의 낯선 장소에서 나는 지구는 정말 넓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온몸으로 느꼈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보낸 그때 그 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회사를 그만두고 제일 오래 쉬고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인데, 작년 11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까지 7개월 동안 친구들과 가족들과 짧고 긴 여행을 수도 없이 다녀왔다. 지난 3월부터는 혼자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어비앤비 방 안에서 광장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여행의 좋은 점을 얘기하라면 정말 끝도 없이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떠나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왔다 갔다 짧고 긴 여행을 다녀온 걸 합쳐보니 지금까지 25개국을 넘게 여행했다.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도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돈보다도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일이란 핑계로 미뤄왔던 가족과 친구들과의 시간도 되찾고, 나 자신과의 시간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늘 은연중에 '모험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모험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고, 내 시간이 어딘가에 구속되지 않게 되자 크게 망설일 게 없었다. 그냥 떠나면 되는 것이었다. 이번 유럽 여행을 마치고 9월에는 버닝맨에 간다.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충실하게 지워나가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이 기분은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든다. 


대학교 때도 회사를 다닐 때도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긴 하지만, 분명한 건 퇴사와 이직이 내 인생에 쉼표를 제공하며 더 쉽게 떠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행운이란 걸 알고 있고, 그래서 참 감사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지구는 너무 크고 아름다우니까. 그리고 여행은 어딜 가나 그 자체로 너무 좋으니까.


* 최근 내 여행사진들을 보며 친구들은 '연금복권에 당첨됐냐'고 우스갯소리로 물어보기도 한다 하하.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얘기하자면 그건 아니고ㅎㅎ 현재 일하면서 모아놓은 돈으로 여행 중이다. 동남아 배낭여행의 경우는 정말 적게 썼다; 친구 집에서 자거나, 대부분 하루에 5-8000원 하는 호스텔에서 묵었다. 제일 비싼 숙소가 2만 원 정도였는데 홈스테이라 밥이 포함되어 있었다. 스페인에서도 며칠은 친구 집에서 묵었다. 여행의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지금은 유럽이라 돈이 더 많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최대한 비싸지 않게 여행 중이다. 그리고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돈을 아예 안 벌고 있는 것은 아니고, 프리랜서의 형태로 일하며 소액이라도 계속 벌고 있다. 이 부분은 추후에 더 정리해볼 예정이다.



2. 사람 사람 사람


여행을 다니게 된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더 좋은 건 바로 사람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나게 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인연이 닿아서 감사하고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사람이 많이 남았다는 건 꼭 양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환경이 바뀌는 만큼 아는 사람도 늘어났지만, 그들 모두와 매일같이 연락하고 만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몇몇의 사람들을 일을 하면서 만났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있을 때 즐겁고 나와 잘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같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는 전 세계에 친구들이 생겼다. 외국인 동료들은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한국에 오면 꼭 만나고, 여전히 연락하고 지낸다. 사실 이번에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먼저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도 회사 워크샵때 친해진 아르헨티나인 친구가 이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만난 친구들은 싱가포르, 베를린, 바르셀로나, 샌프란시스코, 방콕 등 전 세계에 흩어져있다. 지구 곳곳에 친구들이 생기며 나의 세상은 더 넓어진 동시에 작아졌다. 


같은 회사에서 일한 건 아니더라도 함께 일했던 기억이 즐거웠던 사람과는 다른 곳에 가서도 '뭔가 함께 해볼 것이 없을까',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게 되며 그 인연이 이어졌다. 이런 사람들과는 언젠가는 도움을 받고, 언젠가는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 나는 도움을 받은 적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지만. 


스스로에게 진실한 상태로 있을 때 잘하다 보면 기회는 정말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 기회는 모두 사람을 통해서 찾아온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겉과 속이 다른 행동으로 형성된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계속 속이다 보면 시간이 흘러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2년 전 회사 지사장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은 이곳에 평생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보세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쌓으세요. 그렇게 있는 동안 주어진 일도 잘 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다 보면 분명 또 다른 기회가 올 겁니다. 그럼 이곳에서의 경험이 자산이 될 겁니다." 


당시 회사의 지사장이 했던 말은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그때는 직접 경험해보진 못해서 막연하게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 선견지명이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저 얘기는 나에게 현실이 되었다. (이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이 곳에서 읽어주세요!)


나는 나에게 잘 맞는 곳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함께 있을 때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을 많이 얻었다. 일을 하면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는 아마 앞으로도 또 다른 재미있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어쩌다 보니 퇴사와 이직을 여러 번 하게 되었지만 내가 인복 하나는 확실하게 있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얻은 사람들에 가장 감사하게 생각한다. 



3. 서로 다른 경험은 날 성장시키고


어느 회사에서 1년 동안 일을 한 사람을 보고 혹시 '1년 동안 뭘 배웠겠어'라고 생각한다면, 회사마다 그 1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게 너무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1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12개월의 하루하루를 떠올려보면 그렇게 짧은 것도 아니다. 똑같은 1년을 일해도 누군가는 급성장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바쁘게 시간만 지나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직원과 회사 둘 다 영향을 끼친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직원은 단지 시키는 일만 하길 원하는 회사에서는 한계를 느낀다. 반대로 회사에서는 리소스도 주고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데 크게 욕심이 없고 아무것도 안 하는 직원도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다. 아무리 서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고, 서로를 믿는 사이더라도 give and take가 명확해야 잡음이 없는 것처럼, 회사와 직원도 신뢰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회사와 직원 사이에 신뢰가 강하고 서로의 목표나 꿈이 같은 연장선에 있어 직원이 책임을 가지고 자기 일처럼 일할 수 있는 곳에서는 직원이 성과를 내는 동시에 폭풍 성장을 할 수 있다.


에이전시와 스타트업을 거치면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경력은 이제 1-2년 차인데 일을 놀라울 정도로 잘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혼자서 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많은 권한이 주어지면 그에 따른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경력이 많다고 무조건 더 능력 있는 건 아니다'라는 말도 이 친구들을 보면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능력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달랐다.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해보며 나도 모르는 새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업무 툴 등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대표들과 직접적으로 일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분들의 어깨너머로 배운 것도 많다. 각자의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동료들과 어울리며 내가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긴 좋은 경험도 안 좋은 경험도 꼭 배울 게 있었다. 


일을 하는 방법이나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느낀 점이 많지만, 일 자체로도 얻은 게 많다. 


뉴욕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는 광고 제작과 카피라이팅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없앤 시기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나는 글쓰기에 정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최대한 피해왔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PR 에이전시에서 신사업을 담당하며 다르게 일하는 방법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꼈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신나게 일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모바일 광고를 하는 독일계 스타트업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내가 했던 마케팅은 말랑말랑한 우뇌형 마케팅이었다면 이 곳에서는 모든 것이 철저히 데이터를 위주로 돌아갔다. 이 곳에서 진짜 글로벌 경험을 쌓기도 했다. 한국에서 일했지만 모든 업무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샌프란과 베를린의 동료들과 스카이프로 일했다. 해외로 출장도 잦았다. 회사의 1인 팀으로 아시아지역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면서 가장 많은 권한을 가졌던 시기이자 스스로를 가장 많이 챌린지 했던 1년이었다. 나는 커리어적으로 이 1년 동안 가장 많이 성장했다. 


그 이후 오퍼를 받아 옮긴 스타트업에서는 0에서 1로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경험을 했다. 이전까지 쌓인 능력과 경험을 이 곳에서 다방면으로 써볼 수 있었다. 마음 맞고 능력 있는 동료들과 하루하루 신나게 일했다. 페이스북 0명이 몇만 명이 되고, 이용자 수가 늘면서 서비스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건 또 다른 경험이었다.


어쩌다 보니 퇴사와 이직을 여러 번 했지만, 때문에 나는 다양한 능력을 얻었다. 매년 새로운 환경에서 나의 한계점보다 조금 더 나 자신을 푸시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를 확장시켜갔다. 에이전시에서도 신사업을 담당하고 스타트업에서도 처음 해본 일이 많아 맨땅에 헤딩이 빈번했지만 그 경험이 모두 나의 자산이 되었다.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일과 인생에 대한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냥 하면 된다. 안 해봤던 일도 알아보고 하면 되었다. 지난 몇 년간 서로 다른 굵직굵직한 경험을 통해 나는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다.



4. End와 And 사이 쉼표가 주는 것


일을 그만두고 여러 가지 고민이 있던 찰나 당시의 나에게 가장 많이 와 닿은 말이 있다. 일하면서 만나게 된 감사한 인연 중 하나인 손미나 작가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인생에 쉼표를 찍어라!"라는 말이다. 이 쉼표란 기간은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스스로 재정비할 시간을 마련해준다.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고민도 많아진다. '앞으로 뭐 먹고살지'란 고민은 자연스럽게 '인생이 뭘까', '어떻게 살 것인가'란 조금은 더 철학적인 고민으로 이어진다. 고민의 과정은 괴롭지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이런 고민을 해보는 시간은 추후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후회의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엔 사람, 책, 영화를 통해 힌트를 얻기 좋아하는데, 모든 고민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예전보다 마음속은 뭔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인생의 쉼표를 찍는 동안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최근 명상과 '마인드풀니스'라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요가를 하면서 작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발리를 다녀오면서 명상이 일상화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호기심을 키웠다. 동시에 해외의 창업자나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리서치해보는 과정에서 '마인드풀니스'란 단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며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마침 트레바리에 '마인드풀니스' 클럽이 생긴 것을 보고 신청해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여행을 다니느라 안타깝게도 두 번의 클래스를 놓치게 되었지만. 추천해주는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는 건 무언가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계속 시도해보고 있다. 버닝맨에 가서도 더 파볼 예정이다.


어떤 것의 끝맺음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고, 시작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동반한다. 마음가짐도 '잘 해봐야지!' 하고 새롭게 리프레쉬될 때가 많다. 인생의 쉼표는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었다. 익숙해진 환경에서 벗어나는 건 조금은 어렵고 무서운 일이지만 안전지대를 벗어나 보는 경험은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주었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미뤄왔던 책을 읽고, 배우고 싶었던 걸 배우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 자신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다. 끝맺음과 시작의 중간중간, '쉬는 시간'으로 인해 나는 한 발짝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었다. 



5. 결과적으로 더 행복해진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있어 퇴사와 이직은 꿈꿔왔던 여행,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 나를 성장시킨 경험들을 남겼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불안감에 나의 인생에 대해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고민을 통해 나는 내가 내리는 선택에 대해 더 자각하게 되었고, 여러 번의 변화를 겪었음에도 내 인생은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기분은 강해졌다.


이 모든 걸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나는 결국 예전보다 더 행복해졌다. 이전에도 불행하거나 한건 아니었지만, 예전보다 행복의 밀도가 높아졌다. 고민이 있어도 그에 대한 해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그렇기에 길을 잃었을 때 마음이 가장 좋은 나침반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일을 하면서 번아웃 된 시기가 있었다. 야근이 일상화되어 체력은 떨어지고 감정은 예민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짜증을 내던 때가 있었다. 매일매일 집에 새벽에 들어가다가 어느 날 밤 10시쯤 들어갔을 때 내 무의식이 방에 일찍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밤 10시도 그렇게 이른 시각은 아닌데 평일 저녁에 드디어 자유시간이 생겼다고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이 안쓰러워 보였다. 일도 재미있고 배우는 것도 많으니 괜찮다고 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 시간이 없어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 건강도 마음도 판단력도 흐려졌다.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가지고 예전 그때도 돌아간다면 아마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남들을 챙기기 전에 내가 먼저 행복해야 내 주변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어렵고 힘들다고 무조건 그만두라거나 피하라는 얘긴 아니다. 어려운 일을 극복했을 때 스스로도 성장하고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극단적인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올 때 나오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보고 미련이 없을 것 같을 때 나와야 후회가 없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내리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기 전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기 행동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말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비용과 책임 역시 '알아서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면 가족과 친구들은 당연히 나를 걱정할 수 있다. 처음엔 나도 그 걱정이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그들은 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걱정하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가 행복하길 바라고 잘 살기를 바라니까 알 수 없는 궤도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걱정에 대한 최고의 해법은 내가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책 <빅 매직>에 나오는 말처럼,


We must risk delight. - Jack Gilbert


우리는 행복을 주는 것에 조금 더 리스크를 걸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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