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끝장 서울살이 생존일지
"언제 끝나요?"
"네?"
"가까이 와도 모를 만큼 뭘 그렇게 열심히 해요?"
"집중도 안되고 노동요 리스트 만들고 있었어요."
회사 동료인 그녀는 3시간이면 끝날 일을 3일째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일을 촉진시킬 노동요를 모은다며 플레이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저녁 먹을 타이밍을 놓치고 어정쩡한 시간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던 우리는 나가서 뭐라도 먹기로 했다. 춥고 캄캄한 겨울밤에 어디 맛집을 찾아갈 엄두는 안 났고, 가까운 편의점까지 차로 이동했다.
"그냥 다 먹으면 안 돼요?"
뭘 먹을지 고민하는 나에게 편의점 쇼핑 바구니를 건네며 그녀는 물었다. 그녀의 남다른 기세에 나는 고무되었고, 컵라면부터 바구니에 담았다. 라면이 익는 동안 먹어 치울 빵, 우유, 소시지, 과자를 차곡차곡 추가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노동요 리스트 틀어봐요."
컵라면이 익길 기다리며 자동차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 기울였다.
[ For me and you~ my part-time lover~]
"파트-타임 러버가 무슨 뜻이에요?"
"풀-타임 러버는 아니란 말이겠죠."
대치동 일타 강사 같은 그녀의 영어 해석에 감탄했다. 군더더기 없는 아주 기가 막힌 설명이었다. 팝송이 좋아졌다.
컵라면을 먹으며 노동요에 심취하고 있던 그때였다. 나는 황급히 보조석 의자 밑으로 몸을 숨긴 뒤 옆자리를 쳐다봤다. 동료 역시 운전석 의자 밑에 이미 들어가 있었다.
"봤죠?"
"네."
"근데 우리가 왜 숨죠?"
"그러게요. 다시 올라가요."
"저 두 분이 퇴근 방향이 같았나요?"
"반대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팔짱은 왜 끼고 가죠?"
"그러게요. 추워서일까요?“
우리는 남녀가 어떤 경우에 팔짱을 낄 수 있는지 서로가 아는 사례를 공유했고, 우리 앞을 지나간 그들에게 대입할 수 있는 사례는 무엇인지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러나 둘 다 납득할 만한 사례는 찾지 못한 채 이야기도 식사도 마무리 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파트-타임 러버'를 다시 떠올렸다. '풀-타임 러버'가 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왠지 보면 안 되는 장면을 본 것 같아서 몸이 반사적으로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간 것은 그들이 아마도 파트-타임 러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겠지..
애꿎게 내 옷에 튄 라면 국물을 바라봤다.
[ For me and you~ my part-time lover~]
버스에 올라타 팝송을 흥얼거리며 영어학원을 검색했다.