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이번 달 말부터 디자인 수업 하나를 듣기 시작할 예정입니다. 2016년이 끝나기 전에 회사가 아닌 재택근무나 프리랜싱을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쯤이라고 하면 적당하겠네요. 수업의 내용은 10월쯤에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을 하고 글을 쓰는 1인 기업이 되고자 하는 저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이 어떨는지는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20대의 끝에 서서 저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특별할 것 하나 없이 평범하기만 합니다. 유치원을 다녔고, 유치원 봉고차 안에서 졸다 보니 어느덧 3군데의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생이 되어있었고, 중학교 2학년 1학기를 휴학하면서 가족이 이민을 준비했었지요.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 캐나다에서 중3이 되었고 고등 3년을 밴쿠버에서 마쳤습니다. 졸업 후 1년을 쉬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다 부모님의 사정이 어려워져 2년 후 휴학을 했었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밴쿠버로 돌아온 것이 작년이었으니 저는 10대 전부와 20대의 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 셈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 것 삶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냈는데 또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러 '교실'로 돌아가는 모습이 저 자신에게도 의아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저는, 어렸을 적보다 어쩌면 더 인생에 대해, 인생의 여러 요소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늘 질문이 많고 아주 작은 삶의 움직임에도 크고 기쁘게 반응합니다. 이 나이 먹어서 길바닥의 개미를 보고 놀라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신기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면 우스꽝스럽겠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배움을 멈추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요. 오히려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어도 배움은 지속되어져야 하고 추구되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배움의 갈증을 가진 어른들을 위한 학교들이 있음을, 그중에서도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몇 곳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학교 순서
1. 인큐 (한국)
2. 인생학교 서울 (한국)
3. 퇴사 학교 (한국)
4. 인생학교 School of Life (유럽)
5. Life Labs New York (미국)
6. Society of Grownups (미국)
7. Brooklyn Brainery (미국)
1. 인큐
인재 양성소 인큐는 대한민국의 교육문화를 바꾸겠다는 윤소정 대표의 포부로 시작된 교육기업입니다. 인문학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진짜' 어른으로 거듭나는 곳, 인큐. 인큐가 제공하는 수업들에는 나를 찾는 '아이 프로젝트, ' 아는 것을 행동하게 하는 '액션, '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싱킹, ' 매력적인 디자인을 배우는 '디자인 싱킹'과 독서 문화를 만드는 무료 '수요 독서포럼'이 있습니다. 윤소정 대표는 그녀의 블로그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진심이 담긴 글 하나하나가 감동스러울 정도입니다.
2. 인생학교 서울
손미나 앤 컴퍼니와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알려진 인생학교 서울에서는 삶에 필요한 다양한 스킬을 배울 수 있습니다. 죽음은 받아들이는 방법에서부터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까지, 크게는 일과 자아, 그리고 사랑으로 나누어진 여러 수업들을 통해 알랭 드 보통이 나누고자 했던 진정한 리더의 자질들이 서울에서도 계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생학교는 당신이 이전에 학교나 대학에서 배우지 않은 모든 것을 함께하는 곳이다. 인생학교에서는 당신과 당신의 친구, 가족이 말하기 부끄러워했던 것, 그러나 인생과 관계, 일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들을 배운다.
- 알랭 드 보통
3. 퇴사 학교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 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는 퇴사 학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몇 주의사항들이 눈에 띕니다:
회사에 절대 소문내지 않기
사무실에서는 절대 접속하지 않기
졸업 전까지 부장님께 절대 들키지 않기
입학은 조용히 졸업은 화려하게 하기
위의 규칙을 재학 중 반드시 준수하기
청년 실업률이 연간 기준 10%에 머물고 있는 이 상황에서 퇴사가 웬 말이냐,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놓고 보았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인가, 라는 깊은 질문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물론 퇴사 학교에서 퇴사를 강요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다니던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것과 퇴사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참여하는 학생의 100% 자유이지요. 직장인으로서 글을 쓰는 방법이라던가, 진짜 여행자처럼 여행하는 방법, 혹은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을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퇴사 학교입니다. 주말 이틀을 위해 주중 5일을 버티는 나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멀지 않은 미래(혹은 퇴사)를 꿈꿔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에서는 손미나 앤 컴패니가 운영 중인 인생학교가 있다면, 런던에는 알랭 드 보통이 시작한 인생학교 본교가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직업 찾기, 창의력 재배하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 직장에서 더 기업가적으로 일하기, 인생 와 일의 균형 맞추기 등 독특하지만 현실적인 제목의 수업들이 많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심리 상담이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지요. 런던에 직접 가는 것이 현재로선 어렵다면, 이 곳에서 만든 재미있는 책들이나 카드를 구매해 읽어보는 것으로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듯싶네요.
개인뿐만이 아니라 회사에도 여러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는 라이프랩스는 Dirk Liedig와 LeeAnn Renninger이 2012년에 시작한 교육기업입니다. 현재는 갈등 연습과 생산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전문적인 워크샵은 총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워크샵이 끝난 후에는 참석한 누구든지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회사를 고객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워크샵, 코칭, 팀별 활동, 수련회, 컨설팅 등이 있습니다. 미국의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이 Life Labs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수료했다고 하네요. 회사들 중에서는 구글, 엣지, 홀푸드, 스퀘어 스페이스, 위 워크, 스파티파이, 와비 파커 등이 있습니다.
새로운 도시에 정착하기 위한 가이드를 얻기도 하고, 투자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을 수도 있고, 와인의 상식들을 습득할 수도 있는 쏘사이어티 포 그로운 업스. 수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벤트들도 진행되는 이 학교는 보스턴에 있지만 온라인으로도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주로 경제관념에 대한 수업들이 많고,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돈 때문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수업들도 눈에 띕니다.
순간을 위해 살고 Live for the moment.
미래를 위해 준비하라 Prep for the future.
뭐 하나 배우려면 예상외로 너무 많은 돈이 드는 뉴욕에서 비싼 수업들에 신물이난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Brooklyn Brainery는 캐주얼 클래스를 지향합니다. 요리에서부터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 상식이라던가, 그림 그리기, 자수하기 등의 손으로 하는 작업들을 넘어서 이메일 쓰기처럼 직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수업들도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열정을 쏟는 관심사가 있다면 누구든지 선생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40세가 되기 전에 10개의 직업을 갖는다고 합니다. 지금의 생활을 만족한다면 직장이나 가정에서 더 열심히 전진하면 되겠으나, 만족하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새로운 배움의 현장에서 또 다른 꿈을 꿔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밴쿠버는 가을이 와서 여름보다 해가 1-2시간 정도 빨리 지고, 비도 자주 내리기 시작했어요. 퇴근을 하고 나서 저녁식사를 끝내면 우중충해진 바깥 모습에 운동도, 다른 여가생활도 하기가 힘든데, 미뤄둔 책들을 꺼내고 온라인 수업을 몇 챙겨 들으면서 꽃피는 봄을 기다려볼까 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학교, 어떻게 보셨나요? 지금 당장 책가방에 새 노트와 펜, 하이라이터를 챙겨 넣고 교실로 막 달려가고 싶진 않으신가요?
Image by Jake In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