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a Kim Dec 28. 2017

작심삼일 퇴치에 필요한 준비물

내가 작심삼일 하는 동안 누군가는 새로운 습관을 만든다

만국 사랑 편지 International Love Letter여기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2017년의 마지막 레터는 내일 발송됩니다.




2018년을 앞두고 한 해를 뒤돌아보니 2017년을 시작할 때 홀로 다짐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나는 이들을 잘 해내었다 말할 수 있을까?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달 동안 종이 위에 남아있을 뿐 실제로는 실현되지 못한 일들이 있다. 욕심이 과했었나 생각하며 올해의 시작점을 떠올려보니, 그땐 의욕이 넘쳤고 열정은 손도 못 댈 만큼 뜨거웠웠다. 그만한 의욕과 그만한 열정엔 당연했던 새해 목표였다.


감사하게도 2017년 동안 해낸 일도 있다. 회사를 나왔고 한국에 왔다. 한국계 미국 입양인들을 초청하는 행사에 함께 했고, 틈틈이 번역일도 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탄생하길 바라는) 새로운 책 작업을 위해 의미 있는 미팅도 했고, 다큐에도 참여했다. 올해 마지막 날을 목표로 웹사이트 작업도 시작했으며, (잠시의 휴식기만 빼면) 브런치와 블로그, 뉴스레터를 놓지 않았다.


 해낸 일과 해내지 못한 일들 사이로 기대심이 커져간다. 2018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는 동시에 나는 내년에는 너무 많은 목표들은 설정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중요한 꿈을 가지고 작심삼일 하지 않도록 몇 가지 만을 기록해두고 기억하려 한다.


새해를 맞이해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다짐을 종이에 옮겨 적고 있는가?

이번 한 해를 보내며, 또 지금껏 많은 새해 목표들을 정했다가 이루었다가, 다시 시작했다가 포기했다가를 반복하며 얻은 작심삼일 퇴치에 유용한 준비물들이 여기 있다.





 

 

#1 큰 (밑) 그림

 

당장 허황된 판타지를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거대한 목표를 정해두고 발버둥 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여기서 큰 그림이란 바로 나에 대한 그림을 말한다.


며칠 뒤의 내 모습이 아니라, 몇 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자는 말이다.


물론 언제 내 생애가 다할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그만큼 미약한 존재이지만, 바로 며칠 뒤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꿈을 꾸는 것은 너무 시시하다. 몇 년 뒤, 좀 더 성장한 내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면, 구체적인 목표들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이번엔, 작은 그림을 그릴 차례다.


 

 

#2 작은 목표치

 

머릿속에는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두고, 내 앞에는 내가 오늘 당장 해낼 수 있는 작은 실천 행동들을 둔다. 판타지적인 요소는 내가 그려놓은 나로 충분하다.


행동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이어야만 한다.


실현 가능하다 못해 쉽다고 까지 느껴질 법한 목표치를 세우면, 어느 지점에 도달한 후에 좀 더 높은 목표치를 설정할 수 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의 내 모습이 오늘의 내 모습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3 가까운 데드라인

 

몇 달 후 중요한 행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 달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야겠다고? 대신, 내일부터 식단 조절을 해보는 건 어떨까? 다음 주부터 큰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고? 오늘 오후부터 조사한 자료들을 훑어보는 건 어떨까?


사람은 대체적으로 미루기를 좋아한다. 벼락치기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건 아닐 테니까. 미뤄도 될 때가 있고, 또 미뤄야 폭발하는 라스트 미닛 에너지도 실존하는 에너지이지만, 작심삼일 또한 미루는데에서 은근슬쩍, 그리고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미루기 대신 가까운 데드라인을 설정하면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반복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내일이 아닌 오늘 느끼는 성취감. 그것이 나에게 지속하는 힘을 준다. 조만간 작심삼일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중요한 습관 하나가 늘어난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4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이다. 바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믿는 마음.


최근 <엄마의 자존감 공부>라는 책을 쓴 김미경 작가는 아이들의 자존감은 잘난척하면서 쑥쑥 자란다고 말했다. 이렇듯 어린 시절의 경험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자신에 대한 당당함을 이제와 가지란다고 쉽게 가져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never-too-late!이라고 외쳐보련다.


지금이라도 잘난 척하면서 자존감을 키워보자.

"내가 만든 새해 목표,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나라면 할 수 있어.”

"이렇게 예쁘고 바른 글씨로 새해 목표도 적은 게 바로 나야, 나.”


스티브 잡스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영감을 심어주는 리더였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정치인 심상정은 ‘반민주주의자에 맞서는 싸움에서 더 나아가, 민주적인 제도와 기구를 다수의 합의에 의해 잘 운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쌓는 일’라고 민주주의를 정의 내렸다. 스티브 잡스와 심상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사람에게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장의 프로젝트에도, 국가의 제도와 사상에도 '믿음'이 필요하다.


이쯤 되면 눈치챌 수 있다. 어쩌면 새해 목표란 거창한 희망사항들을 나열하는 일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는 일’ 일 수 있다는 것.


 


#5 과거가 아닌 오늘과 미래를 향한 집중


때때로 나의 깊고 깊은 영혼 속에 선포하는 말씀 구절이 있다. 바로 고린도후서 5장 17절의 말씀이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전인권과 이적도 "지나간 것은 지나 간대로"라고 노래하고,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에서 저자 김병완은 ‘어제도 과거,’ ‘심지어 1초 전도 과거’라고 말한다. 어제는 이미 지난날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서 나와 당신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에는 내가 해낼 작은 실천사항들이 있고, 미래에는 그들을 해내었을 대견한 내가 있다.


이전 것은 이미 지나갔으므로, 작심삼일 했던 작년이나, 나 자신에게 실망했던 어제에서 고개를 돌리자.

무엇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오늘,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해있을 내일을 향해 눈을 들자.






연말 동안 미디어를 통해 마음 아픈 소식들을 접하면서 나는 질문했다.

나는 바로 이 순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미 일어난 일들을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고, 오지 않을 일들을 염려하기엔 너무 이르다.


대작을 얻기 위해 누구나 구할 수 있는 흔한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는 화가처럼,

세상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오늘 책상에 앉아 문장을 다듬는 작가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작은 목표치를 세우고,

가까운 데드라인을 꼭 지키고,

나는 할 수 있다고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지나간 일보다는 오늘,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떠올리며 기대하는 사람으로,


오늘을,

그리고 멀지 않은 2018년을 씩씩하게 걸어가고 싶다.

 

 


Source:

Images by Caleb Martin, Haley Powers, Igor Ovsyannykov, Markus Spiske, Octavian Rosc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