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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Apr 22. 2017

백설공주 새엄마가 불행했던 이유

잘못된 질문의 말로

나는 매일 아침, 나갈 채비를 하기 위해 아이키아에서 산 적당한 크기의 동그란 거울을 들여다본다. 붉어진 피부를 로션으로 다독이고, 파운데이션으로 잠재운다. 눈썹을 그리고 입술에 생기를 더한다.


찍어발라야할 것이 많아서 진짜 해야 할 것은 잊을 때가 많다. 


지난밤 마음 편히 잠은 잘 잤는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내면의 준비가 잘 되었는지,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 자신에게 필요한 질문을 하는 것. 아이크림을 빼먹지 않고, 컨실러로 잡티를 가릴 때보다 진심을 다해 내 얼굴을 바라보는 것에 더 뿌듯해야 하는데 말이다.


눈을 감고도 시퀀스를 나열할 수 있을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백설공주의 이야기도 실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겉은 화려하고 강해 보이지만 속은 여리고 상처투성이였던 한 여자에게서 시작되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거울이 닳고 닳도록 매일 쳐다보고 또 쳐다보던 여자는 백설이의 새엄마였다. 

한 나라(아니면 한 동네)의 최고 권력을 가졌던 그녀가 그토록 거울에 집착했던 이유는 아무에게도 질 수 없는 최고의 미모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번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대답해주던 거울 녀석이 생각지도 못한 답을 한다. 

왕비님도 아름다우시지만, 백설 공주가 더 아름답습니다, 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두쪽 날 가당치도 않은 망언을 한 것이다.


왕비는 질투에 눈이 멀어 스나이퍼를 고용하고, 아무도 모르게 백설이를 처리하라는 명령이 내린다. 

마음 약한 스나이퍼 덕에 목숨을 구한 백설이는 그 후 숲 속 난쟁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결국 아무 죄명도 없이 도망자 인생을 살아야 했던 백설이는 마법의 입술을 가진 옆동네 왕자를 만나 행복한 여생을 보내게 되고, 마녀 분장까지 서슴지 않으며 공주를 독살하고자 했던 못된 (마녀) 왕비는 불로 달군 쇠 구두를 신고 평생 춤을 추어야만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거울 앞에 선다. 

식사를 다 끝내고 혹여 입가에 음식의 잔여물이 묻지는 않았는지, 

비싼 돈 주고 새롭게 단장한 헤어스타일이 잘 자리를 잡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숱한 시간을 거울 앞에서 보낸다. 


지만 화장을 수정하고 머리를 매만지는 시간만큼,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나의 마음과 감정을 확인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신이 가진 권력만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미인이 되고 싶었다면 남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미를 가꾸어야 한다는 걸, 새엄마는 몰랐다. 자신보다 젊고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죽이면 자신이 자리를 독차지할 있을 거라 믿었다. 


만의 아름다움은 누군가를 없애야 한다는 눈먼 질투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정확하게 있는 진실된 시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몰랐던 그녀는 그렇게 불행에 머물렀다.






사람은 질문을 한다. 

옹알이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생각이라는 것이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고사리 같은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께 질문을 하는 기특한 꼬마에서, 인생의 의미와 방향을 고민하는 청년으로 자라기까지 멈추지 않고 질문한다. 


하지만, 팔을 하늘로 뻗고 목소리를 높여 던졌던 질문처럼, 질문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매일 보는 거울, 그 앞에서 매일 해오던 미모 타령을 멈추고 다른 질문을 했다면, 백설공주의 새엄마의 남은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말이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라는 질문 대신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나를 제일 필요로 하지? 라고 질문했다면 이 동화는 다른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백설이와의 의미 없는 경쟁의식과 평생에 걸친 쫓고 쫓기는 감정싸움 대신, 자신이 가진 부와 권세를 올바른 곳에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미모를 확인받는 일보다 자신이 가진 힘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 더 필요했다. 






나는 어떠한가. 백설이 새엄마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거울 앞에 서서 내가 한국 나이로는 몇 살이고 캐나다 나이로는 몇 살이다, 라는 유익 없는 숫자 계산을 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풀이 죽은 한숨을 내쉬고,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어떤 일들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있진 않은가.


허영과 자만으로 두 볼을 가득 채우고, 자신을 마주한 채로 잘못된 질문을 던진 후, 거울에 슬며시 나타나는 아름다운 백설이의 형상을 보자마자 분노에 사로잡힌 왕비와 얼마나 다른가.


그릇된 시선, 그것은 그릇된 감정들을 만들어낸다.


내가 몇 살이나 먹었든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이이구나, 라는 당당함.

여태껏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지? 라는 실망 말고 오늘부터 매일 나는 새로운 것을 배워갈 수 있다, 라는 감사.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라는 근심보다는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시작이라는 걸 믿는 믿음. 이들은 모두 올바른 시선에서 시작된다.






거울의 본래 용도는 나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이다. 

나의 내면을 가꾸고, 가꾸어진 내면만큼 용모도 아름답게 변해가는 것을 확인하는 곳. 하지만, 거울의 본래 용도를 놓쳐버린 채 잘못된 질문을 했던 왕비가 거울을 통해서 본 백설공주의 모습은 그녀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허상이었다. 


틀린 질문, 그것은 우리에게 허상만을 남긴다.


본인보다 젊고 아름다운 백설이의 얼굴 대신, 다양한 기회와 삶의 연륜을 지닌 성숙한 왕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상을 바꿀 수 없다면, 바로 그런 상황이 절호의 기회이다. 다른 것 이전에 질문을 바꿀 수 있는 기회. 

같은 거울, 같은 자세, 같은 시간에 질문 하나만을 바꾸었을 뿐인데, 이제 내가 마주한 거울 속엔 진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나다운 나의 모습이 나타날 일만 남았다.








일주일에 한 번, 뉴스레터를 만들어 발송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넘쳐나는 시대인데, 읽을거리가 부족한 분들과 읽음과 씀을 애정 하는 분들과 함께합니다. 

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것이든 창조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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