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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S Mar 19. 2021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방랑, 그리고 DAY1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을 읽고

사업에서는 언제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효율적인지 확연히 드러나는 때가 간혹 있고 그럴 땐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업에서의 방황은 효율과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이때의 방황은 그저 닥치는 대로 아무것이나 하는 방황이 아닌, 분명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방황입니다. 예감, 직감, 직관, 호기심, 그리고 길을 찾기 위해 조금 혼란을 겪고 돌아서 간다 해도 고객이 만족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란 확신이 이끄는 방황이죠. 방황은 효율과 꼭 함께해야 하는 균형추와 같아서 우리는 이 둘 모두를 필요로 합니다. 위대한 발견, ‘비선형적인’ 발견은 방황을 바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극히 높습니다.


제프 베조스의 인터뷰와 주주 서신을 모아놓은 ‘제프 베조스 : 발명과 방황’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생각 중, 나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구.

노트북에 붙여놓은 유일한 스티커가 ‘Wanderer’이고, 반지의 제왕에  ‘Not all those who are lost라는 표현을 굉장히 좋아하는 만큼 방랑자적 삶(?)을 살아오는 나에게 위로가 되는 표현.
창립한 지 20년이 훨씬 넘게 지났음에도 매일매일을 ‘첫날’의 자세, 장기적으로 고객 중심 마인드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방향이 있는 방랑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책은 크게 ‘월터 아이작슨’의 서평과 인터뷰와 연설 등을 모은 1부, 1997년부터 2019년까지 주주서한을 모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위해 별도로 정리된 내용이 아닌, 기존의 글들을 정리하였기에 챕터별로 반복되는 부분이 적잖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수십 년의 세월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변하였고 어떤 부분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월터 아이작슨은 명석함을 넘어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진 혁신가로 베조스를 설명하며, 특별히 다섯 가지 (장기적 관점으로 집중, 집요하고 열정적으로 고객에 초점, 파워포인트와 프레젠테이션을 피함, 큰 결정에 초점, 적절한 사람 고용)를 특징으로 설명하며, 그가 우주로 날아가는 최초의 민간인(44p)이 되기를 기대한다. 일과 사람과 조직에 대한 그의 태도는 누군가에게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가 만들어낸 혁신을 부정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실제 책은 일방적인(?) 제프 베조스의 입장이기에 균형 잡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며, 아마존에 대한 비판에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마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다른 주장(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똑똑한 사람이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친절한 사람이 되시겠습니까. 60p)에 당황스러운 면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시간과 활동을 관통하는 그의 철학을 여과 없이 알아볼 수도 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아마존을 시작할지 고민하는 시정에서,, 80살이 되었을 때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도하지 않을 수 없기에 아마존을 시작한 모습에서도 그의 특성이 잘 보여진다. 성공을 위해 필요한 실패를 인정하고, 용병이 아닌 선교사의 마인드로 업을 대하려고 하며, 장기적인 관점 (주가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회사 내부의 모든 것은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더군요 70p)으로 업에 접근한다. 누군가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이란 표현 대신 일과 삶의 조화(99p)를 강조하며, 아마존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개인보다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태도 (긴 시간 성실하게 일하는 방법도, 열심히 일하는 방법도, 영리하게 일하는 방법도 있겠죠. 하지만 아마존닷컴에서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셋 모두를 해내야 하니까 173p)가 누군가에게는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 방법으로 적잖은 고객과 판매자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물류센터 등 상당수의 직원들이 아마존을 최종 목적지로 여기지 않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커리어 스킬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미국 연방 최저임금보다는 훨씬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면에서는 최소한 모순되지 않는 모습은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자선 단체와 온라인 배송 등에 관련된 시각에서는 ESG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지금 기준에 적합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혁신가에게는 일정 정도 현실왜곡장이 작용함은 이해하기에, 그리고 아마존 CEO를 사퇴한 후에는 블루오리진 등 우주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그가 가진 장점을 발휘하여 더 좋은 변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실행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장기적인 관점과 방랑 속에서도 실제로 무언가 만들어내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방랑이 분산됨에 대한 변명이 되지 않고, 그 경험을 통해 실제로 무언가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그렇게 day1의 자세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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