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a Kim Jan 24. 2019

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4가지 이유

'하다'가 주는 자격, 성장, 기회 그리고 가속도

나와 나의 파트너는 장거리 연애, 즉 롱디 Long Distance Relatinship 중이다. 


그 시작은 밴쿠버와 토론토였다. 비행기로만 4시간 반이 걸리는 두 도시. 캐나다엔 KTX가 없는 관계로 우린 문자, 전화 통화, 스카이프로 헛헛한 서로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예상치 못했던 한 달간의 장거리 연애를 시작으로, 우리는 잠시 얼굴을 봤다가 각자의 도시로 돌아가야 하는 조금은 독특한 연애를 35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처음 우리의 헤어짐이 2주쯤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사실 한 달로 티켓을 끊었어, '라고 얘기하는 그의 얼굴이 실은 무지 얄미웠었다. 지나와 되돌아보니, 참 다행이었다. 날 위한 시간은 2주보다는 한 달이 훨씬 적절했으니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처음엔 당황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나의 모든 오후 및 주말 계획들이 그의 존재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시간을 비워두고 함께 가기로 약속한 식당에 가보고, 함께 카페에서 책을 읽고, 함께 산책을 하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 연애라는 게 다 그렇듯 혼자 하던 것들을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남편 없이 못 사는 여자, 아내 없이 못 사는 남자 - 가슴 시린 연애소설 제목 같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 상대의 마음이 귀하고 감사한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누군가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애틋함은 누구나 겪겠지만, 나는 나라는 주체로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2주 다녀오는 거겠지, 했는데 결국은 한 달이었던 남자 친구의 여행처럼, 인생은 예상 밖의 일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소중히 해야 하고,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에너지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사람마다 무엇을 할는지는 다른 것이 당연하다. 자신에게 맞는 무엇이든 그것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과 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해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착각은 액션의 반대말이다. 착각은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가장 위험한 요소이다. 


현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선은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여행을 떠나는 바로 그 날, 당신은 여행의 주인공이 된다. 결혼식 날이 잡혔다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바로 그 날, 긴 복도를 당당하게 걸어갈 당신이 주인공이다.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 하나의 책을 통해 생각이 성장했다면, 책의 주인공은 작가도 아니고, 그 책을 판매한 서점 주인도 아니고, 책 속의 가상 인물도 아니고, 바로 당신이다. 


장거리 연애. 때때로 마음은 아프지만, 그 연애를 통해 당신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서로의 인생에 가치 있는 투자를 할 수 있었다면, 당신이야말로 그 관계의 주인공이 될 자격을 가진 사람인 것이다. 





시작이 두려운 건 누구에게나 같다. 세상 어떤 전문가도 처음부터 전문가인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초짜로 시작하고, 실수를 반복한다. 어리숙하고 모자란 것은 당신만의 콤플렉스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다 그렇다. 


'한다'는 단어에는 연속성이 담겨있다. 무엇인가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연속성에는 시간과 공간과 행위가 함께 공존한다.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변화하며, 행위는 지속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라난다. 


하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볼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그냥 넘겼던 생각들이 발상이 되고, 또 다른 프로젝트의 초본이 되어준다.  


글과 같은 것이다. 써놓고 저장만 해놓으면, 그 후로 다신 꺼내 보지도 않게 될 수 있다. 다시 작업하지 않으면, 종이 위 낱말들의 행진으로 남는다. 하지만, 읽고 고치고, 또 읽고 또 고치다 보면 글은 메시지가 된다.  


성장은 지속이며 변화이다. 그리고 그 성장은 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한다는 건 움직임이다. 움직이고 있는 사람의 몸에는 열정과 희망과 꿈이 있다. 그의 생각은 더 나은 것, 더 행복한 것에 집중되어 있고, 그의 발걸음은 당당하고 거침없다. 그런 자는 기회의 계단을 오른다. 한 번 오를 때마다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그런 계단.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사람과 늘 탐구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 중, 누구에게 기회가 찾아오겠는가? 찾는 사람에게 찾아지는 물건처럼, 구하는 사람에게 도달하는 응답처럼, 기회는 공평하게 기회를 원하는 자에게 주어진다. 하는 사람이 누구보다 빨리 기회를 알아보는 법이다.


나의 일에 몰두하고, 나의 인생에 집중하면 다양한 기회가 온다. 기회 중에는 더 나은 직장, 더 따뜻한 우정, 더 돈독한 대인관계도 있고, 더 사랑받을 자격과 더 애틋한 연애도 있다. '한다'는 것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와도 같아서, 내가 먼저 시작하면 내 주변의 사람들도 함께 도전하도록 설계되어있다. 주변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인생의 규모가 정돈된다. 내 옆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응원한다. 환경과 관계가 정리된다는 건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없는 인생의 기회가 아닌가!





달리고 있는 차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듯, 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쉽게 가속도가 붙는 법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도 꾸준히 정기적으로 할 때의 느낌과 (의도치 않았던) 긴 휴식을 갖고 난 후 업데이트를 할 때의 느낌이 다르다. 일주일에 한 번 글을 공유할 때는 생각을 글로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휴한기가 찾아오면 써둔 것은 많은데 다듬기가 두려워진다. 일기로만 남기는 생각들이 점차 쌓여 내면에 먼지바람을 일으킨다. 


푸르렀던 나무들이 빨갛고 노란 낙엽이 되자, 다시 내가 기록해 둔 단어와 문장을 마주하겠다는 용기가 났다. 글들이 일기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차근이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더 하게 되었다. 아, 하고 있어야만 더 할 수 있는 탄력이 붙는다는 것, '기록하기'에 대해서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점이다. 






나에게 나의 삶이 없다면, 뭐든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었다면, 연인이 자리를 비운 한 달 동안 얼마만큼의 집착과 오해로 힘들었을지, 안 겪어봐도 훤하다. 떨어져 있는 시기에는 보고 싶은 간절함도 금방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그리움은 잔잔한 호수의 표면에 던져지는 작은 짱돌이다. 잘못 활용되었다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만다.   


상대방의 선택을 지지하고, 그만의 시간을 응원하며, 그의 인생에 또 하나의 추억이 쌓여간다는 것을 함께 기뻐해 주는 만큼, 내가 있는 곳에서 나의 일에 집중하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는 건 그에게 존중받아 마땅하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곤 하는 명작들을 돌이켜보면, 기억에 오래 남을법한 인상 깊은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들의 성장에 따라오는 성장통이 있으며, 인생에 몇 번 뿐인 기가 막힌 기회들이 있다. 나라고 그런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주인공은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는 자의 것이고, 그 자리에 도착하기까지 나는 나만의 것을 '하는' 삶을 살아가면 된다. 


장거리 연애가 그냥 연애가 되었다가, 어느새 또다시 장거리가 되었다. 해석에 따라 슬플 수도, 답답할 수도 있는 시간들이지만 나는 다시 나에게 되내인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나를 만난 그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오늘도 성장하는 나를 멈추게 하지 말자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나는 '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Source:

Cover image by rawpixel on Unsplash

Caption images by Oscar KeysAles MeJavier Allegue BarrosJeremy Lapak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다양한 방식 [다큐 추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