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 같은 사람

최강 끝장 서울살이 생존일지

by intojeong

'D라인을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까?'

나의 몸무게는 신기록을 경신하며, 몸은 자꾸만 눈사람을 닮아갔다. 직장인이 되고서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체중이 불었는데, 가짜 식욕이 늘어서인 것 같았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맛있는 것을 계속 먹고 싶은 것. 가짜 식욕은 공복을 느낄 새도 없이 서울의 넘쳐나는 맛집들을 찾게끔 했다.


정말 10년 동안 마음껏 먹었다. 주문하면 달려오는 배달음식을 즐겼고 각종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회식이니 한잔, 번개니까 한잔, 맛집이니 한잔.. 다양한 이유로 들이켰다.


그러니 남는 건 살밖에 없었다. 몸은 그 사람의 역사라고 했던가. 깊은 반성과 함께 새해에는 다시 태어나겠다며 매해 똑같은 다짐을 했다. 그때마다 나는 바이럴 마케팅에 걸려들었고 결과는 처참했다. 그중 '베스트 Top 3'를 소개한다.


3위. 간편 선식 쉐키

든든한 한 끼를 자랑하던 선식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세련된 디자인의 풍부한 영양가를 자랑하던 그 선식은 물만 부어서 흔들어 먹으면 되는 편의성을 강조했다(shake it~). 선식 회사의 젊은 대표는 인상이 좋았고 신뢰가 갔지만 실상 받아본 선식은 한 끼에 5병은 마셔야 겨우 배가 찼다.


2위. 상실의 한약

회사 동료 중 급격히 살이 빠진 몇 명이 있었다. 하나 같이 특정 한의원 덕을 보았다고 했다. 한약은 한 달에 30만 원이었고, 석 달 코스여서 지출액이 심히 부담되었지만 매일 옆에서 산증인들이 걸어 다니니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한약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한 달만에 5킬로가 빠졌다. 그렇게 살과 함께 기력도 빠져 누굴 만나도 웃질 못했다.


1위. 예비신부를 위한 긴급 다이어트

2시간마다 디톡스 주스만 마시는 일주일 간의 고강도 코스였지만 나는 절실했고 15만 원을 결제했다. 몸의 독소를 제거하면서 살도 빠지는 건강한 다이어트라고 했다. 주스 안에는 몸에 좋은 과일과 채소들이 가득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예비신부들에게 추천되는 상품이었다. 예비신부가 아닌 나는 성공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거다. 인간의 헛된 마음을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에 더는 현혹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칼로리 하마로 불리는 '수영'을 시작했다. 서울은 수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단연코 수영이 최고였다. 수영도 배우고, 살도 빼고, 이참에 워터파크도 가보기로 했다.


나는 한 달 만에 자유형과 배영을 마스터했다. 60분 간 쉴 새 없이 진행되는 수업 덕분이었다. 한 레인마다 20명씩 줄지어서 수영을 배웠는데 뒤에서 쫓아오는 압박감이 모두를 계속 빠르게 가도록 만들었다. 이런 압박 강습을 견디고 집으로 걸어갈 때면 경운기를 타고 가는 것처럼 몸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본 적 없는 진짜 식욕이 솟구쳤다.


밥이 익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서 밥을 해놓고 수영을 가야 했다. 그렇게 나는 '간장게장 같은 사람'이 되었다. 밥도둑이 된 것이다. 수영 강습 두 달만에 평영까지 마스터했지만, 밥을 꾹꾹 눌러 두 그릇을 먹어야 하는 대식가도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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