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극복 일기 Part 3.
처음엔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며칠 후엔 억울했고 슬펐다. 그리고 자책하며 울었다. 그 후엔 그 사람한테 화가 났다. 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으로 미련 없이 다 쏟아부었다. 시원했다. 그래, 이렇게 이제는 정말 보내줄게.
내가 유독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에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노란색 방패를 얻었고 한 시름 놓았다.
그 사람의 단점을 적어 보았다.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랐다. 그 사람을 왜 좋아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분노 직후라서 그랬던 걸까. 콩깍지가 벗겨진 후가 이렇게 무섭구나.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다시 만나도 소용없는 이유도 적었다.
이별 정리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구나. 생각보다 금방 끝나겠네. 브런치에 쓰기 시작한 <이별 극복 일기> 시리즈가 생각보다 짧게 끝나겠는걸.
현재 내 안에는 체념과 공허함이 남았다.
감정이 휘몰아쳤다가, 이성이 차가운 공기를 몰고 왔다가, 이제는 이상한 덩어리가 둥둥 떠다닌다. 그게 체념과 공허함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그 덩어리에게 아직 이름을 지어주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