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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Jan 16. 2020

우리는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고 고백한 회사

NEXT CSR PATAGONIA 를 읽고


1991년 만든 파타고니아의 사명 선언은 아래와 같다.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Build the best product, cause no unnecessary harm, use business to inspire and implement solutions to the environmental crisis)

문구의 절반이 환경과 관련되었기에 정말 비영리단체가 아닌 기업의 미션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인데,
2018년에 수정한 미션은 한 발자국 더 나간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미션과 실제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 조직을 워낙 많이 목격하였기에, 위의 내용 그냥 회사를 멋지게 포장하기 위한 문구가 아닐지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면 할수록 환경을 파괴하고 있었다는 파타고니아의 솔직한 고백(다른 기업보다 환경에 대한 책임에 훨씬 민감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을 듣는다면, 그리고 이 책에 나온 다양한 활동들을 확인한다면, 무엇보다 'NEXT CSR PATAGONIA' 한줄한줄에 담긴  파타고니아에 대한 저자들의 진심어린 애정 속에서,  '저 미션은 살아서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책의 저자들이 내부구성원도 아니기에 정확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역사부터 비즈니스의 특성, 분야별 활동과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향후 방향성까지 자세하게 조사하고 분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파타고니아라는 회사를 통해 (책 제목처럼) CSR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조망해 볼 수 있다는 점, 해외에 뛰어난 사례 수준을 넘어 분명 우리에게 적용할 부분이 있다는 점, 그리고 기후위기 등의 변화 속에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는 절박함 등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파타고나아가 완벽한 회사는 아니다. 과거에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배워가고 실천해나가는 모습,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를 피하거나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변명하지 않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발견할 이수 있다. 그래서 1) 환경 분야에 대한 사회공헌(Good Company) 만으로는 부족함을 깨닫고 2) 비즈니스 과정에서 훼손하는환경/사회적 가치를 줄이기(Sustainability) 와 함께 3)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환경/사회적 가치 창출(Regeneration) 까지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이 중 어떤 단계도 완벽하게 Complete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조만으로는, 지구환경에 끼치는 마이너스 영향을 지금보다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절실히 깨달았기에 제로 수준을 넘어 플러스를 만드려는 실험과 혁신을 하는 있는 중이다.  그래서 본업인 의류를 넘어 임팩트 투자나 식품 사업에 나선 점도, 일반적으로 보이는 문어발식 확장이나 조직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주목해서가 아니다. 파타고니아의 미션처럼 지구를 되살리기에 적합한 방법을 찾고 실행하기 위해서이다.   

컨자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제로를 추구해 마이너스 사회적 가치를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 플러스 사회적 가치를 만들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구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자는 것이다(237P)


책에는 환경(그리고 사람에 대한 존중)을 살리기 위해 사업을 하는 파타고니아의 다양한 활동이 담겨있는데, 그 중 나에게 인상깊게 다가온 세 부분을 정리해 본다.



1) 지속가능성 범위의 확장  

일반적인 3R(재활용. 재사용, 축소)에서 5R(수선, 전환)로 넓힌 측면에 더하여,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책임범위도 원자재(EX : 다운의 경우 알농장까지)부터 폐기까지 넓힌다. 제품과 직접 연계된 부분에서 조금만 개선해도 엄청나게 PR하는 분위기에서, 파타고니아는 그 정도 수준으로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믿음으로 자신들이 세운 기준에 적합하게 모든 단계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더 주목할 점은 책임의 범위를 넓히는 가운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하청업자 등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부분.  저렴한 가격이라는 그들의 가치를 위해 제3세계라 불리는 곳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자들의 노동환경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패스트패션 업체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환경/동물권/인권이 모두 존중받을 수 있도록, 관련된 리서치 및 현장에서의 활동과 인센티브(경영자가 아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등의 지원을 통해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다. 문제있는 회사를 배제하며 우리의 숭고함을 자랑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과 조직들이 이 가치와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니까.   



2) 함께 변화를 만들기 


한국에서는 이삼년 전부터 (2010년대 초반 탐스 열기와 비슷하지 않나 살짝 걱정도 들게 만드는) 급격한 인기를 얻으며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마케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Don't buy this jacket 으로 기억하지만, 전체 매출 규모로 보면 파타고니아는 아직 작은 회사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성장보다는 생태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들과 협력하여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데 큰 관심을 가진다. 다른 회사에 영감을 주고, 다른 회사들이 친환경적으로 나서도록 설득(29P)하는 것이다. 책에서도 월마트나 나이키 등 훨씬 규모와 협력 사례가 나오는 것처럼 레버리지 역할을 하고, 관련된  노하우를 공개하여 친환경 혁신에 더 많은 조직들이 동참하도록 지원하고, 친환경과 관련된 협회 등 단체를 만들어서 집합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만들고, 틴쉐드 벤처스를 통해 인내자본으로서 지구를 살리는 스타트업들을 돕는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직 다른 기업들이 하는 수준의 아쉬움을 표하며, 불만을 표하고 더 큰 참여를 하기를 희망하겠지만.



3)  비즈니스로 변화를 만들 수 수 있다는 믿음


혹자는 이럴거면 비영리단체를 하는게 낫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비즈니스를 통해 더 큰 변화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비영리단체 역할의 중요성도 인정하고, 다수의 풀뿌리 단체와 상당한 수준으로 협력하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생산과 소비가 아주 이뤄지지 않을 수는 없기에, 그 과정에서 행동주의자 기업으로 친환경적 가치를 지니고 활동할 때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욱, 그들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매출과 순이익의 증가 자체는 그들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은 아름다운 기업이 아니라 치열한 기업(15P)
CSR은 사회공헌팀이나 CSR팀이 아닌 제품개발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조직이다. 비즈니스의 결과물인 상품과 서비스 자체가 기업의 참 모습이며 CSR의 전부이다(127)


최근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 공정성, 친환경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에, 파타고니아가 이 시류를 잘 타서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할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도 나온 것처럼 환경에 악영향을 주거나 노동권을 충분히 지키지 못하더라도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소비자에게 단기적 이익을 주는 업체들은 여전히 잘 나간다. 어설픈 겉포장을 했다가 역효과를 불러 오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파타고니아는 행동주의자 기업으로서 DNA를 가지고, 일반적인 비즈니스 논리로 보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더욱 치열하고 철저하게 실력을 쌓아왔기에 지금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 않을까.

또한 책을 읽으며 파타고니아는 우리에게 넘사벽 수준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환경에 대한 관점이 조금 다르거나, 우선순위를 두는 사회문제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판과 분석만 하기보다는, 자신(개인이든 조직이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실천한다면 좋지 않을까. (실제로 데이케어센터 설립이나 매장의 커뮤니티화 등 인간에 대한 존중이 담긴 부분도 파타고니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파타고니아도 시행착오를 거쳤다. 초창기에는 그들이 만드는 제품에 크게 신경을 쓰기보다는 기부를 많이 하는 정도로 책임의 범위를 생각했을 수도 있고, 명확한 이해가 없던 분야에서의 제품 공급 등으로 인해 비난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냐 없느냐 자체보다 중요한 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아닐까. 일관되게 진실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에, 지금보다 더욱 앞으로가 기대된다.
지속가능성을 넘어 재창출까지 도전하는 담대한 실험. 재생유기농업 등을 통해 파타고니아가 몇 년전부터 시도 중인 이 실험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설사 실패할 가능성이 아직은 높아보이더라도, 가치있는 결과물을 보여주리라는 믿음 속 응원하게 된다. 책 제목은 Next CSR 지만, CSR을 넘어 어쩌면 NEXT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단순히 제품의 소비자가 아닌, 이 시대의 주인이라면 더욱 그런 맘이 들지 않을까. 

소비자는 구입하고 처분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생태 파산으로 이끌지만, 주인은 지구 생태계의 공동자원에 대한 소유자로서 구매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170)


* 파타고니아의 다양한 활동 그리고 관련된 생태계에 관련된 내용이 잘 담겨 있지만, 편집에는 살짝 아쉬움이 든다. 많이 알려져서 다음 판/쇄를 찍을 때는 오타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수정되었으면 :)
* 한국의 파타고니아는 이 책에 나온 철학에 기반해서 운영되고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겠으나, 파타고니아 매장을 방문했을 때나 온라인 문의를 했을 때는 이러한 태도가 잘 전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단순히 힙한 브랜드로 잠시 소비되지 않도록, 국내 파타고니아 구성원들도 이 책에 나온 가치와 방향성을 잘 내재화해서, 한국적 맥락에 맞는 변화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 저자의 출간기념회 후기는 이 곳에서


*2018년 파타고니아 CEO의 인터뷰 번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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