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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Jun 29. 2020

사랑에 빠지는 건 순간으로 족하다

영화에서 사랑을 배우다: <미녀와 야수 2017> 리뷰



이상한 벨의 아름다운 순간



벨은 ‘미녀와 야수’ 주제곡인 <Belle>의 가사처럼, ‘무리 crowd’와는 다른, 나머지의 사람들에게는 ‘퍼즐 puzzle’과도 같은 여자다. 사람들 사이에 꼭 들어맞지(fit in) 않는 사람. 그런 점에서 그녀는 야수를 만나기 전부터, 야수를 참 많이도 닮았다.


동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버지를 찾아가 ‘내가 이상하냐’고 묻는 벨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말한다. 작은 동네 사람들의 작은 마음일 뿐이라고. 그리곤 파리에서 만난 어떤 여자도 벨과 비슷했다고, 처음에 사람들은 그녀를 비웃었지만 결국 모두가 그녀를 흉내 내게 되었다고 했다. 맞다. 그는 벨의 엄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를 닮은 벨의 용감한 순간



기억도 나지 않는 갓난아기였을 때 엄마를 잃고 아빠와 자란 벨.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하나만 더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자 아버지는 'Fearless'라고 답한다.


남들과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이 어린 소녀에게 글을 가르치고,

그 마음이 가스통을 거절하고,  

그 마음이 벨을 그에게로 이끌었다.    



원래 계획이 쓸모 없어진 순간  



아버지 대신 자신을 야수의 감옥에 가둘 때, 벨에게는 아빠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집안사람들의 성의로 감옥을 나와 방을 얻게 되었을 때, 벨은 천 여럿을 한 줄로 묶어 창밖으로 탈출하겠다는 새 목적을 가지고 행동했다.  


도망친 벨을 쫓아온 야수는 늑대 떼에서 그녀를 구하고 상처 입은 채 쓰러진다. 벨은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떠나야 할 대상이었던 그가, 곁을 지켜주어야 할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야수를 데리고 다시 그의 성으로 돌아간다.  



자꾸만 바라보게 되고, 웃음 짓게 되는 순간



벨은 해가 지고 해가 뜨는 나날 동안 다친 야수를 간호한다. 장미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알게 된 벨은 이제 야수와 성의 앤티크 물건(사람)들을 돕고자 한다.  


셰익스피어의 글을 읊으면서 깨어나는 야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좋아한다는 벨을 데리고 자기의 서재로 향한다. 둘은 함께 식사하며, 또 눈밭을 산책하며 책을 읽는다.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벨은 다듬어지지 않은 야수의 거친 행동들을 고쳐주기 시작한다. 새로움에 긴장을 놓치지 않던 이 둘의 관계가 점점 자연스럽고 편안해진다.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된 순간



야수는 사랑 이야기를 읽고, 벨은 야수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더 넓은 세상을 갈망하던 벨에게 먼지 쌓인 책을 펼쳐 마법의 지도를 보여준다. 함께 파리에 도착한 둘. 벨은 비좁은 다락에서 예술가였던 아버지가 어머니를 온 맘으로 사랑했던 때를 직접 보며 엄마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알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둘은 함께 춤을 추면서 성 안을 아름다운 불빛으로 물들인다. 단 한시도 서로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로,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춘다.  


짐승의 모습으로 벨의 애정을 바라게 된 야수는 마법 거울을 통해 곤경에 처한 벨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그녀를 아버지에게로 보내준다.  



벨이 야수를 알아본 순간



야수와 그의 성을 찾아낸 가스통과 일당들의 공격에 성은 엉망이 되고 야수도 크게 다친다. 마지막 장미꽃 잎이 지고 야수는 눈을 감는다. 성의 가족들도 한 명 한 명 그 생명을 다한다. 촛불은 꺼지고 가구는 다시 열리지 않는다. 끓던 주전자도 조용해지고 말하던 시계도 언어를 잃는다.  


벨은 눈을 감은 야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장미꽃잎들은 야수를 일으켜 세운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그의 눈을 보고 벨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돌아왔다는 것을.

그가 야수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어두움 가득했던 성에 환한 빛이 밝혀오고, 생기가 없던 모든 곳에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성의 가족들도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순간이 모여 사랑이 된다



야수가 처음 벨을 지키려다 늑대에게 상처를 입고 쓰러졌던 순간부터 그는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벨 또한 자신을 위해 싸우다 다친 야수를 모른 체할 수 없었고, 그를 간호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또 다른 상처로 서로의 인생에 관여하게 된 것이다.


미녀와 야수가 말하는 사랑은 크고 웅장한 스케일의 한 이벤트가 아니라 소박하지만 명확한 순간들이 하나 둘 모여 이루어낸 과정이다.

하나의 순간이 시선을 바꾸고,

또 다른 순간이 마음을 만진다.

순간은 그렇게 상대를 그 사람의 진짜 모습 그대로로 바라보게 해 준다.  



털 많고 무서운 야수가 다정하고 속 깊은 왕자로 변하기 전에, 벨은 순간순간 진짜 그를 보았고, 진짜 그의 손을 잡았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들었다.  


그들의 사랑은 순간과 순간 사이에서 피어났다.

정말, 순간과 순간으로 충분했다.  





Source:

All Images by Beauty and the B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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