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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May 11. 2018

비영리, 기술, 스타트업. 그리고 여성과 다양성

1. 비영리스타트업의 다양성 수준은?


스타트업에서 여성 창업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 소셜벤처 전문 액셀러레이터 Sopoong에서 발간한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스타트업 중 투자를 유치한 여성 창업가의 비율은 6.5%(244곳 중 16곳)에 불과하며, 이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총 450억 원으로 전체 스타트업에 흘러간 투자금(1조 724억 원)의 4% 수준에 그친다고 합니다. 해외라고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전체 규모의 5~10%만이 여성이 대표인 회사에 투자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패스트포워드가 엑셀러레이팅 한 조직 중 80%에는 창업자 그룹에 여성/유색인종이 포함되어있을 만큼, 창업자들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기술 기반 비영리 스타트업 전체의 흐름일까요 아니면 패스트포워드가 인큐베이팅한 조직에 한정된 걸까요? 

그리고 다양성은 스타트업에 펀딩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특별히 다른 분야보다 기술 분야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더욱 강하게 존재함을 고려할 때, 기술 기반 비영리스타트업이 잘못된 편견이나 관행을 바꾸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FastForward는 미국 내 기술 기반 비영리 스타트업에 다양성 현황에 대해 조사(THE STATE OF DIVERSITY AND FUNDING IN THE TECH NONPROFIT  SECTOR  )를 최근 진행하였습니다.

2018년 4월 발행한 보고서 표지입니다.

요약하면.... 기술 기반 비영리스타트업은 일반스타트업에 비해 참여자들의 다양성이 분명 높지만 아직 부족한 영역이 있기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2. 상대적으로 좋지만, 절대적으로는 부족하다.

약 350개의 기술 기반 비영리스타트업을 조사했기에 표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술 기반 일반스타트업과 비교하여 창업자들의 다양성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기술기반 비영리스타트업 창업자의 구성비율. 패스트포워드 보고서 발췌

일반스타트업의 창업자 중 여성 비율은 17%에 불과하였으나, 비영리스타트업의 여성 비율은 47%로 거의 3배의 차이가 났습니다. 성별과 함께 인종의 비율도 미국에서는 주요한 이슈인데요. 일반스타트업의 유색인종 비율은 13%인데 비하여 비영리스타트업은 30%로 2배 이상 차이가 높았습니다. (물론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백인 남성의 비율이 39%로 가장 높습니다.)  


비영리스타트업의 성장단계를 보는 지표 중 하나가 투자/예산이겠죠. 미국을 기준으로 50만 달러 이하의 투자가 초창기(Seed) 단계라고 생각한다면,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은 경우 성장 가능성이 일정 정도 이상 있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많은 기관투자자들도 기존의 100만 달러 이상 예산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추가 투자를 합니다) 조사대상 중 34%가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는데요, 여성이 창업한 비영리스타트업은 35%가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남성보다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유색인종 남성 창업자의 경우 100만 달러 이상 투자비율이 22%로 매우 낮다는 지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백인 남성의 창업자인 경우 39%가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차이가 크지는 않습니다. 

주목할만한 지표 중 하나는, 50만 달러라는 변곡점을 넘을 경우 100만 달러 이상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유색인종 여성이 창업자인 비영리스타트업의 33%가 100만 달러 이상 예산을 사용하는데, 일반스타트업의 경우 12.5%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습니다.

창업자의 특성별 투자금액. 패스트포워드 보고서 발췌


살펴본 것처럼, 대부분 조직의 예산은 50만 달러 혹은 100만 달러 이상으로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영화판(^^)에도 1000만 영화 2~3개가 나오는 것보다는 200~500만 관객이 찾는 영화 20~30개가 나오는 것이 영화가 많아져야 산업 전체의 성장 및 투자 가능성이 커진다고 이야기하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스타트업의 규모에도 적용할 수 있겠죠. 기술 기반 비영리스타트업도 성장잠재력을 보이는 조직들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3. 기술팀 내 다양성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

살펴본 것처럼 비영리스타트업이 일반 스타트 업보다 창업자의 다양성은 훨씬 다양하나, 그것이 팀 내 다양성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특별히 기술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기술기반 영리/비영리 스타트업 멤버들의 구성. 패스트포워드 보고서 발췌


약 20개의 규모 있는 기술기반 비영리스타트업을 조사했더니, 구성원 중 40%가 여성이긴 하였으나 이 중 기술(Engineering)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은 28%가 불과하였습니다. 구글/트위터/페이스북/우버 등 주요 기술기반 기업의 여성 비율이 20%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절대적인 비율에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은 분명히 보입니다. 2년 전 23%에서 28%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기술을 통하여 혜택을 주려는 이 영역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패스트포워드와 같은 엑셀러레이팅 조직이 중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4. 우리는 지금, 어떤 변곡점에 있는가

한국의 비영리스타트업은 아직 범위와 영역을 말하기가 모호하기에,  
비영리단체와 스타트업을 별도로 살펴본다면.... 한국도  크게 다르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Sopoong에 GLI(Gender Lense Investment) 리포트를 보면 창업자뿐 아니라 투자를 결정하는 여성 심사역의 비율도 전체의 7%에 불과합니다. 비영리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3월 공익전문미디어 '더 나은 미래'에서  비영리단체 여성 비율을 조사한 기사를 보면, 비영리 구성원의 2/3은 여성이나, 직급이 오를수록 여성이 비율은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기존의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 여성에 대한 편향적 시선, 리더십에 대한 오해 등이 주원인으로 보입니다. 

2018년 3월 '더나은미래' "직급 오를수록 사라지는 여성들" 기사 발췌


물론 변화의 시도는 계속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내부에서도 여성 비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체 승진 혹은 기관의 특성에 맞추어 점차 여성의 비율을 높이고자 의식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Sopoong 역시, 젠더 관점의 투자(투자자가 젠더 평등한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 사회 정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여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포함)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위의 리포트를 만들었습니다. 혹자는 그것이 차별이 아니냐고 받아들일 수 있으나,  현재 투자를 포함한 기존의 비즈니스 영역에 다양성에 대한 몰이해와 성별에 기반을 둔 편견이 너무 강했다는 발견 (ex : 여성 창업가가 기술 분야 이야기를 하면 전문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내심 생각했었다는 뼈아픈 자기고백)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자원 배분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기에, 젠더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동등한 시선으로 더 좋은 조직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으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5. 변화를 위한 노력

비영리스타트업 소개 시리즈와 패스트 포워드를 통해서 계속해서 언급한 것처럼,  비영리스타트업은 기존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성적인 접근에 균열을 줍니다. 시장의 방식으로 해결하기에는 그 수혜 대상이 한정되는 영역에서, 비영리 방식으로 사회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 등을 활용하여  좋은 영향력을 주고자 합니다. 

이것이 FastForward가 최근 가장 유망한 기술 비영리 기업가에 투자하는 펀드 (Technology for Good Fund)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기술에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이 함께 할 때, 자금 조달의 타이밍과 성격을 바꾸며 사회에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다양성이 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한 비영리/기술/스타트업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양성을 증가시키며 기존 잘못된 선입견을 부끄럽게 만드는 팀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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