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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툐툐 Jul 16. 2017

꿈을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꿈은 이뤄져

영화 <어린왕자>를 보고

10년 전쯤에 친구가 그랬다. 꿈을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꿈에 가까워질 거고, 언젠가 꿈을 이룰 거라고. 당시엔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하는지, 난 누구인지 전혀 갈피를 못 잡을 때였고. 그 말이 내 안에 콕 박혔다. 그 후로는 소소한 발견이나 깨달음이 있으면, 소중히 담아뒀다가 어떤 결정이나 도전할 일이 생기면 반영하곤 했다.

어찌 됐든 나는 현재 꿈을 이룬 사람이 되었다. 대단한 꿈을 이뤘거나 돈을 엄청 많이 버는 인생은 아니지만, 청소년기의 사춘기 시절, 성인이 된 후의 자아성찰의 시간, 그때 끌렸던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서 살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면서 부딪힌 어려움도 있었고, 그를 통해 기대도 버리고 관점을 바꿔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 애쓰고 있다.

"Growing up is not the problem. Forgetting is.
어른이 되는 건 문제가 아니야.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는 게 문제지."


병적일 정도로 자신에게 관심과 생각이 많고 마음도 많이 쓰는 나.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말처럼, 그럼 나는 어린 시절에 가졌던 것들을 어른이 된 후에는 어떻게 만들어오고 있을까. 남들처럼 똑같은 틀에 맞춰진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던 소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꿈을 이뤘느니 어쨌느니 말하지만, 나도 결국엔 평범한 어른에 불과한 건 아닐까. 아니지, 보통의 삶을 사는 것도 쉬운 건 아니더라. 


요새는 대략 다음과 같은 축으로 살고 있다. 1) 최악의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 상태가 행복한 거다. 2) 가끔 무기력하고 우울해지더라도, 엄청나게 행복한 일이 일어났다가 곤두박질쳐서 망가지는 것보다는 낫다. 3) 너무 복잡하게 끌어안고 있으면서 단순하게 회피해도 될 일을 굳이 더 어지럽게 만들지 말자. 


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하지만, 본질은 역시 사라지지 않는 모양인지, 요즘 삶에 왠지 알맹이가 없어진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잔잔하고 평온하게 살기 원했으면서 말이다. 예전에 비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잠시 착각했었나보다. 어느샌가 또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이렇게 골똘히 탐구하고 있다. 그냥 내가 심심한 모양일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어서 허전해? 고생을 사서해야 직성이 풀리겠니? 이상한 사람이야..

"It is only with one's heart that one can see clearly.
What is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마음으로 보아야만 분명하게 볼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

작년 초부터 아주 가끔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 2017 위시 리스트 중에서 그림 전시회 참여하기가 있었고, 드디어 9월, 전시회에 참여한다. 비전문가들의 전시회라 대단한 건 아니지만, 상관없다. 그냥 내가 그린 그림 하나를 완성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이번 전시회 주제는 '꿈'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린 다음에 오려서, 큰 도화지에 붙일 거다. 어제는 아이스크림 커피, 마카롱을 그렸다. 그밖에 통기타, 타이핑하는 손가락과 키보드, 팔레트, 바다, 해,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을 그릴 예정이다.

나를 편하게 하고,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저 끌리는 것들. 어떤 맛이든, 보이고 들리는 것이든, 경험하는 것이든. 이러한 소소한 하나하나를 만끽하고, 또 만끽할 수 있는 삶이라면, 나, 썩 잘 살고 있는 거 아닐까. 마음으로 끌리는 것에 단순하고 과감하게 다가가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도 썩 잘 사는 증거 아닐까.



'꿈'이라는 주제로 어떤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다가, 작년 초에 인터뷰이가 추천해준 이 영화 <어린왕자>가 떠올랐다. 한국어 자막이 없어서 영어 자막으로 보았다. 오히려 더 좋았다. 책에 나오는 원문도 함께 기록할 수 있었으니까. 늘 그랬듯이 수학 문제 정답 같은 건 나오지 않지만, 이쁜 영화도 한 편 보았고, 요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나 돌아보고, 난 앞으로도 별일 없이 평온하게 살 거라는 등의 이런저런 넋두리를 오랜만에 남겨서 나쁘지 않다. 2017 한여름의 흔적이구만.

마지막으로, <어린왕자>에는 명언이 참 많지만, 이번에는 딱 두 개만 기억하려고 한다.

잊지 말자, 그리고 마음을 지키자.
잊지 말자, 꿈, 순수함, 나란 사람의 본질을.
그리고 마음을 지키자, 감성을 만끽하기 위해 이성과 현실을 이용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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