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끝장 서울살이 생존일지
가슴 아파서 목이 메여서 안간힘을 써봐도~
피해 갈 수도 물러지지도 않는 '사당'인가 봐
너무 놀라서 자꾸 겁나서 웃음으로 이기려 해도
눈치 빠른 눈물이 더 먼저 알고 날 흘러
비몽사몽 몸을 싣고 출근하던 지하철 2호선이 생각난다. 2년 반 동안 사당역에서 환승하며 출근을 해내던 아련한 내 모습도..
아침마다 스펙터클 어드벤처를 선사하던 사당역은 바로 이전 역인 낙성대역부터 승-하차객 사이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곤 했다. 특히나 몸싸움과 비명이 오고 가는 날이면 다음 정차역인 사당역에서는 탈출 시도조차 어려웠다.
'못 내리면 지각이다'
사당역에서 기필코 내려야 하는 나는 안간힘을 써야 했다. 동서남북으로 나를 꽁꽁 둘러싼 사람들을 뚫고 나가는 것은 아주 진 빠지는 일이었다.
하루는 평소보다 유난히 많은 인파가 동시간대로 몰렸다. 더 이상 탈 곳이 없음에도 낙성대역에서 전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밀고 들어왔다. 여기저기서 그만 타라는 간청과 탄식 소리가 쏟아져 공간을 맴돌았다. 두 차례 문이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세 번만에 문이 닫혔다.
열차는 덜컹덜컹 어두운 지하 터널을 내달렸고 그 안에 우리는 숨 죽인 채 격전지로 옮겨졌다. 이미 계속된 불길한 시그널은 곧 닥칠 일을 강하게 암시했고, 그렇게 일어날 일은 일어났다.
"내릴 게요. 저 좀 내릴 게요!"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하나 둘 아우성쳤다. 나도 영차영차 진격을 개시했는데 문이 열리고 3초쯤 지났을까.. 탑승을 기다리던 무리 중 한 명이 성급하게 발을 뗐고 이내 우르르 미친 듯이 밀고 들어왔다. 승차객과 하차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기관사님은 성실하게도 잊지 않고 출발 나팔을 불렀다.
이제 다음 역인 방배역으로 갈 내 처지를 비관하며 울상 짓고 있던 그 순간! 어떤 남자가 내 멱살을 잡았다.
그 남자는 멱살 잡은 한 손으로 헐크만 가능할 거 같은 괴력을 발산하며 나를 열차 밖으로 꺼냈다. (앞선 글을 봤다면 알 것이다. 나는 쉽게 누군가가 들 수 있는 몸이 아니다)
나는 순식간에 들려서 나왔고 그 남자는 쿨하고 멋있게 열차 속으로 사라졌다.
비록 내 옷은 목이 잔뜩 늘어났지만 그 순간의 설렘과 감동은.. 여전히 향기로 남아있다.
극적인 순간에 등장한 나의 헐크님도 지각은 피해야 하는 직장인이었겠지 생각해본다. 열차를 내리지 못해 슬픔에 휩싸인 나를 외면하지 못하고 구해주었으니 말이다.
* 내 얘기를 들은 친구 A는 "그 남자가 너 빼주고 열차 탈 자기 공간 만든거네?" 라며 꽤 현실성 높은 그 남자의 괴력 발산 동기를 짚었다. 서울에 사는 헐크들도 지각하면 혼나겠지..
** 친구 B는 자신도 신도림역에서 괴력의 사내를 만난 적이 있다며, 자신의 공중부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침 출근길에 콩나물시루가 되어 떼지어 계단을 정신없이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공중에 날랐다는 것이다. 빈틈없이 사람들로 꽉 찬 그 공간에서 누군가는 그녀를 감당해야 했고, 얼떨결에 한 사내가 그녀를 받아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