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a Kim Oct 29. 2016

또 하나의 문자를 기다리는 기술

여자의 창의력

영문 글은 여기에서: Art of Waiting for Another Text


앞길 창창한 학생일 적엔 풍부한 창의력이야말로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가장 값비싼 가능성으로 여겨집니다. 창의력은 아주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술,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따라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과도 같습니다. 각 분야에서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아주는 사람, 한 산업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려면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에 뛰어든 우리 여성들에게 세상은 이제와 창의적이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어느 남자에 대해서, 문자 몇 통을 주고받은 그 남자에 대해서, 바로 전날 아점/점심/저녁식사를 함께한 그에 대해서 어떤 것도 상상하지 말라고 합니다. 


특히나, 지금이 그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는 순간이라면 더.


왜일까요?




저의 창의력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빛을 발합니다. 긴장감이 돌거나 숨기고 싶었던 약점이 공개된 때면 더욱 그러하지요. 마감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더 자연스럽고 빠르게 글이 써지는 것과 같이, 어서 그 남자가 나에게 문자를 보내주길 원하면 원할수록, 다시 전화를 걸어주길 바라면 바랄수록, 한번 더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싶으면 하고 싶을수록 더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창의력의 가장자리를 걷는 저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비슷한 줄거리를 갖습니다:


그는 지금 직장에 있습니다. 상사가 급하게 불러 찾아가 보니 쌓여있는 종이 더미들을 집어던지며 화를 내고 욕을 합니다. 급조한 마감기한을 다시 내놓으며 며칠 몇 날을 새서 완성한 프로젝트를 다시 해오라 명령합니다. 모든 것을 다시 해야 하는 그는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상사의 사무실을 나와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앉고는 땀에 젖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습니다. 결국 나에게 문자 한 통 보내야 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이런 상황일 수도 있겠군요. 그는 집에 가는 중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그의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엄청난 부상에 당했다는군요. 캘거리나, 토론토, 아니면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중 가장 빠른 티켓을 구매해 하루든 이틀이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행객용 심카드를 구매할 겨를도, 여유도 없었던 그는 당연히 나에게 전화를 걸 통화 버튼조차 누를 기운이 없었지요. 어떠한 감정적 준비도 없이 도시를 떠나야만 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는 어떤가요. 토요일이나 일요일, 조깅을 하러 나선 그. 그의 아파트 가까이에 운동에 적합한 공원이 좋겠네요. 운동을 할 때면 자연이나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은 그이기에 핸드폰은 챙겨 나가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할 때에는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주 달립니다. 하지만 자주 차에 치이지는 않지요. 그 날은 그가 차에 치이는 날이었습니다. 그는 넘어지고 구급차가 그를 태워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갑니다. 지갑도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사고를 알릴 사람의 연락처를 찾는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는 어떠한 정보도 없이 입원되었습니다. 당연히 나에게 저녁식사를 권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창의적인 것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창의력은 거부당하고, 변명을 듣고, 잊히는 여자들에게 모든 부정적인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창의력은 또한 깊은숨을 쉬고, 어떤 일이 일어났어야만 했는지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나에게 어떠한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혹은 내가 그에게 잘못 보였기 때문이다, 라고 우리 자신을 자책하지 않았도 되는 기회. 사실은 모든 것이 '그'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도 하죠.


제 친구 중 한 명은 여러 차례의 소개팅을 통해서 결국 문제는 그녀 자신보다도 지금것 소개팅 때 만나온 사람들에게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근본이 소개팅의 남자들이 아니었으면 하는 착한 마음 때문에 결국 그녀 자신에게 활을 당기고 있었던 것이었죠. 착한 마음이 그녀의 시야를 가린 것이기도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개팅에 나왔던 남자들은 비뚤어진 생각을 갖고 있었고, 제대로 된 관계의 정의도 내리지 못했고, 과거에 머물러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무례한 데다가, 소개팅의 맛이나 좀 보자 하는 식의 가벼운 인간들 뿐이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스파크가 튀지 않았던 것을 이유로 내세운다면 딱히 반대할만한 의견 또한 없다는 것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만, 오늘의 주제는 창의력이므로...)




여자들에게 이런 이상한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문제의 중심에 있고, 이야기의 주인공을 공격하는 적수들입니다. 만약 그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여성들의 감정과 마음을 이해한다면, 거짓 희망을 주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또 젠틀하게 전달했어야 하지요. 누구의 이야기 속에서 적대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쓴 이야기 속 모든 악당들이여.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나옴으로 인해서 당신의 의도 뒤에 숨겨진 진심, 실제로 당신이 당신과 그녀의 사이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이 걱정하지 않아도, 상상력이 풍부한 여성들은 진실을 마주할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지요. 결국엔 기가 막힌 창의력으로 당신의 문자 하나, 전화 한 통, 데이트 신청 한 번을 기다리는 그 시간을 즐기다가, 감정과 마음에 보다 솔직할 수 있는, 당신보다 100배 더 멋진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 것입니다.


또한 여성들이여. 절대 이야기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창의력을 기르다 보면 당신의 창의력을 돈벌이가 되는 곳에 몽땅 사용할 수 있게 해줄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누가 알아요? 두 팔이 부러져서 죽을 만큼 전송 버튼이 누르고 싶은데 누르지 못하고 있을 그가 당신 미래의 참사랑이 되어줄지.





Source:

Image from Stocksnap

Image from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꿈결 같은 사랑에서 깨어나야 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