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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Apr 15. 2018

재활용 쓰레기, 커뮤니티를 만드는 도구   

본질을 이해하면 다른 해결책이 나옵니다.  

1. 플라스틱 대란으로 알게 된 재활용의 진실   


최근 재활용 쓰레기가 갑자기 주요 뉴스가 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많은 재활용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수익성 감소를 이유로 폐비닐 등의 수거를 중단하자, 어떠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혼란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분리수거 통에만 넣으면 자연스레 재활용이 되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기존에 몰랐던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가 재활용 쓰레기를 중국으로 수출하였고, 

- 중국이 작년부터 재활용품의 수입을 줄이며 한국의 재활용품 관련 산업도 큰 영향을 받았고,

- 수거업체는 폐지 등에서 수익을 얻기에 실제로는 손해를 볼 수도 있는 폐비닐도 수거했으며

- 한국에서 재활용품으로 버리는 폐비닐 중 약 40%가 오염 등으로 인해 분류기준에 맞지 않고  

- 원자재 가격의 변화 등으로 때로는 재활용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 등...


(재활용 대란이 일어난 이유와 관련된 닷페이스의 영상)


일반 시민들이 굳이 알 필요가 있는 이야기인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는지, 

재활용 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의 습관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면...

어쩌면 이런 불편한 순간들을 통해, 모두를 위한 변화의 계기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면서도,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었던 사례를 소개합니다. 


2. 그들은 왜 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CITIES Foundation은 커뮤니티  연계 리서치 및  참여 등의 방법을 통해,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도시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협력과 참여를 중시하는 Cities Foundation은 여러 도시 문제 중 2008년부터 음식 관련(Food System)이슈에 집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Farming the City라는 플랫폼을 통해 보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음식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 단체들을 만나며, 일시적/순간적인 해결보다는 큰 그림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음식 역시 하나의 제품(Product)이 아닌 과정(Process) 중심으로 바라보았죠. 예를 들어 '고기'의 경우도 단순히 '식탁 위에서 먹는 음식'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생산/가공/운송/소비되는 전체의 과정을 사람들이 이해한다면, 음식에 대해서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유기농재배/공동식탁/도시농업 등 생산 및 소비와 관련해서는 많은 단체들이 있으나, 재료나 음식을 운송 중에 많은 환경오염 이슈가 발생함을 깨달았죠. 그래서 그들은 지역 내 탄소배출 등 환경 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전기화물 자전거 활용 배달 서비스인 Foodlogica 를 런칭하기도 하였습니다.


Cities Foundation이 음식과 관련된 생태계를 계속 살펴보면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생산/유통/소비/재활용 등 일련의 활동들이 서로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경제. 순환 경제가 이루어지는 도시를 순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함) 관점에서 진행되기 어려움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플라스틱 포장이 식품에 따라오는데, 이 대부분이 쓰레기로 버려질 뿐 아니라 잘 재활용되지 않고 있아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Cities Foundation 내에서 자발적으로, 쓰레기 문제를  다루기 위한 Wasted Project가 시작되었습니다.


                                                  (Wasted 의 로고. 출처 WASTED 홈페이지) 



3. 지역에 특성에 적합한 Step by Step 접근  


암스테르담은 한국처럼 쓰레기 분리수거가 의무적으로 정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구역 별 거주자의 특성에 따라 분리수거의 편차도 큽니다. 그래서 2015년 런칭한 Wasted Project 는,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재활용에 관한 조사를 통하여 그들은 네덜란드의 재활용 관련된산업이 분명 존재하나, 분리수거를 위한 충분한 시설 및 동기부여 그리고 쓰레기가 초래하는 문제들에 대한 시민들의 충분한 이해가 부족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지역에서 분리수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였습니다. 플라스틱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모임(Plasticaholic Anonymous Meeting") 등을 통해 우리가 플라스틱을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경험하고, 플라스틱 제품의 역할과 특성을 이해하는 워크샵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플라스틱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는 워크샵)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상 시스템(WASTED Reward System)었습니다. 지역 상점 등과 연계, 시민들이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때마다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코인)을 주었습니다. 재활용에 대한 동기 부여와 함께, 지역 상점을 이용하게 함으로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만들었던 코인)


암스테르담 일부를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작게 시작하였지만, 그들의 활동을 담은 영상이 2017년 WEF를 통해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많은 지역과 단체들이 이 방식을 적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단기간에 확장하기에는 적잖은 제약조건이 있었습니다. 우선 조직 자체도 인원이 많은 조직이 아니었고, Reward System 등이 주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었기에 다수를 대상으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Wasted Project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가요? 바로 장기간의 계획을 가지고,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함께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4. 함께 할 때 일어나는 변화.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Wasted Project는 진행 과정 가운데 몇 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시민들이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확장 및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보되, 너무 성급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암스테르담 시 당국은 플라스틱 뿐 아니라 유리/종이/섬유 등도 Wasted 에도 방식으로 재활용이 일어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가 있기에, 그래서 시 당국의 인프라를 활용하되, Wasted Project 를 플랫폼처럼 사용하여 디지털 코인을 나누어주는 방식을 결정하였습니다.


2017년 상반기 테스트를 걸쳐 2017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된 Wasted 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그 들이 WASTED 에 가입(Subscribe)하여 'WASTED 이웃'이 되면, 아름다운 디자인과 함께 직관적으로 재활용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포스터와 12개의 재활용가방이 담긴 키트(Starter Kit)를 받습니다. 주변에 위치한 쓰레기통에 재활용을 한 후 QR코드로 연결하거나 앱을 사용하여 재활용한 사진을 업로드하면  개인들의 계정에 디지털 Coin이 주어지고, 연계된 상점(Rewarder)에 가면 그 코인을 활용하여 결제할 수 있습니다. 



                (Wasted 프로젝트 사용설명서. 홈페이지는 10단계까지 설명합니다)



지역상점, 커뮤니티 센터, 시청의 관련 부서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하며 이 과젱어 참여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교육 프로그램은 Plastic Expert라는 프로그램으로 체계화되었는데, 관련된 워크샵의 모집 및 진행 등에서 세부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센터들이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분리수거에 관심이 적었던 이민자나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주사용 언어의 포스터나 안내문 제작 등)을 독려하기도 하였죠. 또한 현재는 디지털 코인을 어떻게 미래의 암호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지, 전문 컨설팅 업체와 논의 중이기도 합니다.이처럼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협력을 통해, 임팩트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5.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의 모습 



2017년 연말 기준, 위와 같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또한 참여자의 90% 정도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재활용을 더욱 잘 알고 실천하게 되었으며, 향후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할 가능성을 가진다고 응답하였습니다.


프로젝트를 2015년에 시작하였고, 디지털 기반의 프로젝트도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하였기에 아직 결과를 판단하기에는 섣부릅니다. 


하지만 

- 스마트 시티,순환 경제를 지향하는 암스테르담의 특성에 맞게 시스템을 짜려고 했으며 

- 재활용 쓰레기 관련 교육부터 활용까지 다양한 사회적 기업 등과 연게하여 제품을 만들거나, 쓰레기가 배출 자체를 감소하는 방향으로 유도하였으며 

- 스마트폰이 없어서 QR 코드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지역 복지부서와 협의하여 바우처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 이민자 지역 등 사회적으로 분리되었던 곳이 지역 상점 등을 통해 서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관계를 맺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풀어가야 할 숙제도 많이 있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화분이나 벤치 등 관련 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 그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충분한 수요가 창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Wasted Project는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시민들이 재활용품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6.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지역 차원에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한 Cities Foundation. 처음에 음식과 관련된 생태계를 살펴보며, 쓰레기와 관련된 분야가 굉장히 중요하나 아직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 적음을 알게 되었죠. 동시에 많은 프로젝트들이 일시적이어서 지원금이 끊기면 중단되거나, 몇몇 개인에 의해 진행되어 가능성에 비해 실제 임팩트가 약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쓰레기 문제' 에 단편적이고 지엽적으로 접근할 때와, '도시 문제, 환경 문제' 전반을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때. 분명 같은 이슈를 다르더라도 결과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 신뢰에 기반한 동료들과의 연계

처음부터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장기적으로 스케일업이 필요하되, 주변의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정부나 타 사회적 기업 등 혁신을 꿈꾸는 동료들과 연계를 염두에 두고, 초반부터 충분히 관련 자료 및 상황들을 조사하였습니다. 음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면서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는 많은 단체가 있음을 알았기에, Wasted Project가 많은 관심을 받았을 대도 성급하지 않고, 함께하는 단체와 이야기를 나누며 찬찬히 검증의 과정을 걸쳤습니다. 무리하게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체계적으로 시민들이 보다 편하게 변화에 동참하도록 준비할 때, 더 큰 변화가 일어남을 그들은 믿었습니다. 이렇듯 서로를 신뢰할 때 실제 삶의 질에 훨씬 더 많은 임팩트를 끼칠 수 있었습니다. .



- 우리에게 적용할 부분

한국과 맥락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기에, 암스테르담에서 진행된 Wasted Project 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재활용 쓰레기 이슈뿐 아니라, '사회 문제' 에 접근 방식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의 경우 1인당 비닐 사용량이 300장 이상으로 타국에 비해 월등히 높기에 비닐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하고(폐비닐 등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도입 등과 연계),

재활용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계 된 폐지 수집 노인분들의 일자리와 연계된 프로젝트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단순히 고개만 끄덕이거나 타인을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정확히 인지한 후 개인/집단 차원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해야겠죠.


기술과 연계한 혁신적인 방식을 통해, 재활용 쓰레기 외에도 더 많은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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