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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a Kim May 03. 2019

21세기형 발상 공식: 새로운 아이디어 만드는 방법

창조하고, 정리하고, 또 창조하는 우리에 관하여 

적극적 소득 vs 소극적 소득

21세기형 베짱이로 산다는 것

지구촌이 우리의 OFFICE







리스트를 만들다 Make Lists



할 일을 몽땅 적어두고 하나하나 체크해나가는 재미가 있는 To-do List처럼, 관심 분야가 많거나 정돈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넘칠 때 리스트로 만들어보자. 생각을 정리하는데 이만한 게 없다.  


버즈피드 Buzzfeed와 같은 웹 플랫폼에서 자주 마주하는 리스티클 Listicle을 보라. 리스티클 Listicle은 리스트 List와 아티클 Article의 합성어로, 리스트로 만들어진 기사라는 뜻이다. 때때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이 너무 얕고 가벼워서 미움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 정리하여 알려주는 리스티클은 시간과 에너지를 동시에 아끼게 해주는 좋은 도구이다.


리스티클 Listicle이 정보를 정돈하듯, 리스트는 당신의 생각을 정리시켜 준다.  


'창의력은 사물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Creativity is connecting things' 이라고 말한 스티브 잡스처럼, 연결되지 않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발상들을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창의력의 시작점이다. 리스트로 펼쳐진 아이디어들을 보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겨보자. 그리고 남아 있는 좋은 생각들을 한 데로 연결해보는 작업이야 말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앞서 꼭 거쳐야 하는 발상의 과정이 아닐까!



어울리지 않는 아이디어 둘(혹은 셋)을 합하다 Combine Two or Three Things 



창작적인 활동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뭔가 섞어야 한다.
- 유희열


유시민 작가도 '퓨전, 하이브리드의 시대가 도래했다, '고 한 마디 얹었다. 유현준 교수는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대세다, ' 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많은 이가 이미 알고 있는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이 텔레비전 시리즈 또한 '따로 또 같이'라는 콘셉트로 여행과 대화를 조화롭게 섞어냈다. 출현하는 패널들도 작가, 음식평론가, 뇌과학자, 건축가라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비치베리라는 뷰티 브랜드는 물감 패키징에 담은 피치밤이라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미술 붓 한번 잡아봤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페인트 튜브가 눈에 쏙 들어온다. 메이크업과 물감이라니. 독특한 두 오브제가 하나로 엮이니 새롭게 느껴진다.  


물티슈와 마스크팩을 합쳐놓은 듀이트리의 픽 앤 퀵 마스크도 있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기능도 좋아 2018년 마리끌레르 에디터스픽의 영예를 안았다고.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두 가지를 섞어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건 뷰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수 윤종신은 월간으로 찍어내는 잡지처럼 2010년부터 9년째 월간 윤종신을 발매 중이다. 매 월마다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음원을 출시하고 있다. 음악계의 구독 서비스 subscription model 같다.   


지금은 쌍둥이의 엄마로 바쁜 워킹맘의 삶을 살고 있는 Leandra Medine은 패션과 유머라는 두 분야를 섞어 Man Repeller라는 블로그를 시작해 현재까지 성공적인 웹 플랫폼으로 키워냈고, 작가이자 스피커인 Chris Guillebeau는 사이드 프로젝트와 팟캐스트를 합쳐서 2년째 Side Hustle School이라는 훌륭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있다.


두(세) 가지의 분야를 하나로 섞는 일. 내가 늘 흥미롭게 여기던 관심사들이 쨍하고 부딪히며 소리 내는 부분에 집중하면 지금 것 시도되지 않았던 신선한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다.



쓰다 Write Down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 내 분야고 내 전문성이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면 써보는 것은 어떤가! "영어책 한 권 읽어봤니"의 저자 김민식 PD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는 1604+개의 글이, “인큐"의 대표 윤소정 저자의 블로그 <마음을 담아, 사랑을 담아>에는 1070+개의 글이 쌓여 있다. 단순한 기록도 모이다 보면 누구나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힘을 갖는다.


처음은 누구나 0에서 시작하고, 1부터 해나가야 한다. 한자리 숫자의 글과 한자리 숫자의 방문객으로 마음 아파할 시간에 오히려 덤덤하게 기록해야 한다. 뻔하고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발상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8년 전 내가 첫 책 <색에 미친 청춘>을 기획할 때에도 내가 먼저 제안했던 아이디어는 천연염색이나 국내여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휴학생의 신분이었으므로 휴학에 대한 에세이집 기획서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냈다. 하지만 출판사 대표님과의 미팅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당시 내가 배우고 있던 천연염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귀한 한국의 문화재인 염색을 인문학 여행으로 풀어낸다는 주제가 나오게 되었다.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는 변동사항들은 한 번의 미팅에서 결정되었고, 그 미팅은 간단하지만 (당시의) 진심을 담았던 기획서로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니 나의 아이디어들은 불확실하고 부끄러운 생각의 집합이었지만, 나름 그 생각들을 정리하고 기록하여 누군가에게 보냈던 나의 용기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끌어냈음에 감사한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작은 기록들이 새겨지다 보면, 그 기록들이 작은 움직임이 된다. 움직임은 새로운 만남의 문도 열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창조한다. 기록이 없다면 움직임도 없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면) 놀다 Play 



아이디어가 없다면 놀 것을 추천한다.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간다거나, 흥미로운 전시회를 보러 간다거나, 유행하는 영화를 본다거나. 하지 않던 일을 하면 우리의 뇌는 자극을 받는다. 나를 ‘놀이’ 환경에 노출하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되어준다.


누구와 노느냐도 중요하다. 매일같이 어울리는 사람도 좋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의 대화,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와의 마주침이 깊이 있는 자기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에 몸을 던지는 것도 좋다.


방학을 맞아 이 것 저 것 배우러 다니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러 다니고, 미뤄둔 서점 방문도 몽땅 하고, 일기도 쓰고, 잠도 푹 잤다. 바빴던 것 같은데, 시간이며 에너지를 다 쓴 것만 같은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시작하는 에너지를 저장해놓은 셈이다. 빈둥빈둥 대라는 말은 아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놀아라. 놀다 보면 스파크가 튀듯이 새로운 발상이 튀는 순간이 온다.



(1000명의 팬을) 만나다 (1000 True Fans) Connect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 관점에서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은 ‘사람을 돕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아이디어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는 ‘사람’을 만나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1000 True Fans <천명의 진짜 팬>이라는 글을 쓴 케빈 켈리 Kevin Kelly는 크리에이터에게 있어서 백만 명의 팬이 아니라 천명의 진짜 팬이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내가 창작하는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무조건적으로 구매해주는 진짜 팬. 천명도 쉬운 숫자는 아니나, 백만 명 보다는 훨씬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느껴진다.  


사람을 만나야 사람을 알게 되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 나는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것만이 창의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도 새로운 창의적 힘이라고 생각한다. 만남은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소통부터,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타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의 생각을 정제하는 훈련까지 가능하게 한다. 독불장군으로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보다는 함께하는 법을 터득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싶다면 사람에게로 가라.  






Futre Work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려다 보니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들에게서 무언가 새로운 면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어떤 비상한 시선과 색다른 어프로치가 그들의 원동력이 되는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행동화하는 집중력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가장 중요한) 나만의 발상 공식을 간과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고, 틈만 나면 메모를 하고, 시간이 생겼을 땐 에버노트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에버노트에, 포스트잇에, 수첩에 적히고 보관되어지는 나의 발상들은 세상을 움직일 만큼 강력하거나 세상을 뒤집을 만큼 혁신적이지 않다. 대단한 아이디어,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란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란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한 줄일 수 있다. 그저 그 생각을 실제로 행동해서 일로 만들어내고, 그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돕는 게 내가 21세기형 발상 공식으로 정리하고 싶었던 미래적 노동의 한 모습이 아닐까! 


한 줄로 정리하고, 이리저리 섞어도 보고, 써 내려가다가 갑자기 멈추기도 하고, 아무런 목적 없이 친구들을 만나 놀기도 해보면 나만의 루틴, 나만의 아이디어, 나만의 행동력이 차곡차곡 쌓이게 될 것이다. 결국 발상의 공식의 핵심은 '나'에게 있다. 진짜 나를 찾아내는 집중의 시간을 통해 당신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Source:

Cover image by Júnior Ferreira on Unsplash

Caption images by Kelly Sikkema, Lucas Benjamin, Kaitlyn Baker, MI PHAM, Joshua Nes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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