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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Apr 23. 2019

문을 여는 사람을 응원하며, 문에 남은 사람을 이해하며

연극 <인형의 집> Part2 리뷰 

- 노라가 집을 나간지 15년.
남아있는 사람들은 변했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점도 있다. 

세월이 지나고 다른 경험을 하면서, 그에 맞는 사람이 되었다. 


하나의 사건으로 사람이 완전히 바뀌길 바란다면 그게 비현실적이리라.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겪으며 사람들은 성숙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대로 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마음이랴.



그래서 연극 <인형의 집-Part 2>에 나오는 이야기가 조금 더 마음에 와 닿았던 듯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부분 진실과 일정부분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니까.

적당히 이타적이고 적당히 이기적인  것이 우리의 모습이니까.

그럼에도  닫힌 문을 열고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변화를 만들고 있으니까 말이다. 


- 15년 동안 작가로서 성공도 하고 가치관에 맞게 살아도 왔지만,  
어떤 사건을 통해 자신이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 노라.

그는 이혼을 위해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가 남편(이었던) 토르발트, 가정부 앤 마리, 딸 에미와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설전을 벌인다. 

어머니와  가족구성원으로서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당당하다.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고 세상을 더 올바른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굳게 밌고 있다.  그리고 그의 주장들은 대부분 옳다고 느껴진다. 의도치 않았지만 주변을 속이며 살아온 토르발트, 가정을 신성시하는 앤마리, 나의 이익을 위해 어머니를 죽은 것으로 해 달라는 에미와 비교해서 그녀의 의견은 정당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때로는 노라보다 다른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 쓴 것처럼 노라는 자신의 논리를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의 기대와 관습이 아닌 자기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에 했던 일들에 대한 책임에서도 회피(자유롭다기보다는)를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인상깊었던 대사처럼 로라는 세상의 수많은 딸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사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렇다고 개인으로서 어머니가 없는 삶을 경험해야 했던 아이들이 어머니를 무조건 이해하고 존경하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문 밖을 나선 그이지만 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모조리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의도치 않았더라도 내가 했던 일들에 책임을 진다면, 그리고 가끔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기억한다면,  나의 삶의 방향이 보다 분명해지지 않을까.  

- 언어와 사고가 이끌어가는 작품이라 긴장감이 감돌지만,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 때때로 관객들이 이완할 타이밍을 준다.  말과 동작의 뉘앙스로 관객들과 호흡할 줄 아는 배우들로 구성되었기에 단촐한 무대구성에서 불구하고 몰입하기 좋다.  캐릭터들의 개성가 생각이 잘 이해되며 여성의 이야기인 동시에 소통하려는 자세, 도망가거나 억지부리지 않고 타인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자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 우여곡절 끝에 로라는 토르발트와 어느 정도 공감을 이루지만, 그럼에도 그전에도 다짐해던대로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가정에서의 ''인형''과 같은 모습에서 벗어났다면, 이제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제도에 도전을 하려고 한다. 

개인의 선택이 모두에게 인정받기는 어렵고, 하나의 선택이 완벽한 정답이 될 수도 없으리라. 또한 내가 분명한 가치관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외부환경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다시 한 번 좌절을 경험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머물러있고 회피하기보다 변화와 도전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세상이 변화하리라 믿는다.  


어렵더라도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들을 응원하며. 

거칠고 서툰 면이 있더라도 변화하려는 마음을 인정해주길, 

그리고 문을 여는 사람들은, 

문 안에 남은 사람들을 비난만 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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